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과 죽음은 최대한 뒤로 미루라던가.
분명 결혼은 혼자인 삶의 죽음이긴 하다.
결혼이 아쉬운 것은 나로서의 삶이 그리운 것이다.
그리운 나
그때가 그립다.
친구들과 운동하던 그때가.
밤새 술 마시던 그때가.
자유롭던 그 시절이 말이다.
그때가 그립다.
인정받고 생활했던 그때가.
내 꿈을 펼쳤던 그때가.
화려했던 그 시절이 말이다.
각자가 잃어버린 '나'는 다를지 모르겠다.
남녀의 입장 차이도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좋았던 과거이기에 지금이 나쁘게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난 과거가 어두워 지금이 밝게 느껴진다.
고마운 너
별로 그립지 않다.
난 친구도 많지 않았다.
뛰어난 성과를 낸 것도 없다.
너를 만나기 전이 별로 그립지 않다.
너는 내 곁을 지켜주었다.
너는 내 즐거움을 가져가지 않았다.
너는 내 외로움을 가져가 주었다.
하지만 모두 나 같을 수 없다.
행복한 과거를 가진 것이 죄는 아니잖은가.
그래도 말하고 싶다.
아마도 당신만 버리고 사는 건 아닐 거라고.
서로 포기한 흔적
물론 정말 몰염치한 인간도 있다.
난 하나도 버릴 수 없다고 배 째면 답이 없다.
그전에 이런 줄 모르고 결혼까지 한 당신이 안목이 안타까울 뿐.
여기까지 왔다면 내가 이러려고 결혼했나 자괴감에 빠지는 수밖에.
우리는 자신의 고통만 느낀다.
당신이 같이 아프다고 내 고통이 없어지지 않는다.
하물며 나만 아프다고 느낀다면 억울함에 분노까지 치민다.
마치 층간소음 같다.
나는 충분히 조심하고 있지만 아래층에서는 배려심이 없다고 한다.
나는 충분히 참고 있는데 위층에서는 이해심이 없다고 한다.
소통의 단절은 더욱 내 고통에만 집중하게 만든다.
당신 곁의 그가 정말 몰염치한 인간인가.
만약 믿고 함께 하고 있는 사람이 맞다면 대화를 하자.
나의 고통은 '잃어버린 나'에 있으나, 나의 억울함은 '잃지 않은 너'에 있다.
분명 그 속에서 서로 포기한 흔적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서로 잃어버린 '나'를 통해 우리가 되어 가고 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