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하게, 끈적끈적하고 불쾌한

[리뷰] 우사미 린 / 최애, 타오르다

by 디아키

자고 일어나기만 해도 침대 시트에 주름이 잡히듯 살아만 있어도 주름처럼 여파가 밀려온다.


1부 마지막은 최애의 솔로곡이었다. 파랗게 일렁이는 바닷속 같은 빛 속에서 최애가 무대 위로 떠올라 왼손으로 기타 줄을 누르자, 반지의 은색이 새하얗고도 신성하게 반짝였다. 여기에서도 빼지 않다니 최애다웠다. 최애가 속삭이듯 노래를 시작한 순간, 그때 그 남자아이가 자라 어른이 됐다고 생각했다. 한참 전부터 어른이었지만 마침내 이해되었다. 어른이 되고 싶지 않다고 비명을 질렀던 그가 무언가를 소중히 여기듯이 부드럽게 손가락을 움직였고, 서서히 격렬해졌다. 주변부를 덧붙이며 들어오는 드럼도 베이스도 품으며 최애가 노래했다. 시종일관 억누르는 느낌이었던 CD 음원과 창법이 전혀 달랐다. 이 공연장을 채운 열기, 물결치는 새파란 빛, 우리의 호흡을 들이마신 최애가 이 순간을 새롭게 해석해 붉은 입술로 연주하는 노래였다. 나는 이 노래를 처음 듣는 것 같았다. 파란 야광봉의 바다, 수천 명을 수용한 돔이 비좁게 느껴졌다. 최애가 우리를 따뜻한 빛으로 감싼다.


거품처럼 웃음이 차올랐다가 펑 터졌다.

면봉을 주웠다.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이고, 뼈를 줍는 것처럼 정성스럽게 내가 바닥에 어지른 면봉을 주웠다. 면봉을 다 주워도 하얗게 곰팡이가 핀 주먹밥을 주워야 하고 다 마신 콜라 페트병을 주워야 했지만, 앞으로의 길고 긴 여정이 보였다.

기어 다니면서, 이게 내가 사는 자세라고 생각했다.

이족보행은 맞지 않았던 것 같으니까 당분간은 이렇게 살아야겠다. 몸이 무겁다. 면봉을 주웠다.


——


소설은 읽는 내내 기분이 나빴다. 예뻐 보이려 하지 않는 척 예쁘게 쓴 문장들은 건조한 듯 끈적거렸다. 행간 사이사이 낀 찌꺼기 같은 지독한 우울감은 내내 씻겨가지 않았다. 괜히 왼쪽, 오른쪽 드립만 남긴 요상한 판타지 <히비키 : 소설가가 되는 방법>의 실사판과 같은 소설가를 왠지 일본 특유의 천재 만들기 ‘풍토’에 기인한 ‘천재’가 아닐까라고 끊임없이 의심하면서 책장을 넘겼다.


어찌어찌 다 읽고 난 뒤의 감상은 한 마디로 말하자면, 지독한 르포르타주 혹은 21세기 판 <인간실격>?


그는 아마도 다자이 오사무가 되진 않겠지만, 본인의 이야기가 아닌 게 확실하다면 이토록 지독한 이야기를 이토록 지독하게 썼다는 것에 의의를 둔다.


* 사진 출처 : 창비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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