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남 부모님 댁에 가는데 2시간 반 정도 걸린다.
둘째는 잠들어 버렸고, 첫째는 널브러졌다.
첫째는 서서히 레벨업을 하고 있다.
레벨업의 원리
뒷자리에 혼자 남아 할 게 없으니 지루할 만도 하다.
하지만 이렇게 올라가는 게 하루 이틀이 아니다.
"지루하면 놀 걸 준비해 와. 빼빼로라도 줄까?"
아내는 먹을 거도 주고, 달래도 본다.
그러나 말을 섞을수록 짜증이 커진다.
"엄마 이거 줘!! 엄마가 이거 했었어야지!!"
운전에 거슬릴 정도로, 자기 분노를 엄마한테 쏟아붓는다.
난 첫째가 1레벨부터 성장해가는 게 느껴진다.
아내는 6~7레벨이 될 때까지도 말을 들어주고 있다.
내가 봤을 땐 5레벨에서 올라갈 기미가 보이면 끊어야 했다.
게임에 1레벨 캐릭터를 생성하면 다른 높은 던젼은 못 들어간다.
가봐야 사망이니, 저렙은 적정 레벨의 던젼에서 성장한다.
문제는 그 역할을 아내가 해준다는 것이다.
난 몬스터가 아니야
그렇다고 당신이 보스몹이 되어 아이를 아주 눌러버리란 말은 아니다.
아이가 힘들 때마다 억압한다면 아이의 인격은 망가질 것이다.
단, 아이가 당신을 공격하고 있는 태도는 고치란 말이다.
아이가 정말 필요한 요구를 말할 때가 있다.
그런 건 화가 났어도, 해결해주면 화가 가라앉는다.
그러나 내부의 감정을 주체 못 해 분풀이를 하는 거면 더 증폭된다.
이를 위해 먼저 해야 할 것이 너와 나의 분리이다.
이미 몬스터화 된 아이는 주변에 보이는 것들을 사냥하려 한다.
나를 잡아야 하는 몬스터처럼 여기는 상황에선 어떤 말도 먹히지 않는다.
"네가 자꾸 화내면서 말하면 엄마는 안 들어줄 거야!"
"자다가 엄마한테 자꾸 떼를 쓰면 아빠가 데려갈 거야.
그거도 안 되면 밖으로 나가서 눈물 그쳐야 엄마한테 올 수 있어."
'욕구 전환' 글에서 엄마를 막 대하는 대상이 아닌 돌아가고 싶은 대상으로 바꾸라 했다.
자다가 깼다고, 만만하게 짜증 내도 되는 대상으로의 엄마가 아니라.
억지로 분리시킨 아빠에게서 벗어나 돌아가고 싶은 품으로.
우리 파티를 맺자
게임에서 파티를 맺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다.
레벨도 비슷해야 하고 시간도 맞춰야 한다.
아이템, 골드 등의 분배도 잘해야 한다.
만약 무엇하나라도 틀어지면 파티는 깨진다.
자기 퀘스트, 목적을 위해 일시적으로 결성된 파티는 더더욱.
내 욕심만이 아닌, 함께 하고 신뢰를 쌓으려는 노력이 있어야만 오래 유지된다.
"아이를 받아주고 싶은 마음이 있더라도 다시 한번 생각해봐.
아이도 엄마에게 잘해주려는 마음을 갖고 있는지 말이야.
그게 안 되면 당신의 좋았던 마음도 깨지기 쉬워."
첫째가 유치원을 마치면 기분이 안 좋은 경우가 많다.
하루를 보내고 반갑게 만나야 할 시간에 또 나에게 짜증을 부린다.
"미안하지만 날 상처 주는 너와 함께 할 수는 없어. 잠시 떨어지는 경험을 줄게."
날 닮아서 예민한 이 어린놈이 힘들어하는 걸, 헤아리지 못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난 너의 분노를 해소하는 곳이 아닌 해결하는 곳이고 싶다.
날 공격하지 않을 때 네가 힘들었던 일을 대화할 수 있을 테니.
"우리 파티를 맺자. 난 몬스터가 아니야.
같은 팀은 서로를 공격하지 않아. 우리 함께 던젼을, 세상을 여행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