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가와 - 2019.0414.0900
요코하마에 다녀오길 백번 잘했다. 페리 터미널에서 받은 벅찬 감동에 흠뻑 젖은 채, 다시 도쿄로 돌아오는 전철을 탔다. 출장 첫날부터 미리 점찍어둔 초밥 맛집에서 홀로 맛있는 점심을 먹으려고 시간 맞춰 바쁘게 도쿄로 돌아왔는데 알고 보니 저녁 장사만 하는 집이다. 문은 굳게 닫혀있고 배는 고픈데 안에서는 묵묵히 장사 준비를 하고 계신 사장님은 나를 외면하신다. 어쩔 수 없이 바로 옆에 있는 가게에서 중국식 탄탄멘을 먹기로 했다.
세찬 바람 부는 야외에서 추위에 떨다가 온지라 따뜻한 국물이 먹고 싶어 기본 메뉴를 시켰는데, 뭔가 자판기에서 잘못 선택했는지 소스만 따로 나와 찍어먹는 쯔케멘이 나왔다. 내 실수인데 누굴 탓하랴, 그냥 맛있게 먹었다. 생각을 실재화한다는 게 이토록 어려운 일이더라. 그 흔한 라멘 하나 내가 먹고 싶은 대로 먹질 못하다니. 라멘집 테이블에 앉아 다시 한번 요코하마 페리 터미널을 떠올려 봤다.
점심을 다 먹고도 시간이 애매하게 남아 덴노즈아일에 위치한 아키-데포(Archi-Depot) 박물관을 일부러 찾아갔다. 이곳 역시 구글 맵으로 주변을 살펴보다가 찾아낸 곳이다. 한국어 웹에서는 디자인정글이라는 곳에 올라온 기사 하나(https://www.jungle.co.kr/magazine/24466)가 유일한 정보인데, '건축 모형 전용 창고 박물관'이라는 매력적인 소개가 있었다. 원래 창고 임대업체의 창고였던 곳을 건축가들의 모형을 모아 두고 이를 전시하는 세계에서 유일한 모형 박물관으로 조성했다는 곳이었다. 미술관으로 돌아가는 시간이 조금 빡빡했지만, 안 가볼 수 없게 만드는 소개 문구에 거의 뛰다시피 덴노즈아일로 향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아키-데포 박물관에는 모형이 없다! 생각보다 장사가 잘 안된 것이었는지 몰라도 일 이년 전쯤에 싹 리모델링을 하고 지금은 그냥 건축과 관련된 기획전을 하는 곳으로 바뀌어 있었다. 3000엔이나 하는 티켓을 끊는 그 순간까지도 그걸 모르고, 전시실에 들어가서야 알아차린 이 바보는 졸지에 두 개의 기획전을 강제 관람했다. 전시가 나쁘진 않았지만, 결론적으로 오늘의 세 번째 실패의 순간이다.
4박 5일간의 모든 출장 일정이 끝났다. 여러 펀의 글을 쓸 만큼 많은 일들이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바쁘고, 많은 일들을 했다는 사실이다. 내가 감독했던 하라미술관에서의 전시도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시점에선 종료되어 정리가 한창일 게다. 시간 참 빠르다.
출장 이후, 나는 다시 사무실로 돌아와 일상으로 복귀했고, 직원들에게 출장 답사 보고를 발표하며 이런저런 경험을 공유했고, 생각보다 많은 영수증을 정리하느라 꽤 시간을 소비했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