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요즘 글쓰기에 힘이 빠졌다.
머릿속으론 책을 그리고 있으나 뱉어내는 건 흩어진 낱말뿐이다.
쓰고자 하는 이상은 높으나 현실은 따라주지 않는다.
다른 사람의 성공 앞에 무기력함을 느끼기도 한다.
난 한없이 작아진다.
작은 요구
우린 가진 것 없던 대학생부터 시작했다.
3천 원짜리 분식집만 다녔다.
서로에게 더 큰 요구를 할 수 없었다.
우린 작은 요구로 만족하는 사람이었다.
난 한 사람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돈도 명예도 사회적 관계들도 필요 없었다.
많은 것을 바란 것이 아니다.
하나를 간절히 원했다.
지금 그 한 사람을 기반으로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지금 내게 어떤 큰 욕심이 생긴 걸까.
뿌리를 내린 나는 이제 나를 실현하고자 한다.
나는 나 자신을 지금보다 큰 사람이라 여기는 것이다.
내가 요구하는 것이 너무 커져버렸다.
작은 행복
그녀는 작은 그릇이다.
누구에게 내세울 뛰어난 능력은 없다.
작은 일에도 크게 흔들리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만큼 작은 일에도 만족한다.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다.
그저 카페라떼 한 잔이면 만족한다.
분식집에서 김말이 세트만 시켜줘도 행복해한다.
나도 분명 그런 사람이었다.
하지만 내가 내 그릇을 키워버린 후 힘들어졌다.
작은 것에도 행복하다.
작은 행복에 만족한다.
돌아가야 할지 모른다.
큰 이해
일주일에 회식 한 두 번은 당연히 있는 것으로 여긴다.
내가 술 먹는 날은 두 아이를 재우면서도 불평하지 않는다.
주어진 삶에 불평하기보다는 작은 만족으로 채우는 사람이다.
자신은 아직 꿈이 없으니 나의 꿈을 지원해주겠단다.
작은 그릇은 쉽게 찬다.
나는 찼으니 너에게 준단다.
그 작은 그릇이 베풀 수 있는 아량을 큰 그릇은 알지 못한다.
작은 그릇인 그녀는 날 현재에 살게 해 준다.
이상적인 나, 미래의 내가 아니어도 괜찮단다.
자신을 더 채우지 않고 나에게 더 바라지 않는다.
오늘도 작은 그릇에서 넘치는 마음으로 내 빈속을 채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