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오야마 - 2019.0411.1600
건축가 헤르초크 드 뮤론이 설계한 아오야마의 미우미우(miumiu) 스토어. 사실 원래 방문 계획이 없었으나 우연히 아오야마를 들렀다가 마주쳤고 가장 인상 깊었던 건물이다. 출장 오기 직전, 건축하는 후배들을 만난 자리에서 같이 도쿄 여행을 왔다가 이 미우미우 건물을 보겠다고 먼 거리를 되돌아 걸어왔다던 에피소드를 들었었다. 아오야마를 막 지나고 있을 즈음 그 이야기가 불현듯 떠올랐다. 대체 어떤 건물이길래 일부러 되돌아 올 정도였던 걸까 갑자기 궁금해졌다. 위치도, 모양도 모른 채로 무작정 아오야마의 뒷골목을 향해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누가 봐도 범상치 않은 외형의 건물이라 의외로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지난 출장 때에도 아오야마를 들러 이 건물 바로 맞은편에 위치한 프라다 플래그십 스토어를 방문했었다. 그때는 보지 못했던 건물인 걸로 보아 그 후에 지어진 건물 같았다. 확인해보니 2015년 완공작이다.
미우미우라는 브랜드가 애초에 프라다에서 파생된 브랜드이니 작은 길을 사이에 두고 한 건축가가 한 브랜드의 작업을 두 번 진행한 셈이다. 프라다 샵의 이미지가 크리스털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투명한 유리와 새하얀 실내로 되어있는 반면, 미우미우는 불투명한 금속을 주 재료로 그것도 개구부가 거의 없이 닫혀 있는 대조적인 형상이다. 누가 설명해주지 않으면 같은 건축가가 했다고 생각하기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단연코 이 건물의 가장 압도적인 인상은 두께가 15mm는 족히 되어 보이는 금속 외장재다. 멀리서 보고는 당연히 오픈조인트 일 줄 알았는데 의외로 거친 용접으로 접합되어있다. 예상컨데 본래 건축가의 의도대로라면 건물 전체를 단 한 장의 금속 피막으로 덮어야 했으나 제작, 운반 또는 비용이라는 현실적인 문제로 인해 불가능했을 것이다. 대신 또 다른 '금속'을 녹여 틈을 메우는 용접이라는 방식을 택함으로써 여러 장의 판이 하나로 연결되는 듯한 느낌을 주고 싶었던 게 아닐까 추측해본다.
그럼에도 어쩔 수 없이 눈에 드러나는 용접의 흔적을 지운 방법이 제법 영리하다. 이면도로와 접해있는 건물의 동측 입면이 바로 그것인데 보행자의 눈높이에 해당하는 부분만 표면을 연마하여 거울처럼 보이게 해 놓았다. 마치 흥미로운 입면을 만들기 위한 부가적인 요소 같지만 적어도 내 눈에는 건물 옆을 가까이에서 지나는 사람들에게만큼은 단 한 장의 금속판처럼 인식하게 만들려는 재치로 보였다. 본래의 의도를 과하게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원하는 효과를 얻어내는 건축가의 탁월함마저 느껴졌다.
또 재미있는 것은 재료를 통한 내외부의 확실한 구분이다. 상대적으로 얇고/광택이 적고/차가운 색상의 외장재와는 달리 안쪽의 금색 요철 표면은 같은 금속임에도 두께에 볼륨이 있고/반짝거리며/따뜻한 색상으로 되어있다. 내부는 촬영 금지라 사진은 없으나 이 내외부를 구분하는 논리는 실내 공간에서도 연속성을 가지며 전개되고 있다.
가까이서 찍은 사진을 보면 내부 재료인 금색 엠보싱 금속재의 결합부는 요철의 단위 유닛을 의식하며 물결모양으로 되어있다. 재료의 특성상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선의 형태인 건데 건축가는 이를 실내 요소에서도 재치 있게 반복하며 유연하게 공간을 전개해 나간다. 예컨대 매장의 바닥재인 카펫의 결합부 또한 주먹 하나 정도 크기의 단위를 가지는 물결모양으로 똑같이 되어있다.
마지막으로 주목한 건 빗물을 처리하는 방식이다. 전면도로를 향해 은근한 경사를 가지는 지붕(또는 들려진 벽)의 하단에는 전체 폭과 동일한 빗물받이 거터가 결합되어있다. 열린 박스 형태를 완벽하게 구사하려면 없어야 맞는 부분이지만 기능상 필수 불가결한 요소였을 게다. 건축가는 동일한 재료로 물받이를 만들되 그 바탕이 되는 지붕판과는 분리시켜 접합했다는 것을 드러내는 것으로써 물받이의 존재를 지워버렸다.
전체 폭의 좌측에서 1/3 정도 되는 지점으로 보일 듯 말듯한 경사를 가지는 물받이의 최저점에는 금속 체인이 매달려 지상으로 물을 흘려보낸다. 체인이 바닥과 접속하는 부분에는 배수구가 있되 전면 화단의 식재로 이를 가려 자연스럽게 가렸다.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기본에 충실한 디테일이지만 전체적인 건물의 요소들과 잘 어우러지며 깔끔하게 처리된 것이 마음에 들었다.
아오야마로 들어오는 이면도로 초입에서 우연히 마주친 소바집인데 지붕의 형상이 헤르초크의 샵과 너무나 닮아있어 한 장 담았다. 아마도 미우미우의 전면부 경사지붕의 은근한 각도 또한 일본적인 요소에서 모티프를 가져왔을 것이라 추측해볼 수 있다.
서민음식인 소바와 고가의 명품, 오래된 목재와 차가운 금속, 도쿄의 한 음식 가게와 스위스 건축가의 플래그십 스토어. 그 어느 하나 닮은 구석이 없지만 그럼에도 너무나 닮은 두 건물을 발견하고는 아오야마를 빠져나오는 내내 킥킥거릴 수밖에 없었다. 만약 당신이 거리를 걷다가 우연히 혼자 웃음을 참고 있는 사람을 마주친다면 아마 이런 걸 발견하고 즐거워하는 건축가일지도 모른다. 많은 배려와 관심을 가져주자.(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