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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입만 줄래?

by 삐딱한 나선생

첫째가 과자를 맛있게 먹고 있다.

난 첫째에게 아빠도 한 입만~ 이런다.

첫째는 깊게 고민하다가 귀퉁이를 떼서 건넨다.


아내는 날 이해할 수 없다.

저 인간이 벼룩의 간을 파 먹으려나.

뭐라도 먹이고 싶은 엄마의 마음을 좀먹고 있다.



소중하니까


첫째에게 과자는 너무나 소중하다.

그 소중한 것을 다른이에게 준다는 건 정말 힘든 일이다.

마치 내 새차를 친구에게 빌려주듯, 아내의 비싼 가방을 동생에게 빌려주듯.


하지만 그 힘든 일을 우리 첫째는 해냈다.

과자가 너무 소중하지만, 아빠는 더 소중하니까.

난 과자를 이겨서, 내가 과자보다는 소중해서 행복하다.



주고 싶다


나도 주고 싶다.

과자도 주고 싶고, 원하는 걸 다 주고 싶다.

허나 더 큰 걸 주고 싶다.


내가 너를 채우려했던 마음이
자기 입을 채우려는 이기심이 되지 않기를
너를 채우려했던 나의 마음을 니가 갖게 되기를..


너의 손에 있는 과자 보다,

내가 널 배불리고 싶은 욕심 보다,

니가 그 욕심을 넘어 다른 사람을 채울 마음을.



마음 한 입


둘째가 과자를 맛있게 먹고 있다.

난 또, 둘째에게 아빠도 한 입만~ 이런다.

둘째는 과자를 잡고 있는 그 작은 손을 내민다.


난 과자를 먹는 시늉만 한다.

과자는 먹고 싶지도 않았다.

나에게 나눠주려는 그 마음이 먹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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