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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준 Mar 21. 2019

언어의 온도

말과 글에는 나름의 따뜻함과 차가움이 있다

[국내 도서 > 시/에세이 > 나라별 에세이 > 한국 에세이]

이기주 지음 | 말글터 | 2016년 08월 19일 출간


  책을 보자마자 드는 생각은 책이 참 예쁘다는 것이다. 책이 두껍지도 않고 책장의 너비도 크지 않아서 한 손에 들고 볼 수 있는 7인치 태블릿 같다고 해야 할까. 작가를 소개하는 부분도 여느 책들처럼 5, 6줄의 글이 아니고 '이기주'라는 제목의 시처럼 보였다. 책장을 더 넘겨서 내용을 보면, 글자크기가 큰 것도 아닌데 문단의 배치와 여백이 넉넉해서 편하게 읽을 수 있다. 책 페이지를 나타내는 숫자도 아래쪽 모서리 부분이 아니라 책장이 접혀 들어가는 안쪽에 자리해 있다. 중간중간에 잉크 방울이 떨어진 것 같은 무늬가 넓은 여백을 심심하지 않게 해 준다. 하얀 종이 위에 올라가는 글자 하나하나를 섬세하게 배치하고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 책에 군더더기가 없다. 책이 예쁘다는 이유 만으로 소장 가치가 있다고 말하고 싶은 책이다.


  책을 읽어보면 내용 또한 재미지다. 재미있다는 표현보다 재미지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책이다. 작가는 자신의 책을 공원에서 천천히 거닐듯이 보라고 했지만, 에너지가 넘치는 신이 난 아이처럼 나는 이 공원을 질주해버렸다. 작가의 글 또한 군더더기가 없어서 물 흐르듯이 책장이 넘어갔다. 작가가 책에서 사용한 언어의 따뜻함에 점점 빠져들었다. 이 따뜻함을 느껴보고자 하는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어떻게 해야 언어가 따뜻해지는지에 대해서는 설명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평소에 너무 뜨겁거나 차가운 언어를 사용했던 사람이라면 그 차이를 쉽게 알 수 있다. 밖에서 다른 사람에게 말로 화상이나 동상을 입혔다면 이 책을 다시 읽으면서 반성하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다. 


  책에 있는 글 중에서 '노력을 강요하는 폭력'이라는 제목의 글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작가가 '위플래시'라는 영화를 보고 나서 쓴 것으로 보인다. 글 중에 나온 아래의 한 문장에 격하게 공감한다.

영화는 우리가 현실에서 감히 토해내지 못하는 말을 대신해주는 것 같다.


  이기주 작가와 공감대가 형성된 것 같아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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