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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죽은 당신을 위해

by 삐딱한 나선생
이 전 우주가 다 필요했거든요.
여러분 하나를 위해서. - 이석영 교수님


우연히 접하게 된 카오스 사이언스 강의.

우주에 어떤 뜻이 있어 나란 존재를 만들진 않았겠지만.

정말 교수님 말씀처럼 어제나 오늘이 다르지 않은 그런 삶은 살지 말아야겠다.



먹은 것


어제는 양꼬치를 먹었다.

거나하게 술도 한 잔 했다.

우울했던 작년에 비해 올해는 활력이 넘친다.


나를 알아주고 함께 해주는 사람.

그들과 나눈 시간, 음식들.

나를 회복하고 채운다.


그러다 문득 전에 들은 강의가 떠올랐다.

우주의 모든 것은 한 점으로부터 시작되었으며, 대부분의 물질은 행성의 폭발을 통해 만들어졌다는 것.

나를 구성하는 물질은 우주의 성분과 같으며, 나 또한 그 일부라는 것.


결국 내 에너지는 내가 먹은 음식을 통해 온 것.

죽어서 음식이 된 모든 생명을 통해 온 것.

나란 이 우주에 기대야 하는 기생적 존재임을.



삶은 것


고기는 구워야 제맛이다.

날것은 맛도 없고 흡수도 잘 되지 않는다.

열을 가해 나에게 좋은 쪽으로 변화시킨다.


결국 넌 내 뱃속에 들어와 내 일부가 되었다.

너를 구성하던 몸 덩이가 '소화'를 통해 나로 바뀌었다.

물질은 어떤 화학적 변화를 거치면 나에서 너로, 너에서 나로 변한다.


내가 타는 자동차는 어떠한가.

아무것도 아니었던 돌덩이, 물질들이 뭉쳐 뭔가를 이룬다.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하던 것들이 열을 받고 변화하여 의미를 갖는다.


사랑이란 것 또한 다르지 않다.

전혀 모르던 남남이 서로 알아가고 뜨거운 무언가를 갖는다.

결국 삶이란 삶아진 어떤 것이다.



뱉은 것


나의 오늘은 누군가가 그토록 바라던 내일이라던가.

이는 나와 관련 없는 한 인간의 죽음만을 뜻하는 건 아닐 것이다.

내가 먹지 않았으면 오늘을 살아갈 수 있었던 모든 생명을 생각해 본다.


그 희생으로 얻은 나의 에너지, 이 삶을 헛되이 쓰지 말자.

내가 가진 힘을 다른 누군가, 다른 생명을 위해 쓰자.

먹은 것이 생명이라면 내가 뱉는 것은 그에 준하는 가치를 가져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무한히 이타적인 삶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내 모든 것을 바쳐 봉사하고 기부하고 싶진 않다.

내가 가진 에너지는 내 가족, 내 주변을 채우기에도 어쩌면 벅차다.


우주를 알수록 내가 작음을 느낀다.

큰 걸 배울수록 작은 것의 소중함을 안다.

내 삶에서 할 수 있는, 줄 수 있는 작은 것을 찾는다.


내가 가진, 내가 이룩한, 내 세포조차 나 혼자 이룬 것이 아니다.

이건 내가 잘나서가 아닌, 생명이 가진 당연한 숙명.

받았던 것을 그저 다시 돌려주는 일일뿐.


내가 먹고 뱉는 것이 아래로 나오는 더러운 찌꺼기만은 아니길.

적어도 내 곁의 누군가를 지켜주고 도와주는 그런 말과 행동을.

오늘의 나는 좀 더 의미 있게 살아보자.

어제 죽은 당신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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