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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삐딱한 나선생 Mar 20. 2016

우린 할 수 없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12. 싸움

엄마 생일을 맞아 부모님을 모시고 식사를 했다.

즐거운 대화 속에서 아빠는 강릉 모정탑이 좋냐고 물어봤다.

가봤더니 좋았고 걷기도 그리 힘들지는 않다고 얘기했다.

나는 이제 날도 따뜻해지니 교외의 경치좋은 산으로 놀러가자고 했다.


하지만 아빠는 뭔가 다른 말들을 한다.

"애들 둘 데리고 힘들어서 갈 수 있겠느냐?"

"거기까지 가서 올라갔다 내려오려면 아침 일찍 와야 될텐데 너네가 아침일찍 올 수가 있겠느냐?"


난 대답했다.

"아기띠를 매고 가면 되니까 힘들 것도 없죠. 그리고 시간이 부족하다면 가까운데로 가던가 조금만 올라갔다 내려오면 되고요. 굳이 되지 않는 이유를 끝까지 저한테 얘기할 필요는 없어요. 우리가 함께 가려면 되는 방법을 찾으려고 대화해야죠.."

아빠는 미안한듯 웃어 보인다.




난 대학시절 아내와 음식을 고르는데 참 힘이 들었다. 이곳은 친절하지 않아서 싫고, 저기는 깔끔한 느낌이 아니어서 싫고.. 나도 싫은 것은 있다. 하지만 함께 밥을 먹기 위해서는 되는 것을 찾는 대화가 중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하는 메뉴 고르기. 싫은 이유들을 꺼내선 선택할 수 없다. 서로 좋아하는 것을 꺼내어 교집합을 찾고 안되면 양보하고 이해해야 한다.


안되는 것들은 최대한 빨리 버리고 되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안되는 것의 이유를 주장하며 서로의 마음을 깍을 필요는 없는 것이다.





두 돌이 지난 우리 첫째는 이런 말을 자주 한다.

"하늘 날고 싶다."

이 아이에게 인간이 하늘을 날지 못하는 이유를 설명하는게 의미가 있을까?

아니 왜 날지 못하도록 애써 가르쳐야 하는가? 인간이 날 수 있는 방법은 정말 많다. 난 이 아이가 날 수 있도록, 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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