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톱정리 그리고 적정선

지나침은 부족함을 이기지 못한다.

by 동연아빠

며칠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손톱이 자라 일상의 끝에 걸리적거린다. 이 작고 번거로운 소임을 서둘러 갈무리하고자 마음먹은 날, 나는 조금 성급해졌다. 다시는 성가시게 굴지 못하도록, 흰 테두리가 아예 보이지 않을 만큼 바짝 손톱을 깎아 나갔다.


처음 반나절은 무척 개운했다. 매끄러워진 손끝은 단정했고, 무언가를 집거나 칠 때 방해되는 것이 없어 홀가분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하루가 지나자 보호막을 잃은 손끝에서부터 낯선 시림이 차올랐다. 너무 짧게 잘려 나간 손톱과 살갗 사이, 그 좁은 틈이 벌어지며 외부로의 보호막이 사라졌다.


편안함을 위해 욕심껏 도려낸 자리가 되려 더 큰 불편함으로 돌아왔다. 심하게 욱신거리지는 않지만, 무언가를 만질 때마다 욱신 느껴지는 이 미세한 통증을 겪자니 뒤늦은 후회가 몰려온다.


'조금만 남겨둘 걸. 그저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만 덜어낼 걸.'


생각해 보니 이런 일은 처음이 아니었다. 우리의 인생도 손톱 정리와 닮아 있다. 더 편해지기 위해, 혹은 더 빨리 가기 위해 한 번에 너무 많은 것을 취하거나 도려내는 일. 그것은 대개 '지나침'이라는 이름의 시린 생채기를 남긴다.


모자라지도, 그렇다고 넘치지도 않게.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스스로를 다듬어가는 일. 그 섬세한 균형을 지키는 것만이 우리 삶에 한결같은 평온을 가져다주는 비결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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