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새 학교에 왔다.
언제나 처음은 낯설고 어렵다.
그리고 가장 두렵게 하는 건 나 자신이다.
상처
이전 학교에서 4년을 채우지 못했다.
어쩌면 별 거 아닌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말 기뻐야 했던 일이 나쁜 일이 됐다.
처음 책을 냈기에 같은 학교 직원들에게 드렸다.
청첩장 돌리듯 당연한 일이라 생각했다.
그러다 술자리에서 이런 얘길 들었다.
"이거 뭐 책 팔리겠나. 그냥 혼자 끄적거린 거"
그저 취해서 한 헛소리라 생각할 수도 있었다.
괜히 시샘해서 하는 말이라고 위로해주기도 했다.
그러나 난 더 이상 책에 대해 주변에 말하고 싶지 않았다.
책을 내면 내 생각을, 내 존재를 인정받을 것 같은 기대도 있었다.
출판사엔 책을 알리고 팔아야 한다는 의무감도 있었다.
이제는 나를 꺼내고 알리는 게 꺼려진다.
내 글은 누구나 볼 수 있고 댓글을 달 수 있다.
그렇다고 함부로 하는 말을 듣고 싶진 않다.
상처받기 싫은 내 마음은 점점 작아진다.
두려움
난 직급을 떠난 관계 맺음을 추구했다.
작년만 해도 위아래 형 동생을 한다고 글을 썼다.
올해는 후배들이 많아졌지만 편하게 부르지 못하겠다.
지금 학교는 교직원 지역이 나뉘어 회식을 하기 어렵다.
3월 한 달 동안 한 번 환영회를 했을 뿐이다.
거의 대부분을 공적인 관계로 지낸다.
이 분위기에 술을 먹자고 하기도 어렵다.
친하지도 않은데 부담을 주나 걱정이 앞선다.
다들 편하게 지내는 것 같은데 나만 어색한가 싶다.
사람을 좋아했고, 순수한 호기심으로 다가갔던 나였는데.
좋았던 것보다 실패한 몇 개의 기억이 나를 주저하게 만든다.
마치 이별의 아픔이 너무 커 다신 사랑하지 않겠다는 마음처럼.
불안
이딴 아무 방향도 없는 푸념의 글을 쓰는 게 맞나도 싶다.
이런 건 일기장에 쓰라고 해도 할 말은 없다.
그래도 털어내야 다음이 있지 않을까.
'예전의 활발했던 너를 떠올려봐'
'이렇게 들이대다 너만 또 상처받고 욕먹으려고?'
하루에도 여러 번 천사와 악마가 속삭인다.
이젠 누가 천사인지 악마인지 모르겠다.
괜히 마음 열었다 또 상처만 받게 될지
그냥 가만히 있다 외톨이가 되는 건 아닌지
당분간은 이런 어정쩡한 상태가 지속될 것 같다.
예전엔 누군가를 미워하면 스스로 괴롭진 않았는데.
난 옳고 당신이 틀렸다는 확신이 있었으니까.
지금은 무엇이 정의인지 알 수가 없다.
누군가는 이런 게 철이 드는 거라고도 했다.
다른 사람에게도 여러 상황이 있다는 것.
나의 잘못은 아니었나 반성해 보는 태도.
그러나 나 자신은 너무나 힘들다.
세상을 모르겠고 내 스스로를 믿지 못한다.
그럼에도 이렇게 가라앉은 나약한 인간의 말을 남긴다.
나처럼 무너진 누군가에게, 적어도 나에게 의미가 있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