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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름 Nov 04. 2018

매일이 괴로웠던 것만은 아니다

반드시 행복은 존재했다



누군가에게 인정 받고 싶다.

그리고 한 편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고싶다. 후회 없는 삶을 살겠다.

라는 강렬한 욕망이 스물 여섯의 날 무너지지 않게 했다.


오사카에서의 생활이 조금씩 익숙해졌다.

너무 어려웠던 사투리에도 익숙해져갔고, 나 또한 조금씩 사투리가 툭하고 나오는 날이 늘어갔다.


번역 일도 어느덧 익숙해져 시간 내에 훨씬 더 많은 문서 작업을 끝낼 수 있었고, 유니클로에서도 조금 더 중요한 일을 맡게 되었다.

그러는 동안 자연스럽게 친구들도 생겼고, 일본에서의 생활이 더욱 즐거워졌다.



일본에 대한 막연한 동경으로 처음 일본 잡지를

샀던 중학교 2학년. 그 때 잡지에서 봤던 祭り(마츨리, 축제). 언젠가는 아니 꼭 반드시 일본에 가면 마츠리에 유카타를 입고 갈거야 라는 나의 소녀 시절의 꿈을 스물 여섯이 돼서야 이룰 수 있었다.



스무살 때 난 일본인 친구를 찾기 위해 그 당시 가장 활발하게 활성화 되었던 펜팔 사이트에 등록을 했었다. 그 때 사귀게 된 펜팔 친구였던 리카라는 일본인 친구에게 나는 유카타를 선물 받았었다.

하지만 입을 기회는 좀처럼 나에게 와주질 않았고, 유카타를 선물 받고난 5년 후, 처음으로 그 유카타를 입고 나는 기온마츠리(祇園祭、일본의 3대 축제)에 갈 수 있었다.


얼마나 두근두근 했는지 모른다.

마치 내가 즐겨보던 일본 드라마, 영화의 주인공이 된 기분이었다.





지금보면 나조차도 내 얼굴이 낯설다.


오사카 유학 시절, 나에게 늘 다정하게 대해 준 나의 대만 친구.
오사카에서의 첫번째 집. 707호.



그렇게 매일을 치열하게 공부를 하다보니, 어느새 나는 자막이 없는 일본 영화, 일본어 자막으로 된 외국 영화를 그다지 불편함 없이 볼 수 있게 되었다.

오사카에 간 지, 6개월만의 일이었다.


그것에 나는 정말 감격했다.

매일 돈에 허덕이며 악착 같이 버텨낸 6개월이라느간이 헛되지 않았다.



그리고 처음으로 참석하게 된 유니클로의 (노미까이、회식)

이 날을 기점으로, 많은 사람들과 가까워졌고 개인적으로 연락처를 주고 받고 연락을 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그리고 내 옆자리에 앉아서 말 없이 술을 마시던 흰색 티셔츠를 입고 있던 그.



유니클로에서 친해진 스텝들과 함께 간 바베큐. 외국인 스텝들이 꽤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어째서인지 나만 불리는 일이 많았다.



하지만, 그런 나날들 중에서 나는 종종 헤매고 휘청였다.




어느 날의 기록



1. 아마 늦여름


요즘 태풍 때문에 자주 비가 내리고 있다.
비오는 날을 좋아하는 나로써는 여간 반가운게 아니다. 
이 날은 유니클로 알바가 18시 15분부터 있어서 다이어리를 쓰고 공부도 했다. 
비 오는 날을 정말 좋아하는데, 가끔은 이유도 모르게 우울해질 때가 있다.  
비 오는 날은 유독 현실 감각이 흐려지고, 온통 불안한 것에 휩싸여서 마냥 울고 싶어진다. 
이 날도 꼭 그래서 마음 추스리는 게 조금은 힘들었다. 
 
유니클로도 부쩍 다가온 가을 덕분에 모두 가을 옷으로 디피도 바뀌고 스텝들도 가을 시즌 상품들을 입기 시작했다. 



2. 아마 초가을



부쩍 한국에서 돌아오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됐다.
흔들리지 않는다.
 


바람이 시원하다.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여름도 끝나고 어느덧 가을이 오려나보다. 생각이 많아졌다.
하지만, 예전처럼 우울하고 힘들진 않다.
다만, 내가 아니면 느낄 수 없는 이 감정을 누군가에게라도 들려주고싶다. 하지만,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몰라 애먹을 것만 같다.

지금 읽고 있는 책, 그 속의 겨울. 낮에 걸었던 전화에서 들려오던 엄마의 웃음 소리. 내 곁의 한 사람, 한 사람. 매일 밤 듣는 노래. 바람. 고요한 밤. 
모든 것 하나하나에서 행복함을 느낀다.



그런 나날들 속에서, 유니클로 회식에서 내 옆자리에서 조용히 술을 마시던 그가 예고도 없이 들어왔다.




내 나이 스물 여섯의, 나의 첫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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