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움에서 항상 이길 수는 없다.
질 것 같은 싸움은 피하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지더라도 싸워야 하는 순간이 있다.
약함
난 키가 작다.
딱히 잘하는 운동도 없다.
만만히 보이기 쉽다는 말이다.
센 애들이 있다.
키도 크고 싸움 잘하는 애들.
약한 사람을 아주 함부로 대한다.
그들이 으스대는 건 꼴 보기 싫을 뿐이다.
그러나 그 영향이 나에게 직접 올 때가 있다.
무시하거나 명령하거나 하는 짓거리들.
지더라도 싸우고 싶었다.
10대를 맞아도 한 대를 때리고 싶었다.
나도 자존심 있는 사람이다.
저항
이길 수 있을 거라 생각지는 않았다.
그래도 지고 싶지 않았다.
바보처럼 당하고 있을 수만은 없지 않은가.
중고교 시절엔 표현하지 못했다.
그저 속으로만 끓었다.
그럴수록 저항의지는 강해졌다.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적어도 물리적 폭력은 없다.
어렸을 적 그 약한 정신만 이기면 된다.
어릴 땐 미워서 싸웠다.
지금은 지키려고 싸운다.
내 감정의 영역을 침범하는 자로부터.
면역
같이 근무하는 선생님이 그런다.
똑같이 "가보겠습니다."했는데 너는 뭐라 안 한다고.
난 그 이유를 알고 있다.
우리 교장선생님은 언어를 세심히 쓰신다.
죄송, 감사 등의 올바른 사용도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난 언어의 형식보다 내용,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대답했다.
물론 윗사람에게 이렇게 말하기 어려운 일인 걸 안다.
그래도 꼭 말하고 싶었다.
미움이 아닌 내가 가진 생각을, 나라는 사람을.
모든 생명은 면역체계를 갖고 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병균과 싸우고 있다.
그러나 싸우기를 포기하는 순간 죽는다.
이길 수 있어서 싸우는 게 아니다.
이기려고 싸우는 것도 아니다.
그저 살아있기에 나오는 나 자신일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