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업무 분장이 끝났는가.
이제는 그걸 지시하거나 지원할 수 있다.
같은 행동이라도 지시가 될 수도, 지원이 될 수도 있다.
지시
우리 학교에는 작은 텃밭이 있다.
한 번은 아내와 아이를 데리고 몇 개 따러 갔다.
그걸 우연히 본 선생님 한 분은 아내한테 뭔 밭일까지 시키냐고 했다.
하지만 난 밭일을 시킨 적이 없다.
오이가 있고, 필요하고, 가져가도 돼서 왔다.
난 아내와 마트를 온 것과 다름없다.
내가 아내에게 밭일을 시키면 지시이다.
아내가 가져갈 수 있도록 해준 것은 지원이다.
지시는 상대의 요구이고, 지원은 나의 요구이다.
아내는 식재료를 원했다.
좀 더 저렴한 재료를 찾아다니는 그녀이다.
난 심지어 공짜 재료를 제공했다.
지원
위의 내용을 보고 이런 생각을 할지도 모르겠다.
'그냥 재료를 따다 주면 되지 않아?'
'요리까지 해줘야 진짜 지원이지.'
하지만 난 그러고 싶지 않다.
내 지원은 당신의 지시로 인하지 않았다.
내 순수한 도움의 마음을, 부담으로 만들고 싶지 않다.
또, 업무책임을 넘기려는 태도는 싫다.
밥은 여자의 일, 운전은 남자의 일을 말하진 않는다.
다만 그 어떤 일을 맡더라도, 그 일을 책임지려는 태도는 기본이다.
업무를 지원한다는 건 너와 나의 일이 확실히 구분되었다는 걸 전제로 한다.
그리고 그 일을 완전한 내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을 때만 도움의 고마움을 느낄 수 있다.
지원적 관계
아내가 아이를 보라고 시키면 지시다.
알아서 아이를 데리고 가면 지원이다.
스스로 하면 지원이 되고, 질질 끌려서 하면 지시가 된다.
그건 상대를 유심히 관찰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서로에게 능동적인 상태.
이것이 지원적 관계이다.
그저 밥하는 일을 지원하라는 말이 아니다.
힘들면 쉴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상대의 삶을 지원해주란 말이다.
우리는 또 밭으로 간다.
아내는 고마워한다.
아이들은 즐거워한다.
난 가족의 행복을 지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