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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삐딱한 나선생 Mar 01. 2016

2) 계층화 된 사회, 단절된 관계

15. 사랑과 관계

난 반말을 예찬한다.


반말이 갖는 힘. 내가 평생 부모님께 존댓말을 하며 갖지 못했던 친밀함, 편함.. 존댓말이 갖는 그 보이지 않는 벽이란..


하지만 실제로 반말을 하고 지내는 사이는 그리 많지 않다. 동갑이거나 내 반말을 '허락'해준 몇 명의 형, 누나 또는 마음을 연 동생 몇..


많이 친했던 형이 있다. 난 가까워지고 정말 좋다고 생각되어 반말에 대한 얘기를 몇 번 꺼냈었다. 하지만 결국 여전히 존댓말이다. 이유는 다른 동생들도 있는데 나한테만 그러면 모양새가 이상하다는 것이다. 주변의 눈, 사회적 인식을 많이 신경쓰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나이가 1차적 계층이 된다.


빠른 년생, 생일, 학번, 재수 등등 우리나라에서 그렇게 치열하게 따지고 드는 이유.. 대한민국에서는 늦게 태어나면지는 거다.


군대가면 듣는 소리 "아니꼬우면 군대 먼저 들어오던가!"


동문회를 가면 느껴지는 분위기..

44기가 1기 대선배님을 만나려면 43계단을 지나야 한다. 물론 가고 싶지도 않겠지.. 하지만 중요한건 단순한 순서 배열만으로도 44기 43기 42기에 위아래가 생긴다.


직급이라는 넘사벽의 계층


내가 처음 교직에 들어왔을때만 해도 교장실은 정말 함부로 갈 수 없는 곳이었다. 결재판에 FM대로 딱맞는 서류를 들고 학년부장, 연구, 교무, 교감 결재를 받아야만 겨우 들어갈 수 있었다.


이런 상황에 나와 교장이 직접적인 관계 연결이 될까.. 교장과 대면하기 위한 그 많은 관문을 무시하고 다가갈 수 있을까..


아니꼬와도 동기


아버지의 어머니, 내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아버지의 군대 동기만 찾아왔다. 퇴직하고 나면 남는건 동기밖에 없더라..


위에서 날 허락하지 않으면 관계란 없고, 아래에서 날 받아주지 않으면 난 그저 '상사'다.

계급이 존재하고 수많은 입대 기수로 구분되는 군대(사회, 회사라고 다를바 없다)에서 서로 반말이 가능한 관계.. 동기


직접연결의 관계


계층이란게, 직급이란게 없는 사회는 찾기 힘들 것이다. 다만, 계층이 세분화 될수록, 그 조직의 위계적, 수직적인 성향이 강할수록 관계는 멀어져간다.


나이가 많거나 적거나, 교장이거나 아빠거나 난 사람으로 보인다. 누구를 통한 관계가 아닌 직접 연결되는 관계가 아니라면 어차피 그는 그냥 나에게 '사람'이 아니다. 교장과 단 둘이 한잔 기울일 수 있다면..(아마 좀 힘들겠지.. 그 사람들이 날 '사람'이 아닌 '어린 교사'로 볼테니)


난 또 한 가지 노력하는 것이 있다. 파생된 관계의 다리를 끊는 것.

내 와이프를 형수가 아닌 누나라고 듣도록 하는 것. 나로 인해 파생된 관계였으나 '너'로서 존재할 수 있도록..

"누구 엄마, 누구 엄마" 아이로 파생된 관계를 넘어 당신의 '이름'으로 존재하길 바란다.



사랑에는 나이가 없다. 이 말이 연애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진정 사랑해야 할 것이다. 날 사랑하지 않는다면 난 그저 건방진 어린놈, 부하직원, 후배, 아들일 뿐이다. 난 사람으로 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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