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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버티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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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아키 Jul 15. 2018

응급실에서

엄마가 아팠다.

응급실에 왔다.

수액은 절반 정도 남은 것 같다.

한참 초조하고 정신 없던 시간이 지나자 졸음이 몰려와서 수납 후 약을 타러 가는 길에 커피와 과자를 사먹었다. 다른 환자들은 옆에서 뇌경색 얘기들을 하며 병실을 옮길 때 그나마 수액만 다 들어가기를 기다리면 되는 상황이 그저 감사할 따름. 큰 수술 전날에서야 군부대에서 얘기를 전해들었던 기억이 남아있는 나로선 그래도 언제나 솥뚜껑만 봐도 자라 생각이 날 수밖에 없다.


영수증을 받아들고 약을 타러 가며 오랜만에 국가와 종교에 대한 생각을 해본다. 십분도 되지 않아 나타났던 응급차와 비용의 많은 부분을 덜어내가는 공단의 이름에서 새삼 국가의 존재감을 느낀다.휠체어를 따라가는 초조한 시간, 9시도 채 되지 않은 시간에 모여들어 예배를 드리는 이들을 스쳐가며 그네들의 마음이 무엇인지 짐작해본다. 순수한 개인으로 살아가기엔 너무 작고 미미한 내가 그럼에도 온전한 자유인을 추구하는 것이 가능한지를 고민한다. 이래저래 인간은 위기 앞에 참으로 약한 존재다.  


나도 나일 먹어가나 보다.


택시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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