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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삐딱한 나선생 Jun 06. 2019

저도 도박장으로 들어갑니다

썰전에서 유시민은 말했다.

'주식은 국가공인 도박장'이라고.

나도 이제 그 도박장에 들어가려 한다.



수렵채집인


'총균쇠, 사피엔스, 제3의 침팬지'.

이런 류의 책을 읽어보면 인간은 다른 종을 멸종시켰다 한다.

다른 생물종이 아닌, 같은 인간 종에서도 '우리'의 범주가 아니면 말이다.


구석기, 선사시대를 학창 시절엔 단순히 배웠다.

처음엔 수렵, 채집을 하다가 점차 농경을 시작했다고.

하지만 실상은 농경민이 수렵채집인을 몰아내고 죽인 결과였다.


처음엔 수렵채집인이 월등히 강하고 건강했다.

널려있는 열매를 먹고 잠시의 사냥만을 하면 되니까.

그러나 수렵채집은 넓은 공간에 적은 수만 유지가 가능했다.


농경민은 하루의 대부분을 관리하고 노동하는데 써야 했다.

그나마도 제한된, 편향된 영양 섭취만이 가능했다.

반면, 정착 생활에 인구는 급증할 수 있었다.


결국 약한 다수의 농경민이, 강한 소수의 수렵채집인을 밀어냈다.

처음부터 이런 결과를 예상하고 수렵채집, 농경을 선택한 건 아닐 것이다.

하나, 아무리 수렵채집으로 가능한 삶이었데도, 저 건너 농경을 쳐다볼 필요는 있었겠다.

과거의 수렵채집인은 날 죽이고 밀어낼 그 무언가가 자라고 있는데도 몰랐으니.



자본주의 도박장


'노동은 신성하고, 투기는 추악하다.'

기본적으론 나도 이 내용에 동의한다.

하지만 반대로 노동에서 해방될 언젠가를 꿈꾸는 모순도 갖고 있다.

내가 욕하고 있는 무언가는 어쩌면 욕구하고 있는 대상일지 모른다.


투자는 전체의 성장을 도모하는 면이 있지만, 투기는 자기 이익만을 추구한다.

기업에 대한 이해나 비전 없이 주가에 따라 단기적으로 사고팔고.

아파트에 살 생각도 없으면서 돈을 남기려고 사고팔고.


그러나 좀 더 넓게 보면 투자와 투기가 근본적으로 크게 다른가 싶다.

주식투자자가 기업이 망해도 돈을 부어 살리려는 기업가의 마음이 아닌 바에야.

내가 살 땐 집 값이 내리길 바라고, 집이 있을 땐 오르길 바라는 대중적 이기심으로 산다면.


어차피 이 자본주의 세상은 돈으로 매겨져 있다.

여행의 행복도 비수기 성수기, 해외 국내가 있으며.

당신의 노동의 가치, 먹고 입고 자는 모든 것이 말이다.


우리가 좋은 직장을 찾는 노력, 더 싼 식재료를 찾는 노력이 아파트 2채, 3채를 알아보는 노력과 본질적으로 다를 바 없다.

최소한의 비도덕적 범법 행위를 하지 않는 한, 모두 자본주의적 노력에 속한다.

난 단지 이 살벌한 도박장 안에서 눈을 부릅뜨고 봐야 함을 명심할 뿐이다.



내가 선택할 세상


난 자본주의를 옹호하려 글을 쓰는 게 아니다.

가진 자가 못 가진 자를 착취할 수 있는 구조는 위험하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역사는 인간을 행복하게 해 주려 흘러가진 않았다.


과거, 인간은 아무리 수렵채집이 더 행복하다 해도 농경을 막을 수 없었다.

노동에 얽매이고 굶주렸어도, 늘어난 인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미 굴러가기 시작한 수레바퀴처럼, 그저 앞으로 나아갈 뿐.


이를 두고 '제3의 침팬지'에서는 이렇게 말했다.

유전자는 인간 개인의 행복에는 관심이 없다.

오로지 자신의 개체를 늘린 성공이었다.


지금도 주식시장을 통해 경제는 성장하고 있을 것이다.

도태된 기업은 사라지고, 개미들은 대형 자본에 흡수당하면서.

개개인의 행복과는 무관하게, 지구적 생산과 소비는 커지고 있을 테니.


이 세상은 천국도 유토피아도 아니다.

어떤 이는 북유럽 국가의 복지제도를 부러워한다.

하나, 그건 제국주의의 식민지 약탈로 가능했던 일이다.


현실은 없는 허황된 이상만을 꿈꾸진 않겠다.

그렇다고 지금 현실에만 매몰된 인간이고 싶진 않다.

그저 내가 살아가는 이 세상을 제대로 알고 선택하며 살아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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