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삐딱한 나선생 Sep 25. 2016

버릴 수 있을 때 줍니다(1)

24. 소유

너무 가지려고 하면 가지 못합니다.

계속 고집한다면 혼자 가게 되겠지요.



장난 깜


며칠 전, 아이를 데리고 하남의 대형 복합쇼핑몰에 갔습니다.

그 안엔 아주 큰 장난감 가게도 있더군요.

장난감 가게에 갔지만 장난감은 절대 안 사줄 겁니다.

우리 아이는 이미 알고 있지요.


장난감을 사달라고 떼쓰는 아이는 마트를 못 데려 옵니다.

장난감을 손에서 놓을 수 있을 때 모든 장난감을 구경합니다.

고생하시는 판매자 분들, 미안합니다.

오늘도 그 멋있는 장난감들 구경만 하고 나옵니다.



명품 빽


아내는 이런 이야기를 하네요.


"예전에 백화점 같은 데를 가면 진열장에 걸려있는 명품들을 내가 사지 못한다는 열등감을 갖고 있었어. 

난 돈이 많지 않으니까, 아껴야 되니까 하는 마음에 그걸 보는 내 마음이 좋지 못했지.

그런데 지금은 저걸 사겠다는 마음이 없으니까 오히려 편하게 아이쇼핑을 할 수 있는 것 같아.

그냥 예쁜 가방이지만 무겁게 들 필요는 없을 것 같은? ㅎ

하지만 누가 사주면 들고 다니겠지? ㅋ"


명품을 버릴 수 있을 때 쇼핑을 합니다.

갖지 못한 마음은 박탈감을 주지만, 소유하지 않을 당당함 앞에 명품은 그저 예쁜 가방입니다.

자본주의의 길을 쫓아가는 것이 아닌 그 안에서 내 길을 가는 것.

하지만 아내의 마지막 말이 걸려 명품관을 보면 사뿐히 빽스텝을 합니다.



자 똥차


자동차를 너무 사랑해서 자기 몸보다 깨끗이 닦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 안에 들어가려면 신발의 흙을 털고, 신체를 정갈히 하고 들어와야죠.

당연히 음식물은 반입금지입니다.

정말 예쁜 자동차지만 그 안에 함께 타고 싶지는 않네요.


제 아내는 제가 외제차를 사도 된답니다.

"그 차를 사면 나랑 아가들 태우고 많이 놀러 다닐 거잖아."


아내는 기억합니다.

대학시절 자전거 뒷바퀴가 터지면서도 공지천까지 수도 없이 태우고 다녔던 그 시간들을.

아내는 믿습니다.

그 멋진 자동차로 자신을 출퇴근시켜주고, 가족과 여행 다닐 거라는 걸.

날 위해 똥차 만들 자신 있으면 좋은 차를 줍니다.



버릴 수 없는 널 버린다


명품 밝히는 여자라면 돈이랑 살라고 합시다.

장난감 사달라고 떼쓰는 아이는 집에 고이 모셔 둡니다.

차가 더러워진다는 놈하곤 더러워서 같이 드라이브 하겠습니까.


누구나 갖고 싶은 것은 있지요.

중요한 건 물질과 함께 마음도 성장하는 겁니다.

내 소유의 중요함만을 말할 때 넌 없습니다.

소유를 넘지 못하면 공유는 없습니다.


내가 비운 공간만큼 채울 수 있습니다.

너를 버릴 때 나를 줍니다.

그리고 함께 채워갑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미니멀리즘-2) 귀차니즘과의 종이 한 장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