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불행을 외면하는 방법

by 삐딱한 나선생

아내는 지금 설거지를 하고 있다.

나는 지금 게임을 하고 있다.

난 아내의 고생을 외면하고 있다.



불행을 보는 것


비가 오면 짚신 파는 아들 걱정, 해가 나면 우산 파는 아들 걱정을 한다던가.

엄마가 자식 걱정하는 건 고마운 일이나, 그 엄마는 너무 힘들겠다.

비가 와도 슬프고 해가 떠도 슬플 테니.


우리 부모님께 영화를 같이 보자고 했었다.

애는 어떻게 하냐고 해서 처가에 맡긴다고 했다.

부모님은 미안해서 어떻게 그러냐고 말했다.


함께 영화를 보는 행복보다 애를 보는 불행이 보이나 보다.

하지만 미안한 마음은 불행과 함께 행복도 없애버렸다.

우린 어느 쪽 부모님과도 영화를 함께 볼 수 없으니 말이다.



불행을 주는 것


비가 와도, 해가 나도 행복하려면 불행을 외면해야 한다.

비가 오면 짚신 파는 아들은 잊고, 우산을 잘 팔고 있을 아들을 봐야 한다.

아기를 보는 고생보다 함께 영화를 보는 행복에 집중해야 한다.


나는 부모님과 영화를 볼 수 있었다.

장인, 장모님은 부모님을 모시고 영화를 보려는 좋은 마음을 봐줬다.

우리 부모님은 장인, 장모님을 모시고도 영화를 보라고 했다.

양가 부모님은 서로에게 불행을 넘겨주었고, 행복을 얻을 수 있었다.



불행을 겪는 것


우리는 함께 행복하기로 했다.

난 당신의 불행을 없애주려고 노력할 것이다.

하지만 내가 당신의 불행을 어찌할 수 없을 땐 당신에게 맡길 것이다.

나 또한 나에게 주어진 불행을 온전히 겪어 낼 것이므로.


당신이 불행하다고 나까지 불행할 필요는 없다.

내가 불행하다고 당신까지 불행할 필요는 없다.

우리는 상대가 불행해도 행복할 수 있다.

우리는 더 많은 행복을 누리며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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