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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삐딱한 나선생 Oct 13. 2022

+-20

올해 술자리가 너무 많아졌다.

술을 며칠 연달아 먹는 일도 생긴다.

몸은 너무 힘들지만 거절하기 어렵다.



+20


매주 수요일 남자 모임 같은 술자리가 있다.

말은 포럼이라고 멋있게 붙였지만 그냥 교장선생님 밑으로 모이는 거다.

그리고 거기 포럼장이자 막내가 나다.


말이 포럼장이지 인원 조사하고 장소 예약하는 총무 역할이다.

내 또래는 없고, 내 바로 위가 51살이다.

다른 분들은 60살이 넘었다.


그래도 그 자리가 싫지만은 않다.

20살도 넘게 차이나지만 난 그들을 형님으로 부른다.

좀 까불고 장난을 쳐도 날 사람으로 대해 주신다.


교장선생님은 솔직히 쉽지 않다.

호칭도 바꾸지 못하고, 내 말도 잘 먹히지 않는다.

속은 많이 답답하지만 윗사람의 큰 뜻을 파악하고 인내하는 법을 배운다.


난 위가 편하다.

아래로는 막 하기 어렵고 때론 두렵다.

그랬었는데 또 어쩔 수 없어졌다.



-20


올해 신규 선생님이 왔다.

남자고 내 바로 밑이라 챙겨야 했다.

차도 없어 출퇴근도 태우고 다닌다.


내 바로 밑이지만 13년 차이가 난다.

작은 학교는 애들도 적지만 교직원도 적다.

10살 차이는 우습다.


덕분에 많이 친해졌다.

술도 좋아해서 일주일에 한두 번은 본다.

처음엔 대화도 뭔가 안 맞았지만 지금은 장난도 잘 친다.


차를 같이 타고 다니니 번개 모임도 생긴다.

"비 오는데 한 잔 하실까요?"

"상담한다고 고생했는데 한 잔 하자~"


그렇다고 둘이 계속 먹으니 뭔가 심심했다.

내가 아는 사람들을 부르니 내 또래 거나 더 위다.

"이제 네가 아는 사람들도 불러봐~"


그랬더니 자기 고등학교 동창 친구를 불렀다.

옆 학교 20대 선생님들도 만났다.

자기 동기가 원어민과 친하다고 거기도 만나잔다.


이러다 정말 죽겠다.

행복해 죽겠다.

행복하게 죽겠다.



100


사실 원어민과의 만남은 기대된다.

나도 영어 업무를 맡았을 때 많이 봤었다.

같이 캠프도 하고 술도 자주 먹었다.


영어를 잘 못해도 영어는 좋은 점이 많았다.

나이가 많던 적던 반말이다.

위아래를 따질 필요 없다.


술까지 취하면 위아 더 월드다.

말 같지 않은 소리도 다 말이 된다.

혀가 꼬부라지면서 영어가 더 잘 나온다.


난 인간대 인간의 만남을 추구한다.

그가 누구든, 나이, 성별, 인종 가리지 않는다.

나이 40 근처에 오니 20대에서 60대는 다 내 친구다.


"영상이는 영업사원 해도 되겠다~"

최근에 들은 말이다.

관계로 장사하고 싶진 않지만 듣기 좋았다.


나이가 들어가면 친구의 범위도 같이 올라갈 확률이 높다.

60살이 되면 40~80살이 친구이려나.

100살이 되어도 여전히 마음 열고 있었으면 좋겠다.

"80살 어린 동생들아~~ 나랑 친구 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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