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오야마 - 2019.0413.1000
최근 성수동에 한국 1호점이 생기면서 꽤 화제가 되었던 바로 그 블루보틀이 아오야마에도 있다. 출장에서는 미술관 임무가 끝나고 발주처와 답사를 다니며 넷째 날에 잠깐 들렀었다. 개인적으로는 지난 2016년 뉴욕 답사에서 브라이언트 공원 바로 앞에 있는 블루보틀에 들렀던 적이 있다. 당시 우리를 안내해준 선배는 뉴욕에서 요즘 꽤 뜨는 곳이라고 소개했었는데, 어느새 일본을 거쳐 한국에까지 점포를 확장한 것이다.
아오야마의 뒷골목 작은 주택가에 위치한 곳이라 찾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분명 지도를 보고 찾아갔지만 커다란 간판 같은 게 없어 그냥 지나칠뻔한 찰나, 엄청나게 강력하면서도 부드러운 커피 향이 코를 찔렀다. 그렇게 향기에 취하듯 끌려 작은 계단을 올라가 2층으로 들어서자 실내를 가득 채운 자욱한 커피 향 사이로 힙스터들의 신세계가 펼쳐져 있었다.
우리가 방문한 때는 아직 평일 아침 열 시. 개장하자마자 찾아왔음에도 실내는 만석이요 카운터에는 긴 줄이 늘어섰다. 위 사진에서 보이는 마당을 향한 외부 테라스를 제외하고는 손님들이 앉는 실내 공간은 한국의 여느 커피숍과 다를 게 없었다. 오히려 특별한 것은 직원들이 일하고 있는 주방 쪽이었다. 확연하게 높이가 낮은 작업대를 놓아 주방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손동작 하나까지 훤히 내다보인다. 오픈 주방의 개념을 뛰어넘어 주방과 객석의 구분 자체가 무의미하여 마치 한 공간에서 내 옆자리 친구들이 나를 위해 커피를 만들고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완벽하게 열려있는 주방과 마당을 향해 개방된 테라스, 그리고 끊이지 않는 손님들의 흐름. 작은 골목길에서 눈보다 먼저 코를 통해 이 곳을 찾을 수 있었던 건 단지 '로스팅한 지 48시간 이내의 질 좋은 원두를 사용한다'는 이유 때문만은 아니었음이 분명하다.
시부야에서 신주쿠까지 한 4km 조금 못되니 한 시간이면 걷겠지 했었다. 그게 이런저런 구경을 하다 보니 두 배 넘게 걸려 버렸다. 여섯 시 약속시간에 간당간당하게 신주쿠 역 앞까지 왔는데 마지막 철도건널목 앞에서 발이 묶였다.
처음엔 번화가 한가운데 철도건널목이 있는 게 신기하여 사진이라도 찍을 생각으로 육교 대신 차단기 앞에 섰다. 한 두어 대 지나가면 금방 열릴 줄 알았는데 열 대가 넘어가도 차단기는 꿈쩍도 안 했다. 그제야 간과한 사실이 떠올랐다. 신주쿠역은 무려 다섯 개 회사, 아홉 개 노선이 지나는 기네스북에도 등재되어있는 일 이용객수 세계 최대의 역이라는 사실이다. 게다가 지금 시간은 퇴근이 가까운 평일 저녁 여섯 시. 쉴 틈 없이 지나가는 열차를 하염없이 바라보며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뒤늦게 육교를 써도 됐지만 기다린 게 아까워서 끝까지 서 있었다. 도쿄의 철도사정에 문외한인 덕분에 아침저녁으로 몸으로 부딪혀가며 많이도 배웠다.
마침내 친구와 조우했다. 먹고 싶은 메뉴를 골라보라는 말에 나는 주저 없이 '야키토리(꼬치구이)'를 택했다. 생맥주 한 잔을 놓고 오랜만에 서로 물어보는 근황 이야기부터 시작된 대화는 이내 위에서 글로 쭉 써내려 온 도쿄의 건축과 디자인 이야기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건축과 의상, 디자인을 공부하는 둘이 만났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아쉬움 가득한 짧은 만남을 끝으로 나는 신주쿠 역에서 다시 JR 야마노테선을 타고 호텔이 있는 신반바 역으로 돌아왔다. 물론, 시나가와에서 기타시나가와까지 한 정거장만큼은 아침에 끊어놓았던 1일권 남은 표로 해결했고 말이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