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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삐딱한 나선생 Feb 29. 2016

하위 종속

8. 사랑과 실존

우리는 모두 으로 태어난다. 

하지만 사람답게 사는 건 쉽지 않다.

나를 아래로 떨어뜨리는 일을 막지 못하면 말이다.



1차 종속


태어나는 동시에 나를 정의하는 개념들이 있다.

둘째, 막내, 아들, 출생연도(나이) 등.

자연적으로 받은 그것들이 날 부자연스럽게 만들기도 한다.


난 아빠가 사람으로 보인다. 

나도 사람으로 존재하고 싶다. 

그러나 끝까지 나를 '아들'로 보려고 한다.

 

70살 먹은 아들을 90살 먹은 아빠가 걱정해서 잔소리를 한단다. 

그 마음 이해 못하는 건 아니다. 

나도 아들 된 도리, 효를 모르는 바도 아니다.


하지만 옆에서 엄마가 한 소리 한다. 

아들인 네가 좀 참고 이해하라고.

어머니인 당신께서도 아내로서 참고 살았으니.



2차 종속


2차 종속은 살면서 갖게 되는 나의 개념을 말한다.

"OO회사 OO부서에서 과장으로 있는 누구입니다."

직업, 직급, 정규직 등 사회에서 나를 설명하는 것들이다.


하지만 내가 가진 것들이 거꾸로 나를 가지려 든다.

내가 교사가 된 것인데, 나는 없고 교사만 남는다.

인간 나영상이 아닌, 교사 나영상만 남는 것이다.

 

노동자면 시키는 데로 일을 해야지.

사장이면 손님한테 똑바로 해야지.

당신을 구속하고자 하는 그 누군가에게는 정말 좋은 명분이 된다.


의사니까 환자를 치료하고, 교사니까 애들을 가르치는 건 맞다. 

그러나 의료용 도구로, 교육용 도구로 인간을 대하면 안 된다.

우리가 2차적 개념을 서로에게 강조하면 정말 비인간적이 된다.



종속 이전


네가 첫째인데, 어떻게 여자가, 남편이면.

선생님이 돼가지고, 학생이면 학생답게.

입을, 마음을 닫게 만드는 말들이다.


엄마가 날 사람으로 봐줄 때 행복하다.

아들로 대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안정적인 교사로 볼 땐 서글프다.


상대가 나를 어떠한 개념으로 규정하는지 늘 경계하라.

인간이 인간 이하의 개념에 귀속될 때, 인간은 인간 본연을 잃어간다.

내 주변에 날 인간 이하의 개념으로 대하는 사람이 많아진다면, 내가 인간이었음을 잊어버리게 될지도 모른다.


우리는 태어난 이상 1차, 2차적 규정을 벗어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나를 인간으로서 대해주는 사람들을 많이 찾아야 한다.

그들만이 껍데기가 아닌 살아 있는 나를 느끼게 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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