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듯 (소소하지 못한) 방학 일상 썰 풀이

어떻게 맞이한 방학인데 말입니다.

by 혜윰


0. 방학 intro


폭풍같던 12월말과 1월 초를 보내고 드디어 1월 9일.


대망의 그날!

아기다리고기다리던 그날!

2024학년도 겨울 방학을 맞이하였다.


방학이 다가오며 하루가 다르게 방만해지는 아이들(과 나)의 마음을 힘겹게 컨트롤하고, 밀려드는 독감과 싸우며 출석부를 수십번 수정하고, 생활기록부와 통지표 그리고 업무자료들을 보고 또 보며 수정 또 마감 또 수정 또 마감을 반복하는 와중이었다. 오지 않을 것처럼 유독 멀게만 느껴지던 날이었는데..몇날며칠 정신못차리고 곯아떨어졌다 눈뜨고 출근하기를 반복하다보니 그날이 왔다.





1. 방학 1주차


얼마나 기다렸던 방학인지 모른다. 아버지 칠순을 기념한 여행도 계획되어 있었고, 개인적으로 뭔가 의미있는 공부와 취미 계획도 세워보고 싶었다. 새로 맡은 학년에 대한 학급경영 계획도 고민하는 시간도 갖고, 운동도 하여 좀 더 건강해지는 나를 갖는 등.. 나름 많은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 감격스러운 방학의 첫 주를 나는 거의 침대와 한 몸이 되어 지냈다.


지독히 가라앉은 컨디션과 심한 몸살 증상, 인후통 등으로 인한 자리보전이었는데 희안하게 열은 나지 않고 독감, 코로나도 음성이어서 이미 방학전부터 항생제 복용만 벌써 몇주째 줄창 하던 중이었다. 아마도 방학 직전의 여러 상황과 무리로 인한 컨디션 악화가 원인일 것 같았다. 교사라면 다들 공감하겠지만, 학년 말 교사의 체력은 거의 바닥을 치다못해 지하로 뚫고 내려가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농담처럼 하는 말이지만 거의 산송장 상태로 출퇴근만 하며 버티다가 방학을 맞이하는 경우도 꽤 있다고 보면 된다. 나 역시 그런 상태였는데, 결국 바로 다음 주에 있는 가족여행을 위해 링겔을 두 번 맞고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수액 만세!!!) 그래도 그런 몸상태로 누워서도 온갖 여행계획 정리하고 예약하고 애 밥차려 먹이는 건 가능했으니...스마트폰의 도움과 엄마의 파워로 가능한 일이었다.





2. 방학 2주차


방학 두 번째 주는 아버지 칠순 기념 여행이었다. 거의 일년 전에 비행기, 숙소는 예약을 해두었지만 세세한 것들은 최근에서야 하나하나 예약하기 시작했던터라 마음이 바빴다. 일본은 자주 가던 여행지였지만 부모님은 처음 가시는 곳이었고, 내가 가이드 겸, 운전수 겸으로 해서 모시고 가는 것이다보니 이래저래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부모님은 다 좋다고 하시며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하셨지만 어떻게든 불편함을 드리지 않고 좋은 추억을 만들어드리기 위해 많이 애를 써야 했다. 다행히 3박 4일 오사카, 교토 렌터카 여행은 결과적으로 성공적이었고 같이갔던 부모님, 여동생, 딸아이 모두에게 좋은 추억을 만들어 줄 수 있었다. 물론 여행 내내 통역, 정산, 가이드, 운전 등의 임무를 해내야 했던 나는 계속 긴장하고 있어야 했지만, 그래도 여동생이 부모님 케어를 전담마크 해주었고 딸아이가 의젓하게 잘 따라다녀주어 큰 문제 없이 다닐 수 있었다.

여행 때까지도 건강상태가 완전히 회복되지는 않았던지라 내도록 약과 비타민 등을 달고 다녀야했다. 딸의 약한(?) 모습을 오랜만에 보신 부모님의 걱정이 담긴 정겨운 잔소리도 내내 들어야 했지만, 뭔가 오랜만에 ‘엄마’가 아니라 ‘딸’로 돌아간 기분이라 그리 나쁘지도 않았던 것 같다. 어느새 많이 나이드신 부모님, 많이 자란 딸아이, 그 사이에서 어릴 적 기대고 의지하던 부모님의 위치에 선 나의 모습을 보며 세월이 참 빠르다는 것을, 그리고 흘러가는 것들의 소중함을 다시금 생각한 시간이었다.




3. 방학 3주차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서 오늘로 딱 일주일이 되었다.

일주일간 내가 무엇을 하였는가 보니..


토요일-여행 짐풀고 휴식

일요일-밀린 집안일(빨래, 청소), 도서관 다녀오기

월요일-베란다 정리(버리기)

화요일-주방 정리(버리기), 화장실 청소

수요일-첼로레슨, 아이방정리(버리기), 서재정리

목요일-아이랑 서점데이트, 병원투어. 독서

금요일-아이 체험활동 픽업 및 대기, 독서, 글쓰기 등

수요일까지 가열차게 밀린 집정리를 한 이후로 서서히 평화로운 일싱으로 돌아오고 있다. 다음 주가 또 연휴라 패턴이 또 금방 무너질거 같긴 하지만, 책이라도 꾸준이 많이 읽도록 노력해야겠다.


나종호 교수의 책, ”만일 내가 그때 내 말을 들어줬더라면“을 읽었는데 마음에 남는 구절이 참 많았다. 원래 메모도 잘 안하고 빠르게 책을 읽는 편인데, 아껴가며 읽고 노트에 필사도 하며 곱씹어 읽어보려 애썼다. 거창하고 어려운 말들은 아니어도 솔직하고 진솔한 말들이 확실히 마음에 위로가 많이 되는 것 같다. ‘자살’이나 ‘죽음’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보길 추천한다.




4. 남은 방학 3주는?


일주일은 연휴라 가족들과의 시간을 보내게 될 것 같고, 이주 정도 잠시 생각할 시간이 주어질 것 같다. 그마저도 아이를 돌보고 하는 시간으로 많이 할애되겠지만, 그럼에도 출근 전까지 잠시 나만을 생각하며 숨을 돌이킬 수 있는 유일한 기간이니 후회없는 일상을 보내도록 하고 싶다. 더불어 일하는 엄마덕분에 같이 고생하는 딸아이에게도 엄마와 함께하는 작은 추억들을 조금씩 더 선물해주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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