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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은 Jan 16. 2023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나이는 못 속여

지난 2022년의 나에게 잘한 일을 하나 꼽으라고 한다면 아마 건강 챙기기일 것이다. '운동'이라는 두 글자도 있을 텐데 왜 굳이 다섯 글자로 늘렸냐 하면, 비단 운동뿐 아니라 필요한 영양제 등도 열심히 챙겨 먹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왜 잘한 일이냐면, 그동안 잘 안 챙겼어서..


올 해는 그래도 두 명만 보면 된다


과거 나는 위염으로 고생을 깨나했다. 뭐 조금 먹었더니 속이 더부룩하고, 배에 가스가 차고 아주 난리도 아니었다. 한 달을 넘게 내리 병원을 다니며 약을 달고 살았다. 소화가 잘 되지 않아서 밥 먹는 게 너무 괴로웠다. 한동안 내 인터넷 검색창은 '소화 안 될 때', '가스 빼는 운동' 같은 것들이었다. 근데 또 위염이라 먹지를 않으면 명치가 너무 쓰라려 안 먹을 수도 없었다. 어렸을 때는 안 그랬는데, 이제 나이는 속일 수 없는 것이 되어버린 건가..?


그때의 여파는 틈만 나면 간혹 찾아오곤 했다. 조금만 몸이 나빠진다 싶으면 위장이 그냥 "죽을게" 하고 난리 부르스를 피웠다. 그 밖에도 나쁜 자세로 인해 목과 허리가 아플 때도 있.. 많았고, 여기저기 쑤시고 뻐근하고 아프다. 이런저런 병명으로 매달 한 번씩은 병원을 방문했던 것 같다.


그럼에도 꾸준히 그러고 살았다. 왜 그러고 살았냐면 그냥 게을러서. 건강해지려면 운동이 제일인 걸 알고 있지만 몸을 움직여야 하니 싫었다. 침대에 누워서 유튜브 보거나, 앉아서 하루 종일 게임하는 삶이 즐거웠다. 운동하는 그 시간과 돈이 아깝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리하여 조져지는 건 나였다.




싫어하는 사람에게 '유병장수 하세요'라고 악담해주라는 짤을 보고 빵 터졌는데 내가 그렇게 되게 생겼다. 어디서 미움받았나? 또, 인터넷에서 옷 쇼핑을 하려고 하면 요즘엔 연예인들 같이 빼빼 마른 사람들만 입을 수 있는 옷만 팔아서 지금 몸 상태로는 도저히 입을 수가 없었다. 상의는 치와와 옷, 하의는 최홍만 옷인 그런 패션 트렌드는 나에게 너무 가혹하다.


그리고 나의 연인은 부모님보다도 이러한 내 상태를 더 잘 알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맨날 하는 말이 "자기.. 나 소화가 안 돼.." 였으니 말이다. 솔직히 진절머리 났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연인은 건강을 챙기라는 말과 함께 몰래 영양제를 선물했다. 위장 건강약부터 피부에 좋다는 콜라겐과 내 눈이 걱정된다며 루테인 등을 말이다. 본인도 영양제를 챙겨 먹고 있다 보니, 자기가 약을 먹을 때면 나에게도 약을 먹었냐고 물어봤다. 맨날 까먹고 있다가 "먹었어!" 하고 나서 그제야 먹었다. 그래도 참 다행인 건, 진짜 먹었는지 검사도 안 하는데 도둑이 제 발 저려 그때라도 꼭꼭 챙겨 먹었단 거다.


또, 연인은 일주일에 두세 번씩 한 시간 정도 운동을 하고 출근했다. 농담반 진담반으로 운동 가르쳐줄 테니 나보고 여기 와서 같이 운동하자고 꼬신 적도 많았다. 여기서 쓸데없이 사람이 현실적으로 변해선, "운동을 하기 위해 왕복 약 두 시간 넘게를 오가는 건 비효율적이니 너무 멀어서 안 돼"하고 거절했다. 하지만 맨날 빌빌 거리는 나랑 너무나도 비교되는 건강한 생활에 괜한 질투심(??)이 생겨 나도 집 근처 PT센터를 등록했다.


운동을 해본 적이 없으니 가르친다면 아마 이러지 않았을까


그게 벌써 반년 전 일이고, 나는 아직까지 PT를 받고 있다.




작심삼일도 10번만 하면 한 달이 된다고, 뭐든 꾸준히 하라고 얘기한다.


깜빡하고 종종 안 챙겨 먹었던 영양제는 알람을 설정해 두어 꼬박꼬박 챙겨 먹게 되었다. 다 먹었으면 자연스럽게 추가 주문을 했고, 더 좋아 보이는 약이 있으면 대신 사보기도 했다. 돈이 많이 들긴 하지만 아직 운동을 제대로 다 배우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고, 또 돈이 아까워서라도 억지로 헬스장에 나갈 터이니 오히려 좋을 것이라 생각해 PT도 계속 다니고 있다. 과자와 같은 간식거리는 일부러 사다 두지 않았다.


나의 건강을 챙기는 습관은 이렇게 굳혀져 갔고, 당연히 내 몸에도 변화가 생기게 되었다. 연인에게 항상 아프다고 징징대기 바빴는데, 이제는 그러한 일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소화 기능이 급격하게 좋아져서 뭘 먹어도 전부 소화해 내는 위가 된 것은 아니지만, 쉽게 위염에 걸려 몇 날 며칠 끙끙 앓는 사태는 많이 없어졌다. 저녁 5~6시쯤 먹은 저녁이 밤 12시, 새벽 1시가 되어도 여전히 위장에 머물러 소화가 안 되곤 했는데, 이제는 그런 경우가 별로 없다.


또, 꾸준히 운동을 하니 체력이 좋아진 것이 눈에 보였다. 사실 계단 오르는 건 아직 힘들기는 한데, 30초만 뛰어도 숨이 헐떡거리고 죽을 것만 같았던 러닝머신 위에서 이제는 1분~2분 사이는 거뜬하게 뛸 수 있게 되었다. 머신을 이용한 운동기구의 기본 무게인 5kg도 힘들어서 헉헉 거렸는데, 지금 5kg은 좀 가볍다. 달라진 인바디 결과지가 정말로 내 몸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었고, 이는 또 의욕을 불태웠다. 근데 왜 눈바디는 변화가 없냐고!!


오히려 이제는 내가 더 건강을 챙기려고 한다. 음식을 구매할 땐 영양성분을 꼭 챙겨보고, 연인이 간식을 많이 먹으려고 하면 짜증 내지 않을 선에서 "몸에도 안 좋은 거 그만 먹어!"하고 장난치곤 한다. 하지만 결국 연인의 꾀에 빠져 나도 같이 고칼로리 디저트를 먹게 된다. 그리고 밀려오는 후회는 덤..


아픈 건 본인 몸인데도 내버려 두더니, 남이 옆에서 챙겨주고 이끌어주니 그제야 습관을 들이기 시작했다.


나와 가까운 사람이 부담스럽지 않은 선에서 무언가를 권유하고, 직접 행동을 보여주면서 걸어가는 그 길을 나도 어느샌가 같이 따라 걷고 있었다. 아니, 같이 걷고 싶어서 열심히 뒤따라가고 있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이다. 하지만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라고, 열심히 따라가다 보면 나란히 걸을 수 있을 것이다.


나를 좋은 변화로 이끌어 줄 수 있는 누군가가 옆에 있다는 것은 로또에 당첨될 만큼 큰 행운인 듯싶다. 그래서 로또에 당첨이 안되나? 나 자신이 스스로 깨우치고 변화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조금 한심하다고 보일 수는 있겠지만, 타인에 의해서라도 이렇게라도 변화할 수 있단 점이, 그것도 긍정적인 방향이라 참 다행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오늘도 운동을 하러 간다.



개노답 삼 형제 출처 : https://m.clien.net/service/board/park/1683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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