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3) 감정과 감정으로 살아남기

육아와 감정

by 삐딱한 나선생
감정을 받아줘야 하는 단계


오늘도 육아를 하는 대부분의 부모들, 특히 육아초기의 엄마들은 자기의 감정을 수도 없이 희생하고 깨지며 살아가고 있지 않을까 싶다. 아주 기본적인 생존에서부터 말이다.


감정표현을 할 수 없는 갓난아기일때는 답이 없다. 나의 감정을 하소연해도 들어줄 수 없으니 말이다. 그냥 간혹 배냇짓이라도, 웃어라도 준다면 그게 얼마나 큰 보상인지.. 그래도 이 시기에는 정말 힘든 것은 아니다. 뱃속에 있을 때가 제일 편하고, 그 다음 누워있을때가 편한법이니까..


기본 욕구의 충돌


배고픔과 배고픔이 부딪친다.

애 밥 먹이다 보면 내 밥이 코로 들어가나 입으로 들어가나 모른다.

라면을 끓여 놓으면 불어 터지기 전에 먹기가 힘들다.

수면욕과 식욕이 부딪치거나 다른 기본욕구들이 부딪칠 때가 정말 많다.

약자인 아이의 기본 욕구를 우선하다보면 나는 화장실 가기도 힘들다.


너의 것을 너의 것으로


너의 배고픔은 너의 것이다.

스스로 먹기가 힘들기에 먹여줄 수는 있다. 하지만 먹는 욕구 자체가 나한테서 나오면 안된다.

밥 시간이 되었기에, 지금 먹고 치워야 해서, 빨리 먹고 가야하기에?(물론 부모의 욕구, 상황도 중요하다. 하지만 맹목 되진 말자)

밥을 안먹으면 너만 배고프다.(하지만 정말 왜 안먹는지 잘 연구해보자. 맛이 없거나 다른 걸 원하는지..)


너의 피곤함은 너의 것이다.

아이를 재우려고 정말 많이 노력한다. 정말 답이 없다. 하지만 마음만은 내려놓자..

아이가 우는 건 내가 못재워서가 아니다. 자기가 잠들지 못해서다.

내 이유로 원인을 돌려 자책하지 말자.

잘 수 있는 환경을 최대한 제공해줘도 답이 없다면.. 너의 피곤함이 나의 피곤함이 되겠지..


너의 아픔, 슬픔은 너의 것이다.

아이가 넘어지면 즉각 반응을 보이는 엄마들이 상당히 많다. 내 감정이 아이의 '넘어짐'에 바로 들어오기에..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아이는 부모에게 의존하게 되어, 자기 감정을 스스로 받아들이고 해소하는 성장을 하지 못한다.

아이의 모든 감정을 부모가 떠 안으려 하지 말자.

아이의 감정이 견뎌낼 수 있도록 그저 따스히 지켜봐주자.


서로의 욕구에 대한 이해


IPTV로 동요를 보다가 2편을 보면 끊긴다. 그럼 우리 아이가 하는 말

"이거 돈 내야되. 돈 없어요."

난 이 말에 슬퍼서 '돈'을 퍼 주지 않는다. 오히려 정말 고맙고 행복하다.

우리 아이가 우리의 상황을 이해해주고를 쓰지 않으니..

우리 아이는 봤던 동요를 다시 봐도 또 행복하다. 자기가 원하는 노래를 틀어만 준다면..


너의 감정이 소중하듯 나의 감정도 소중하다


나도 TV를 보고 싶다. 아이도 TV를 보고 싶어 한다. 난 밥먹는 시간은 엄마아빠 보는 시간이라고 얘기해주고 약속하고 있다.


그래도 자기가 본다고 떼를 쓰기도 한다. 난 말해봐도 안되면 양보해주곤 한다.

그러면 다음에 내가 보고 싶을 때 양보를 요구한다.


다른 사람들은 무슨 TV잠깐을 보겠다고 그러느냐 할지 모른다. 하지만 난 아이에게 처절히 투쟁하는 것이다. 내 것도 지켜달라고..

너의 시간이 있듯 나도 시간이 필요하다고.


명심하자. 내 감정의 희생이 사랑을 충족해주지 않는다.

나는 사랑을 주었으나, 아이에게 사랑을 가르쳐주진 못할수도 있으니..

다음 글: 육아 내려놓기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2) 나의 욕구에서 아이의 욕구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