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달하 Dec 15. 2021

엄마, 내일이 빨리 보고 싶어!

기대에 찬 미래를 기다리는 마음

인간은 대체로 밝은 미래를 기대할 때, 그 기다림에서 설렘을 얻게 마련이다. 어린 시절에는 소풍 날짜가 잡히면 무엇을 입고 갈지, 도시락은 뭘 싸가면 좋을지 기대에 부풀었고 성인이 되어서는 미리 계획한 해외여행을 갈 생각에 아직 한참도 더 남았지만 괜스레 여권을 챙겨두기도 한다. 첫 취직을 하고 나서는 가면 어떤 사람들이 있을지 무슨 일을 하게 될지, 돈 벌면 뭐부터 할지 등 기대에 부풀어 설렘 한가득 안고 하루하루를 보낸다.


얼마 전 아들의 생일이 있었다. 12월 생인 아들은 또래보다 말도 조금 더디고 키도 작고, 곧 7살을 맞이하는 나이임에도 아직 아기 같다. 그 작고 귀여운 입으로 대화를 할 때면 어디서 이렇개 귀여운 생명체가 나왔지? 신기하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하다. 그러던 어느 날 생일이 다가와 대화를 하는데 이런 말을 한다.


"아들, 내일 생일이네! 좋겠다."

"응? 나 내일 생일이야?"

"그럼! 내일은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할머니 하부지랑 파티도 할 거지요!"

"엄마! 빨리 자자. 내일이 빨리 보고 싶어!"


내일이 빨리 보고 싶다니... 안 그래도 귀여운데 사랑스러운 표현에 또 한 번 반해버린다. 아이가 이야기한 미래를 '보고 싶어'하는 마음은 모든 인간이 그토록 그리는 밝은 미래를 향한 '기대되는' 마음. 인간은 그렇게 미래를 긍정적으로 그려나갈 때 기대라는 마음을 갖게 된다.


나는 이것이 아주 기본적으로 삶의 동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 긍정적 미래, 즉 내가 그리고 꿈꾸는 목표를 두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달릴 때 혹은 조금씩이라도 나아갈 때 인간은 스스로 성장한다고 믿는다. 그 꿈이 작든 크든, 규모는 중요하지 않다. 일어나지 않은 어떤 미래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나 역시 종종 난 뭘 해도 안된다며 주눅 들고 내깟게 뭐라고 라며 스스로를 낮추고 우울감에 푹 빠져 한없이 어두웠던 경험이 있다. 그리고 주기적으로 이런 감정선은 발현된다. 그럼에도 돌이켜보면 스스로 목표를 세우려는 연습들이 나를 다시 그 우울감에서 빠져나오게 해주는 해결책이 되었었다. 이렇게 얘기하면 좀 늙은이 같지만 '목표 설정'은 정말 매우 중요하다. 삶에서도 일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보통 목표를 설정한다고 하면 구체적으로 무엇을 세워야 할지부터 막막해하고 해야 되는데 라며 초조해한다. 그러다 목표마저 설정하지 못한다고 스스로를 자책하고 바보 같다며 몰아세우곤 한다. 하지만 개인의 목표 설정은 숙제가 아니다. 누구에게 보이는 것도 아닌 스스로의 다짐일 뿐이다. 나의 마음일 뿐이라는 것이다. 가볍게 생각해보는 거다. 그냥 내가 어떤 미래를 기대하는지.


한 예로, '부모님께 자랑스러운 딸이 되는 것'을 목표로 설정했다면 부모님 입장으로 나를 바라보는 연습을 해보면 된다. 내가 부모님이라면 밥벌이 제대로 하고, 지 짝 만나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행복하게 잘 먹고 잘살면 자랑스러울 것 같다. 또 다른 누군가는 딸이 어디 가서 돈도 잘 벌고 외모도 출중한 훤칠한 남편을 데려와 결혼하는 것이 자랑스러울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정답은 없다. 개인의 마음이 설정하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에, 그 목표는 오직 나만의 것이다.


또한 목표가 설정됐다고 해서 구체적인 Task를 마구마구 만들어두지 않아도 괜찮다. 물론 그게 자신을 더 잘 움직일 수 있는 도구라면 그래도 좋다. 어떤 방법이든 자신이 그 목표를 잊지 않도록, 설정해두고 그걸 향해 달려간다면 가끔 우울감에 빠지더라도 금방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다.


너무 먼 미래이거나 추상적이라면 내가 이뤄내는 것들이 피부에 와닿지 않기 때문에 역시 난 안대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럴 땐 기한이 있는 것을 단기 목표로 설정해보는 거다. 가령, 난 3개월 이내로 5킬로를 뺀다던가(아 다이어트는.. 원래 평생 내일부터 하는 거니까 제외) 이번 주말에는 북한산 정상에 올라본다던가 다음 달 휴가에는 혼자 여행을 가본다던가 등 기한을 정해두면 한결 수월하다. 그리고 그것을 해냈을 때 성취를 성공경험으로 득하게 된다.


누군가 내게 작게라도 성공경험을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완벽하게 공감한다. 스스로 설정한 목표를 조금이라도 이뤄냈을 때, 그 작은 성공들이 쌓여 자신감이 되고 자존감을 높인다. 자신감이 생기면 다시 성공경험을 득하기 위해 목표를 설정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그렇기에 개인에게 작게라도 목표 설정만큼 중요한 동기부여는 없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가끔 이런 사람을 마주하게 된다. '나는 목표 같은 거 없어. 회사 다니면서 그냥 돈만 벌면 돼. 별로 성장하고 이러고 싶지 않아.' 너무나 지당한 말이다. 내 회사도 아닌데 내가 뭐하러 회사에서 바라는 대로 목표를 세우고 성장하겠는가. 그러나 돈을 벌겠다는 목표가 있으니 다니고 있는 것 아닌가. 여기서 조금만 더 설정해보자. 돈 벌어서 뭘 할 건지.


가족을 먹여 살린다는 마음 하나로 벌 수도 있겠지만 가족들이랑 '내년에는 가족들과 해외여행을 가야지'라고 마음먹으면 약간 마음의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그냥 먹고살려고 벌 수도 있겠지만 '다음 달에는 비싼 스테이크를 먹겠어'라고 작게라도 목표를 세워보자. 그런 생각의 전환이 습관 되면 생각보다 그리고 지금보다 좀 더 활기찬 삶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미래는 예측이 안되기 때문에 '기대'를 할 수 있다. 비록, 좋지 않은 결과가 있을 수도 있고 기대하는 대로 안되어 좌절할 때도 있지만 미래에 대한 기대마저 없다면 사는 게 너무 팍팍하고 건조하다. 솔직히 이렇게 말하는 나도 좌절하고 중력에 가까울 만큼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는 날도 많다. 그럼에도 조금씩 성공경험들을 쌓아 가다 보면 분명 다시 좋아지는 나를 발견할 수 있다.


이렇게 얘기하면 내가 상당히 진취적인 인간처럼 보이겠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한없이 게으르고 하기 싫은 것도 잘 미루고 가끔 심각하리만큼 멍하게만 있다. 그래서 오히려 이런 마음들이 늘 필요하다. 딱 피곤하지 않을 만큼만, 그냥 지금 생각했을 때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정도로만 목표를 설정하고 산다. 스트레스가 많아지면 안 좋게 보일 수 있지만 '생각 내려놓고 필름 끊길 때까지 술 먹는 날'을 정하기도 한다. 진취적인 인간이 할 목표는 아니지 않은가.


브런치도 사실 스트레스 해갈 용도로 시작했다. 그렇게 회사의 부조리한 일들, 멍청하고 이해가 안 되는 동료들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 해갈한 글들을 보다 보니 스스로 써놓고 너무 웃기더라. 공감을 얻고 싶어졌다. 그래서 짧게라도 글(물론, 완전하게 정제된) 하나를 완성해서 부끄럽지만 발행해보자를 목표로 가졌다.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나니 브런치 북에 도전장도 내보는 것. 그렇게 목표는 연속성을 가진다.


회사도 그렇다. 난 내가 이 회사에서 어떤 위치에 가겠다던가 언젠가 구글에 가겠다던가 하는 목표는 없다.(아, 물론 옛날에 있었는데 그거 안 되는 거더라) 그냥 다음 달에 뭘 해야 된다는 게 정해 지거나 해야겠네? 생각이 들면 To do에 적어두는 것. 그 작은 행동이 나를 그냥 움직이게 한다. 그렇게 일을 하다 보면 미친 소리 같겠지만 재미까지 있어진다.


자신에게 약속하는 것은 지켜지지 않았다고 혼내는 상사도 없고 대체 넌 제대로 하는 게 뭐냐고 혼내는 엄마도 없다. (아, 그렇다고 내가 꼭 혼나기만 한 인생을 산 것은 아니다!...) 그러니 가볍게 목표를 설정하고 안되더라도 그냥 훌훌 털어도 된다. 다시 세우면 되지 뭐. 스스로와 약속하는 시간들을 늘려가고 그 미래를 기대하자.


나의 귀여운 아들이 이야기한 것처럼, 당신에게 그토록 '보고 싶은 미래'가 꼭 있기를 바란다. 그 미래를 위해, 오늘도 기대되는 하루가 되기를 바란다.


매거진의 이전글 선택이 필요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