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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의 나비효과

by 삐딱한 나선생

'밥 남기면 지옥 가서 그 남긴 밥 다 먹어야 돼.'


밥 남기지 말라고 흔히 어른들이 했던 말이다. 하지만 지옥에 가기 이전에 먼저 다 먹어야 되는 것이 있다. 그것은 나태의 결과들이다. 지금 누워서 스마트폰으로 이 글을 보고 있는 당신! 놀라지 마시라~~ 이 글을 읽고 있다는 것은 나태함과는 정반대에 있음을 의미하니까..


난 교사다. 우리 반에는 우유통에 우유가 가지런히 정리되어 반납된다. 물론 처음부터 그렇게 되는 것도 아니고 항상 그렇게 되기도 힘들다. 하지만 맨 처음 우유통 안의 카오스를 봤다면..(또는 우유통에 3점 슛을 날리는 학생을 봤다면) 그냥 넘어가선 안된다. 그 질서를 잡는 데까지 오랜 세월이 걸릴지 모른다. 또 그 질서는 쉽게 무너질지도 모르지.. 하지만 난 포기하지 않는다.


난 아빠다. 첫째 딸은 돌이 지나고 걷게 되면서 자기 기저귀는 자기가 버린다. 정말 별것 아니다. 넘어져도 일어서서 손을 탁탁 턴다. 이것도 정말 별것 아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내가 내 아이에게 나태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난 두 딸을 데리고 있지만 이렇게 맘 편히 글을 쓰고 있다.(내 와이프가 독박 육아라고? 정말?-http://blog.naver.com/ysi3626) 어제는 우리 첫째가 친할머니, 할아버지를 따라 갔다.(우리 엄마는 나보고 애를 얼마나 못 살게 굴었으면 엄마, 아빠 찾지도 않고 잘 놀고 있다고..) 영상통화를 했는데.. 엄마 아빠 사랑해~ 오늘도 안온 덴다.(올레!!) 육아를 하고 있는 독자라면 정말 크나큰 선물이라는 걸 알 거다.(실제로 내 생일이 어제였음..)


사건 하나만 이야기하고 싶다. 아내가 둘째를 낳고 이제 조리원에서 나올 때였다. 난 짐을 챙기러 본가에 가려고 지하주차장에 들어갔다. 마침 그때 내 부모님과 첫째 아이가 지하주차장으로 내려오는 중이었다. 우리 첫째는 아빠 차를 알아보고 신나서 "아빠 아빠" 불렀다. 난 금방 다녀올 거라 그냥 돌리려는 순간.. 아이 목소리가 울음과 괴성으로 바뀜을 알았다. 난 바로 차를 세워 아이에게 달려갔다. 만약 이 날.. '내가 잠깐 인데뭐, 아니면 다시 멈춰 내리기 귀찮다거나, 또는 아이의 감정을 무시했다면...' 오늘의 휴가는 없었을 것이다.


물론 결과적인 현상을 따져 오늘의 휴가를 얻기 위해 아이를 만나러 간 것은 아니다. 나는 내 아이를 사랑하고 그 아이의 감정을 존중한다.(나의 감정 또한..) 신뢰를 바탕으로 한 애착은 이렇게 생기는 것이다. 내가 힘들다고 한 번 놓아버린 순간.. 그 아이는 나를 다시 믿기까지 정말 힘들 것이다. 그리고 한 번의 불신은 다시 매운다 한들 결코 본래로 돌아갈 수 없다. 마음에 금이 남기에..


기억하라! 지금 당장의 편함을 선택하면 당신은 앞으로 그 이상의 불편함을 평생 겪게 될 것이다. '치유되지 않은 역사는 썩어서 돌아온다.'


이 세상의 모든 개념들은 아주 '작은 차이'에 의해 세분화된다. 그 '작은 차이'로 인해 무엇인가로 결정하는 것은 당신에게 있다. 나태와 여유를 구분할 줄 알고, 몰입과 매몰을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다.


당신은 지금 자신의 어떤 나태함의 결과라고 생각하는가? 아니면 나태함을 이겨낸 성공한 모습인가? 이제는 결정해야 한다. 이 나태함에 지고 평생 그 쓴 맛들을 볼 것인가. 아니면 아주 작은 나태함부터 이겨나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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