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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삐딱한 나선생 May 20. 2019

가진 만큼 보인다

약은 약사에게, 길은 길을 아는 사람에게

지구만을 알았을 땐 태양과 별이 하늘에 붙어 다니는 줄 알았다.

땅만을 알았을 땐 바다 저편, 세상의 끝이 있는 줄 알았다.

이젠 그들이 우스꽝스럽지만, 혹시 나도 그렇진 않은가.



자산


2019년 1월, 땅과 건물을 좀 보러 다녔다.

아파트 한 채 정도의 돈은 이미 모았고, 앞으로 여유 자금이 모일 테니까.

물론 지방 소도시에 살고 있어 가능한 얘기며, 아파트 2채를 가질 생각은 없고, 여기에 눌러 살 생각이라 서다.


사실 주변에 조언을 구해 보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듣는 얘기는 부러움 또는 부정적 말이었다.

 "오~~ 건물주!" 아니면 "에이, 이런데 뭐하러 돈을 날리냐, 서울로 가!"


물론 그들이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니다.

부부교사가 아니고 더 적게 버는 집도 있으니까.

또, 소비에 대한 가치, 부모님 봉양 등 남는 돈도 다를 테니.


어쨌든 사람은 가진 만큼 보더라.

1억 정도는 아파트 대출 갚는 걸 목표로 잡는다.

3억 정도면 슬슬 땅을 보러 다니더라.

10억 정도의 자산 규모가 보일 때 건물을 올리고.

(다시 말하지만 여긴 지방 소도시, 신축 34평 아파트가 2억 5천 미만)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한테 돈을 묻는 건 염장질이고, 정말 못된 짓이다.

난 부부교사나 공무원, 비슷한 경제규모의 사람에게 듣고 싶었다.

하나,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에서의 조언은 드물었다.



능력


4 계명- 수준이 비슷한 사람으로부터 투자 조언을 듣지 말아야 한다.

학창 시절에 하위권 성적을 기록하는 친구들끼리 스터디를 하면 성적이 오르지 않는 것처럼 투자에 대한 조언도 자신보다 월등한 경험과 실력을 갖춘 전문가에게 들어야 합니다.

'7일 만에 끝내는 주식투자' 중


이 말은 꼭 투자에만 해당되는 건 아닌 것 같다.

공부든 운동이든 모르는 건 조언을 해주려야 할 수가 없다.

중위권 친구들한테 서울대에 관해 물었으면 잘난척한다고 매장당했을 것이다.


선생님께 물었으면 내신은 어쩌고, 논술은 어쩌고 해 주셨겠지.

수업은 듣지도 않던 애가 갑자기 그러면 몽둥이를 들고 올진 모르겠지만.

적어도 아무도 가본 적 없는 막막한 우리보단, 여러 선배를 보낸 선생님은 아실 테니.


개미는 언제나 더듬더듬 길을 찾는다.

독수리는 저 멀리를 보며 한 번에 달겨든다.

모든 생명은 자신이 가진 능력만큼 볼 수 있다.


"어휴~ 죽고 싶어 환장한 게 아니고서 왜 올라가."

암벽 등반을 해본 적 없는 사람은 그저 막막한 벽일 뿐이다.

하지만 오를 능력이 있는 사람에겐 그조차 하나의 길로 보인다.




호봉, 근무 기간.. 사실 공무원은 평생 벌 돈이 거의 정해져 있다.

특별히 투자에 성공하거나 도박으로 날리지 않는 한.

하나, 같은 돈을 벌어도 다루는 태도는 다르다.


지금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람은 "건물은 퇴직할 때나 사는 거지."

이미 지어본 사람은 "위치는 어디가 좋고, 얼마 대출에, 월세로 메꾸고."

안 해본 사람은 여전히 하지 말라 하며, 해본 사람은 실제적 절차와 방법을 알려준다.


물론 그 이해득실, 나중의 결과는 누가 좋을지 모른다.

기껏 무리해서 지어놨더니 부동산은 마비되고 똥값이 될지도.

그러나 적어도 길을 모르는 사람보단 길을 아는 사람의 조언을 들으려 한다.


지구만을, 땅만을 알던 그들처럼, 내가 아는 것에 사로잡힌 바보가 되진 말자.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의 여러 갈래를 부단히 공부하고 배우자.

이제야 눈을 떠 바라보니, 그 길을 거쳐간 수많은 발자국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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