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주의 다~상담3-2) 가면①

by 삐딱한 나선생

가면에 대해서는 많이 이야기 나누지는 못했다.

아이가 떼를 쓴 시점이기도 하고

1. 가면을 꼭 벗어야 하는 것인가에 대한 문제 인식

2. 철학자 강신주의 가면에 대한 부정적 견해

가 크게 작용했다고 해야 할까.

하지만 내 아내는 가면 부분에서 할 말이 많았다.



가면으로 사는 자


내 아내는 철저히 가면으로 살아온 사람이다.

싫으면 싫다 좋으면 좋다 말하지 못했다.

20살에 처음 만나 몇 년 동안 내가 요구했던 것은 사랑을 달라는 것이었다.

날 정말 좋아해서 만난다는 느낌을 준 적이 없다.

부모, 친구, 나 사이에서 이리저리 끌려다닐 뿐이었다.


지금에 와서 아내는 이렇게 말한다.

대학생 때 나는 내 시간을 쪼개고 쪼개서 노력하는데 모두에게 불평만 들었다.

엄마는 주말에 집에 좀 오라고 하고, 친구는 남자 친구 생기더니 친구는 거들떠도 안보냐 그러고, 남자 친구란 놈은 자기 빼고 다른 건 다 버리라고 한다.


어제도 아내와 술 한 잔을 기울이며 또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내는 어릴 적 아빠도 불쌍하고 엄마도 불쌍했단다.

아빠가 일하고 오는 모습에, 엄마가 불평하는 모습에 자기 자신이 힘든 건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자기 힘든 건 속으로 다 죽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자기 스스로 자신의 마음의 소리를 무시하기로 결정했으니 누가 그 소리를 들어주겠는가.


여리고 약하고 착했던 아내는 착한 가면을 쓰고 살아왔다.

그리고 그렇게 좋은 사람으로 평가받으며 가면을 자신의 얼굴처럼 여기며 살아왔다.

자신이 원하는 것, 화나는 것, 슬픈 것도 다 버리고 나면 좋은 사람이 되었으니까.


난 아내의 가면을 깨려고 10년 넘게 노력했다.

대학 4학년 때는 지금의 장모님에게 전화해서 막 따졌다.

아내에게 전화를 넘겨 니 속 얘기를 하라고 시키기도 했다.

누가 봐도 정말 미친 짓이다.


하지만 난 아내의 맨얼굴이 필요했다.

날 사랑한다고 말해줄 한 여자의 진심이 필요했다.

그걸 대신해 아무리 나한테 잘하고 집안일을 해줘도 난 가정부와 결혼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나에게 맞춰줄 가면이 아닌 너의 맨얼굴을 보여다오.

난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싶다.



가면을 쓰는 건 약자가 살아가는 방법이에요.- 13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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