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되고 병을 얻었다

아이를 위한 예쁜 마음들

by 달하

엄마가 되고 나면 많은 것이 변한다. 기상시간도 달라지고 먹는 음식도, 생각도, 외모도(?) 많은 것이 바뀐다. 워킹맘이 되면 라이프 사이클도 아이 중심으로 바뀐다. 평일은 회사의 것이요, 주말은 아이의 것이니 모든 날이 내 것이 아니다. 이렇게 내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놨는데 병이라니!


대부분의 엄마들은 아이를 낳고 나면 '자기반성'병이 생기곤 한다. 아무리 잘해도 항상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것. 이뿐만 아니라 엄마가 되고 나면 평소 나에게 없던 증세들이 생기기 시작한다. 엄마가 되고 나서 느끼게 된 몇 가지 병적 증세(?)를 소개해본다. 완치가 된 것도 있지만 아직 증세가 호전되지 않은 증세도 있다.






1. 의심병

나는 엄마 자격이 없는 것 같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스스로 내가 엄마 자격이 있는가에 대한 '엄마자격 의심병'을 득하게 된다. 가장 먼저 생기는 의심, 모성애다. 사람마다 편차가 있지만 모성애는 대체로 아이를 낳는 즉시 생기지 않는다. 나도 아이를 낳고 바로 생기지 않은 모성애 때문에 엄마자격이 없다고 스스로를 책망하곤 했다. 나는 엄마가 될 준비가 안되었는데 아이가 세상에 나온 것 같아서 너무 미안하고 스스로를 질책했다.


모성애는 엄마라는 존재가 갖는 신비한 마음이자 능력이다. 이 신비한 감정이 어찌 아이만 뚝딱 낳아둔다고 생기겠는가! 신이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아이를 주지 않는다. 아이를 낳고 다사다난하게 키워가면서 쌓이는 게 모성애다. 그러니 모성애가 안 생긴다고 스스로를 너무 질책하지 말 것.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치유될 것이다.


그러나 얼마 전 '엄마자격 의심병'이 재발했다. 치아 검진 1차 검진을 건너뛰는 바람에 약간 뒤늦게 검진을 갔는데 충치가 5개나 발견됐다. 난 충격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했고 1차 검진을 못 챙긴 스스로를 질책하며 좌절한다. 퇴근 후 집으로 돌아와 새근새근 잠든 아이를 보며 눈물을 글썽인다. 미안하다고, 엄마는 정말 자격이 없는 것 같다고. 이 증세는 장기치료가 필요하다.



2. 검색병

뭐든 잘해주고 싶어서


아이가 아프거나 발달이 궁금해지면 인터넷에 검색부터 하고 본다. 10개월 아기가 꿀을 먹어도 되는지, 23개월 아이는 몇 개의 단어를 구사하는지 등 요즘 엄마들은 검색 의존도가 상당히 높다. 그리고 검색의 끝에는 '맘카페'가 존재한다. 맘카페 내에서 나와 유사상황에 놓였던 경험자의 말은 신뢰가 가기 시작하고 그 말을 곧 정답처럼 여기게 된다. 실제로 도움이 되는 사례도 있긴 하다.


그러나 검색병은 정말 조심해야 하는 병이다. 안 좋은 예로, 한 때 논란이 됐던 '안아키'라는 카페가 있다. 한의사 양반이 '면역'이라는 좋은 단어로 약 안 먹이고 예방접종 안 하고 아이를 키우라며 강요했던 카페다. 엄마라면 내 아이가 아플 때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어 진다. 그렇게라도 해서 내 아이의 기침을 멈출 수 있다면, 내 아이에게 생긴 피부병이 나아질 수만 있다면 따라 하고 싶은 거다. 엄마는 그렇게 검색으로 좌절하고도 어쩔 수 없이 다시 검색에 의존하게 된다. 아이에게 뭐든 잘해주고 싶어서 그렇다.


나 역시 검색 의존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다. 안아키와 같은 안타까운 사건들이 있기는 하지만 대체로 검색은 유용하게 쓰일 때가 많다. 밤늦게 아이가 아플 때나 이상행동을 보일 때, 발달상황의 표준을 알고 싶을 때 등 워낙 잘되어있는 포털에는 수많은 정보들이 담겨있다. 검색병은 아이를 보다 잘 키우기 위한 좋은 수단이니 안아키와 같은 무분별한 정보를 너무 신뢰하는 것만 조심하자.



3. 비교병

왜 우리 아이만 느릴까


[영유아검진]
생후 4개월~60개월까지의 영유아를 대상으로 몸의 건강 상태를 검사하는 의학적 진찰


내 아이의 건강상태를 확인하라고 만든 제도인데 발달상태를 비교하기 시작한다. 내 아이가 전국 아이들 중 몇% 의 키를 갖고 있고 몸무게는 어떤지, 머리둘레는 너무 크거나 작지는 않은지. 병원부터 잘못됐다. 아이의 건강을 체크할 생각은 안 하고 표준치에 맞춰 어떻게 하라고 가이드를 해준다. 안 그런 병원도 있겠지만 대체로 영유아 검진이 너무 비교 중심적으로 상담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아이마다 성장은 천차만별이다. 또래에 비해 키가 조금 작아도 말이 더딘 것 같아도 괜찮다. 건강상 문제만 없다면 신체나 언어 발달은 아이마다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비교하지 말자. 조금 느려도, 조금 달라도 아이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며 자라고 있다.


아이가 둘 이상 있는 엄마들은 상대적으로 이 증세는 없는 것 같은데 엄마가 처음인 엄마들에게 많이 나타나는 증세 같다. 아이가 많이 어릴 때는 다른 아이들은 벌써 이만큼 크고 발달했는데 우리 아이는 제자리에 있지?라는 생각으로 비교를 많이 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보니 내 아이는 지금 제 속도로 잘 자라주고 있고, 조금 느린 부분이 있긴 하지만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옛 어른들의 명언 중 이런 게 있지 않은가. 건강하게만 자라 다오! 건강하면 그걸로 됐다.



4. 불안병

다른 아이들은 다 있는데


경쟁과 비교 중심의 사회를 살다 보니 아이를 교육하는 문화도 습성도 달라진다. 이런 변화 속에서 엄마들의 무시무시한 맘카페를 들어가게 되면 나도 모르게 몇 가지의 그들의 문화를 강요받는다. 문센(문화센터)을 안 가면 아이를 위해 문화활동을 안 하는 것 같이 느껴지고 집에 수백 권이 되는 전집이나 세이펜과 같은 값비싼 교구는 기본이다. 이런 준비가 안되면 우리 아이의 뇌 성장의 골든타임을 놓치는 것은 아닌지 불안해지기 시작한다.


어쩌면 정말 이 많은 준비가 아이의 창의성을 높이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필수 값은 아니라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나 또한 불안한 마음에 이것저것 좋다는 건 다 사들이곤 했었다. 그러나 막상 돌이켜보면 우리가 그런 환경을 갖추지 않았다고 해서 또래에 비해 현저히 뒤떨어지거나 하지 않았다. 게다가 비싸게 주고 사놓아도 아이가 원하지 않으면 끝이다. 예쁜 쓰레기가 될 뿐.


부모와 아이가 즐겁고 행복하게 할 수 있는 놀이라면 그걸로 충분하다. 집에서 엄마 아빠와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리는 것만으로도, 놀이터에서 공을 차는 것만으로도 아이는 느끼고 배울 수 있다. 환경이 잘 갖춰지지 않아도 부모와 함께라면 아이는 충분히 좋은 방향으로 성장할 수 있다. 나도 아이가 하고 싶다면 갖추겠지만 주변에 동요되어 뭐든 갖추려는 불안함은 갖지 않기로 했다. 이제 '완치'로 봐도 될 듯.



5. 집착병

연애할 때도 없던 병


연애할 때도 없던 병이 생겼다.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아이에게 집착을 하기 시작한다. 아이가 갖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은 다 해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아이가 원하면 별다른 제어 없이 원하는 그대로를 해주려고 노력한다. 그러고는 아이에게 묻는다.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엄마가 처음이라 그런 건지 아이에게 꽤 집착을 하게 된다. 앞선 4개와 같은 엄마라서 생기는 병을 넘어서 이제 연인과도 같은 사이가 되는 것. 어린이집에서 엄마를 찾느라 울고불고 난리 치지 않을까 안절부절못했었다. 어린이집 선생님이 전혀 안 울고 즐겁게 놀았다는 말이 거짓말이라고 생각했다. 아이를 불렀을 때 나를 향해 돌아보지 않으면 그렇게 속상하다. 하지 말라는 행동을 더 하려고 하면 화가 머리끝까지 난다. 그러다가도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좋다고 말하면 모든 분노가 눈 녹듯 녹아버린다.


이 밖에도 수많은 집착 증세가 있지만 너무 이상한 엄마같이 보일까 봐 이 정도로 마무리. 엄마에게 아이에 대한 집착 증세는 참 고치기 어려운 병인 것 같다. 아이에게 매일 사랑을 갈구하고 엄마를 바라보라고 집착한다. 엄마는 연애할 때도 집착으로 고생해본 적이 없는데, 이 조그맣고 사랑스러운 꼬맹이가 이렇게 엄마 마음을 고생시킨다. 여자 친구가 생기면 좀 고쳐지려나. 아니, 더 심해지려나!






병이라는 워딩을 썼지만 사실 아이를 위한 예쁜 '마음'들이다. 엄마가 되고 나니 아이를 위한 애정은 나날이 커지고 해주고 싶은 것이 더 많아지게 마련. 이런 마음이 커진 것뿐이니 증세가 있더라도 기분 좋게 받아들이자. 지구 상의 수많은 엄마들은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고, 앞으로도 잘할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어제보다 오늘 더 우리 아이에게 사랑을 듬뿍 주는 하루가 되기를 바란다.



엄마는 존재만으로도 충분해요.
세상 모든 엄마들을 응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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