이자카야에서 위로를

도켄자카 - 2019.0412.2100

by 이규빈

기대했던 멋진 건축을 보지 못했다는 허탈감이 이내 위장의 헛헛함으로 이어졌다. 지친 마음, 맛있는 술과 음식으로라도 달래보기로 했다. 스카이트리가 들어서면서 낙후되어있던 주변 상권에 확실히 변화가 있었다고 한다. 심지어 완공되기 전부터 스카이트리 주변 맛집 가이드북 같은 게 만들어질 정도였다고 하니 말이다. 일종의 빌바오 효과인 셈이다.


퇴근한 직장인들이 가득했던 한 술집, 활기찬 분위기가 참 좋았다.


일본에 오면 꼭 먹어보고 싶었던 명란 구이



우리는 가까운 곳에 위치한 일본식 술집에 들어가서 저녁 겸 간단하게 생맥주로 목을 축이기로 했다 꽤 다양한 메뉴를 작게 여럿 시켜서 맛보았는데 정신없이 먹다 보니 사진을 못 찍었다. 그나마 딱 한 장 있는 게 저 명란 구이인데, 결혼하고 나서 아내와 함께 술을 마시다가 우연히 명란을 구워 먹을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이후 즐겨 먹던 메뉴다. 일본에서 먹으면 더 맛있을까 해서 시켜봤는데 음, 내가 직접 구운 게 나은 것 같기도 하다. 시부야로 자리를 옮겨 미식회가 계속 이어졌다.


최선을 다해 대접해주신 친절한 사장님


가볍게 모둠 사시미를 맛보는 것부터 시작해서...


... 참치 김밥(?)으로 배를 채우고


고급 식재료인 아귀 간과...


... 명태 애?


마지막으로 장어구이까지... 완벽!


도겐자카 거리 이면에 위치한 아주 작은 이자카야를 찾았다. 손님이래 봐야 여섯 명이 채 못 들어갈 법한 좁은 곳이었는데 현 사장님은 2대째 가게를 이어받아 운영하고 계신다고 했다. 밥을 먹고 오는 길이라 안주삼아 모둠 회만 조금 시켜본다는 게 영어를 꽤 하시던 주인아저씨의 말주변과 분위기에 취해 이 집에서 가장 자신 있는 메뉴들을 연속으로 선보이는 자리가 되어버렸다. 우리가 맛과 재료를 알아보자 주인아저씨는 더욱 신이 나셨는지 아예 묻지도 않아도 혼자 골똘히 생각하시다가 메뉴를 척하고 주시기도 했다.


어느덧 문 닫을 시간이 되어 명함까지 서로 주고받으며 즐거운 술자리가 끝이 났다. 스카이트리에서 잔뜩 실망한 마음은 어느새 물에 술 탄 듯, 술에 물 탄 듯 다 잊어버렸다.


해장 라멘까지 든든히 먹고... 이것으로 오늘의 답사(식사?) 끝!


24시간 하는 라멘집을 찾아 닭 육수로 국물을 낸 시오라멘으로 해장까지 깔끔하게 하고서야 긴긴 저녁자리가 끝났다. 이날은 일과시간 중에는 미술관 일로, 저녁시간에는 답사로 이중으로 바빴던 날이라 두둑하게 배가 부르고 나니 그제야 피로가 물밀듯이 밀려왔다. 비록 기대했던 만큼의 만족스러운 답사는 아니었을지 몰라도 도쿄를 동서남북으로 누비며 입으로, 귀로, 눈으로 실컷 담아본 날이었다.


이제 하루만 더 지나면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시간이 되어버렸다. 나에게 주어진 단 하루의 시간 동안 어디서 무엇을 하는 게 가장 기억에 남을까 고민을 하며 호텔로 터덜터덜 돌아갔다. (계속)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