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전 우주가 다 필요했거든요.
여러분 하나를 위해서. - 이석영 교수님
먹은 것
거나하게 술도 한 잔 했다.
우울했던 작년에 비해 올해는 활력이 넘친다.
나를 알아주고 함께 해주는 사람.
나를 회복하고 채운다.
그러다 문득 전에 들은 강의가 떠올랐다.
우주의 모든 것은 한 점으로부터 시작되었으며, 대부분의 물질은 행성의 폭발을 통해 만들어졌다는 것.
나를 구성하는 물질은 우주의 성분과 같으며, 나 또한 그 일부라는 것.
삶은 것
고기는 구워야 제맛이다.
날것은 맛도 없고 흡수도 잘 되지 않는다.
열을 가해 나에게 좋은 쪽으로 변화시킨다.
결국 넌 내 뱃속에 들어와 내 일부가 되었다.
너를 구성하던 몸 덩이가 '소화'를 통해 나로 바뀌었다.
물질은 어떤 화학적 변화를 거치면 나에서 너로, 너에서 나로 변한다.
아무것도 아니었던 돌덩이, 물질들이 뭉쳐 뭔가를 이룬다.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하던 것들이 열을 받고 변화하여 의미를 갖는다.
전혀 모르던 남남이 서로 알아가고 뜨거운 무언가를 갖는다.
결국 삶이란 삶아진 어떤 것이다.
뱉은 것
나의 오늘은 누군가가 그토록 바라던 내일이라던가.
이는 나와 관련 없는 한 인간의 죽음만을 뜻하는 건 아닐 것이다.
내가 먹지 않았으면 오늘을 살아갈 수 있었던 모든 생명을 생각해 본다.
그렇다고 무한히 이타적인 삶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내 모든 것을 바쳐 봉사하고 기부하고 싶진 않다.
내가 가진 에너지는 내 가족, 내 주변을 채우기에도 어쩌면 벅차다.
우주를 알수록 내가 작음을 느낀다.
큰 걸 배울수록 작은 것의 소중함을 안다.
오늘의 나는 좀 더 의미 있게 살아보자.
어제 죽은 당신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