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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삐딱한 나선생 May 04. 2019

사이다를 허락하노라

얼마 전 돼지갈비를 먹으러 갔다.

사장님이 서비스로 음료를 주셨다.

맞다, 식당엔 음료수가 있다는 걸 까먹고 있었다.



사이다


나와 아내는 사이다를 좋아한다.

특히 고기를 먹고 느끼함을 달래기 딱이다.

하지만 식당에선 왠지 아까워 집에 가서 먹었다.


요즘 식당엔 1500원, 2000원도 한다.

예전엔 1000원 하는 것도 아까워서 못 시켰는데.

인터넷 배달시키면 355ml로 500원 정도? 하는데 말이다.


이걸 남들이 보면 너무 찌질하게 볼지 모르겠다.

하지만 4000원짜리 맥주는 사 먹는다.

그러니까, 우리에게 4000원짜리 맥주는 필수품이고, 1000원짜리 사이다는 사치품이었던 것이다.


근데 30대 중반을 넘어가니 술도 힘들다.

아내는 위가 아프고, 난 한 주에 2번 회식도 지친다.

맥주도 빼고 버는 돈도 늘었는데, 사이다라는 사치를 부려도 되지 않나 싶다.



조각 케잌


카페를 좀 다니기 시작할 때, 커피 값이 너무 비싸단 생각을 했다.

주에 2번, 커피 한 개 시켜도 만원이 되니 말이다.

둘이 라떼 하나만 시켜서 있기도 했다.


눈치껏, 사람 많을 때 구석에 있었다.

지방 소도시라 1인 1잔 이런 거 거의 없다.

하지만 뭔가.. 민망하고 양심 없는 느낌이었다.


솔직히 난 커피를 좋아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조각 케잌 하나 시켜 만원 단가를 맞췄다.

처음 조각 케잌을 주문했을 때, 아내의 감동하는 눈빛을 잊지 못한다.


남들은 이게 무슨 감동할 일이냐 할지 모른다.

음료 한 잔씩, 케잌은 기본에 디저트 추가해줘야지.

그러나 우린 이 정도로도 행복하기에, 더 채울 공간이 있다.



레벨 업


난 개인적으로 RPG게임을 좋아한다.

이야기를 진행하며, 성장해가는 그런 맛.

레벨이 올라 장비를 맞추고, 스킬을 배워 강해질 때.


그러나 누군가는 애초에 만렙으로 시작하기도 한다.

캐쉬템에 최고급 장비를 갖춘 캐릭터를 사는 것이다.

현실에선 쪼랩이어도, 게임에서는 벌 3세에 준한다.


난 현질을 좋아하지 않는다.

빨리 강해져 1등을 하는 게 목표라면 필요할지 모른다.

하지만 난 키워가는 재미를 굳이 돈을 들여 날리고 싶지 않다.


만렙으로 시작한 사람은 더 이상 올릴 레벨이 없다.

난 음식도, 여행도, 그림도, 많은 것이 저렙이다.

내 삶엔 아직 레벨업 할 행복이 많이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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