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같은 순간 나는 그에게 반했지
유니클로의 회식 후, 조금씩 나의 시야에 들어왔던 그.
요네모토 카즈야.
하지만 여름이 끝날 때까지 그는 그대로 나는 나대로 다른 아르바이트가 있어서 우리가 겹치는 날은 드물었고, 나의 기억 속에 그가 잊혀질 때쯤 우린 다시 만났다.
나의 스물 여섯의 가을. 아직도 어제처럼 선명한 그 날의 기억.
베이지색 스탠다드 코트를 입고 블랙 티셔츠에 데님 진을 입은 그.
그리고 블랙 백팩.
그리고 향수를 전혀 뿌리지 않는 그에게서 느껴졌던 특별한 가을의 냄새.
휴게실에 혼자 있던 나에게 그는 쑥쓰러운 듯 인사를 했다.
" おはようございます。宜しくお願いします。안녕하세요. 잘 부탁드립니다. "
" あ、おはようございます。久しぶりです。아, 안녕하세요. 오랜만예요."
거짓말 같았다. 그 순간이.
정말 그가 나에게 인사를 건넨 그 순간이, 슬로우 모션처럼 아주 느릿한 움직임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약간의 어색한 공기가 맴돌았고, 나는 그 순간이 너무 부끄러워져 도망치듯 휴게실을 나왔다.
그 날 일이 끝날 때까지, 거짓말처럼 그의 그 쑥쓰러운 표정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았다.
그 후 그와 내가 비슷한 시기에 다른 아르바이트를 그만두며 점점 우리의 근무가 겹치는 날이 늘어갔다.
처음엔 주 2회였던 시프트가 주 5회가 되며, 자주 그와 함께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점점 말을 놓게 되었고, 그와 친한 다른 남자 동기인 사노와도 친해지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퇴근 후 신호등에 혼자 신호가 바뀌는 걸 기다리는 데
사노와 요네모토가 뒤에서 걸어오는 게 보였다.
지금 가는거야? 라고 물으니,
응, 근데 전차 놓쳐서 다음 전차까지 라멘 먹으러 갈건데 같이 갈래?
라며 사노가 나에게 물었다.
요네모토와 얘기를 하고 싶단 생각에 평소 좋아하지도 않았던 라멘을 흔쾌히 먹으러 가자 대답하고
둘을 따라 난바역 근처의 츠케맨 가게로 갔다.
나에게 안 쪽의 자리를 양보해줘서 안 쪽에 자리를 잡고 앉으니, 요네모토가 내 옆에 앉았다.
그 별 의미 없을 그의 행동조차도 그 때의 나에게는 큰 의미로 다가왔다.
그리고 라멘을 좋아히지 않는 내가 꾸역꾸역 라멘을 먹다보니, 어느새 40분이 지나 있었다.
사노가 웃으며
"待ってだるむ。ちょっと遅すぎひん? 잠깐만 너 먹는 거 느린거 아니야?"
라고 말해서 조금 민망해진 내가
"いや、早く食べるの無理やねんゆっくり食べたいねん 아니, 난 빨리 못 먹어. 천천히 먹고싶어."
라고 말했다.
그 때 요네모토가
" だるむはゆっくり食べたいよな?ゆっくりでええで。넌 천천히 먹고 싶은거지? 천천히 먹어도 돼"
라고 말해주었다.
정말 별 것 아닌, 그 한 마디가 이미 그에게 반한 나에게는 너무나 다정하게 들려왔고
내 마음은 다시 한 번 더 그에게 가까워졌음을 느꼈다.
겨우 전부 다 먹고 나오는 길.
"ライン交換しよ 라인 교환하자 "
라며 내게 말을 걸어온 그.
"ほんまに?ええで。 진짜? 그래 좋아."
라고 그와 라인을 교환했던 밤.
갑자기 쌀쌀해진 그 가을 밤. 집으로 돌아와, 오늘 고마웠어!
그리고 다음에 또 다같이 놀자 라며 그에게 라인이 온 날.
"응 좋아. 빨리 놀고싶어. 언제가 좋아?"
라고 바로 답장했던 스물 여섯의 나.
스물 여섯이나 되고서도 좋아하는 사람에게 다 들키고 말만큼 좋아하는 마음을 숨길 줄도, 아니기 숨기지 못할만큼 티가 났던 나.
당신은 스물 여섯에 만난 나의 첫사랑.
취미는 사랑이라 말하고 다닐만큼 쉽게 반하고 마는 성격의 나.
사랑하고싶다.
사랑받고싶다.
그래서 그에게 다가가고싶다.
변덕쟁이인 내가 또 언제 바뀔 지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은 그가 너무 좋다.
라던 스물 여섯의 나.
그리고 12월이 끝나기 전, 우리는 다시 만났다.
나와 요네모토, 그리고 사노와 유코와 함께 넷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