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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삐딱한 나선생 Jun 30. 2019

직접지도 말고 간접지도

기다리지 않아야 기다릴 수 있다고 했다.

기다리지 못하고 계속 간섭하면 서로 힘들다.

직접 부딪치는 지도가 아닌 간접지도가 필요하다.



시간과 양


아이들과 짜장면을 먹으러 갔다.

맵지 않고 애들도 좋아해 엄마 없는 날 외식메뉴다.

그러나 가끔은 안 먹고 질질 끄는 경우도 있다.


난 먹인다고 실랑이하기도, 떠 먹여 드리고 싶지도 않다.

"난 10분이면 다 먹는데, 아빠 다 먹고 5분 더 줄게~"

먹을 능력은 있고, 먹을 양과 시간은 충분히 줬다.


시간이 되고도 먹을 생각이 없으면 그만둔다.

남은 음식이 아까워 더 먹을 사람 주거나 내가 먹는다.

어느 날은 첫째가 많이 먹기도, 둘째가 많이 먹기도 한다.


언젠가는 탕수육도 먹는데서 시켜봤다.

둘이서 반이 아니라 3분의 1도 못 먹어서 내가 먹었다.

난 느끼하게 배가 불렀고, 다음부터 엄마 없인 탕수육을 못 시킨다.


"어떡해.. 시간이 다 돼서 가야 되네.

어떡해.. 탕수육이 남아서 다음엔 못 먹겠네."

내가 앞에서 이거 먹어라, 저건 안 된다 했으면 싸웠을 것이다.

나는 지도하지 않았지만, 시간과 양의 한계가 아이들을 가르친다.



한계와 자유


어느새 두 아이가 5살, 7살 유딩이 됐다.

이젠 유치해서 안 보는 애기 책들이 있다.

달랑 책장 하나에, 책을 사지도 않지만 정리를 했다.


아내가 책 덩어리를 들고 거실로 나왔다.

버린다고 하니, 평소엔 쳐다도 안 보는 책을 막 잡는다.

어른들이 입지도 않는 옷을 버리지 못하듯, 미련과 집착이 남는가 보다.


둘째가 손에 들지도 못할 정도로 챙기고 있었다.

"너 이건 정말 놔둘거야?! 너 이건 안 읽잖아!"

책 하나하나를 두고 말하는 건 소비적이었다.


"여기 책은 오래되고 안 읽어서 버릴 거야.

그중에 정말 남기고 싶은 것만 5개씩 골라.

시간은 5분 정도 줄게."


책을 버린다고 떼쓰고 드러눕지 않았다.

5분의 정확한 시간은 몰라도 지키고 멈출 것이다.

주어진 한계 안에서, 넌 충분히 자유로울 자격이 있다.



코치와 감독


대부분의 운동엔 코치와 감독이 있다.

코치는 분야별로 나뉘어 선수의 세세한 능력을 지도한다.

감독은 선수 개개인도 보겠지만 전체를 총괄하여 운영한다.


육아에서도 코치와 감독이 존재한다.

코치는 수저 쓰는 법, 양치하는 법을 가르친다.

감독은 밥의 종류, 양, 식사 시간, 씻는 시간 등을 결정한다.


육아에서 코치와 감독을 구분하여 생활하기 어려운 건 역할을 겸하기 때문이다.

수저질을 가르치고 있자니, 저녁시간은 늦어지고 설거지, 씻기도 밀린다.

문제 하나의 코칭에 빠지면 전체를 감독하는 기능을 잃는다.


육아에서 코칭은 기본 기능을 익히는 데까지면 충분하다.

하는 법을 아는데도 코치를 하면 잔소리가 된다. 

코칭이 끝났으면 감독을 해야 한다.


무엇보다 코치든 감독이든 한 편이어야 한다.

아이를 한계로 몰아 결과를 얻어내도 적이 되면 말짱 꽝이다.

과정에 있는 행동을 논하지 말고 행동의 결과에 한계를 주자.

난 너에게 다 주고 싶지만, 그저 환경이 그렇지 못한 것이라 우린 같은 편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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