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0월 15일
친한 후배 부부와 만남을 지속하다 우리끼리 독서토론을 해보는 건 어떨까 말을 꺼냈다.
책을 싫어하고 멀리했던 내가 이렇게까지 변한 건 이 부부의 영향이 크다.
아기들이 울고 떼쓰기도 하고 모양새 있는 토론이라 하긴 어렵겠지만 이 순간을 기록으로 남기려 한다.
함께 나눈 이야기, 그리고 내 생각을 다시 정리하며 이 매거진을 시작한다.
소비에 대한 인식
자신의 인생관에는 살아온 환경과 경험이 정말 중요하다.
돈과 소비에 관한 것도 예외일 수 없다.
돈에 대한 결핍과 열등은 이를 더 채우려고 노력하게 만든다.
가난했던 과거에서 벗어나기 위해 돈을 추구하고, 내 자식에게는 가장 좋은 것으로 채워주려 한다.
하지만 배풀지 않았던 아버지 밑에서 돈 보다는 소유에 집착하게 되었다.
넓은 집이라도 내 집이 아니라면 의미 없고, 불편한 풍요속에 있느니 부족한 내 것에 만족하겠다.
돈을 모으기 위해 가족과의 행복을 버릴 거라면 차라리 난 조금 소유하고 행복하게 소비하겠다.
적절한 소비
우리 두 부부는 사치를 하는 항목이 거의 없다.
메이커를 따져 옷을 입는 것도 아니고, 물건은 최대한 저렴한 것으로 구입한다.
빈 속을 물질로 채우는 일은 하지 않는다.
최소한의 소비로 생존할 헝그리정신을 갖고, 미래와 의미 있는 일에 소비하고자 한다.
하지만 적절한 소비란 어디까지나 자신의 소득에 따른다.
내가 외제차를 산다면 사치이나 돈이 많은 사람이 외제차를 하나만 갖고 있는 건 검소한 것인지 모른다.
소득이 적고 불안하다면 기본적인 생활조차 사치가 될 것이다.
누구나 자유로운 소비를 꿈꾼다.
허나 나에겐 돈이 공급되는 곳이 없다.
소비는 날 노동으로 구속한다.
노동자가 아니라 소비자로만 있고 싶은 거죠.
노동자는 노예이지만, 소비자는 주인이니까요. - 49p
노동으로부터의 해방
지주와 소작농이 있던 시절, 지주는 노동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었다.
과거에는 땅이 생산의 수단이었다면, 지금은 건물(땅), 기업이라 할 수 있겠다.
누구나 부자를 꿈꾼다.
일 하지 않아도 돈이 풍족한 그런 상태 말이다.
이를 통해 강제된 노동에서 벗어나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며 살아가길 바란다.
나도 이 자본주의 시스템 안에서 살아남아야 하고 좀 더 나은 삶을 살고 싶다.
하지만 두렵다.
내가 지주가 되고, 작은 이건희가 된다면 그걸로 끝인걸까.
내 자유는 다른이들의 노동 덕분이 아닌가.
노동의 가치를 제대로 보상받을 수 있는 세상이 되길 바란다.
비정규직, 기간제로 생존의 소비가 사치가 되는 직업을 만드는 짓은 그만 두길.
직업이 최소한의 생존을 위한 소비는 가능케 해야 하지 않겠는가.
살아남기 위해 위로 올라가려는 게 아니라 아래도 살만해서 평등해지길 바란다.
소수의 가진자가 아니라 모두가 노동에서 해방되길 꿈꾼다.
하지만 모두의 완전한 해방은 인간의 모든 노동을 로봇이 대체하는 사회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니 아직은 소수의 완전한 해방이 아닌 작은 해방을 함께 나누어야 하지 않을까.
우리를 착취하는 자를 욕하면서 속으로는 우리도 그 착취자가 되려고 하지는 않는가.
우리가 저주해야 되는 건 뭐냐면, 인간인 주제에 건방지게 일도 안 하고 편히 먹고사는 거예요. -92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