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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크라이트 Oct 08. 2021

나는 왜 이렇게 잡념이 많을까?

당신은 현재에 살고 있나요

'과거와 미래에 머무르지 마라. 현재에 살아라.'


책 속이든, 인터넷상이든 무심하게 지나친 흔한 글귀였다.

당연히 현재에 살고 있다고 믿었기에, "빨간불에는 길을 건너지 말라" 정도로 여겨지는 문장이었다.


그런데 최근에서야 깨달았다.

나는 과거와 미래의 후회와 걱정들에 얽매여 현재의 삶을 살지 못했다. 무려 20년 넘게 말이다.




난 빠릿빠릿하고 눈치 빠른 타입이 아니다. 늘 허둥지둥, 하나둘씩 빼먹고 다녀 '허당'으로 불렸다. 직장생활을 할 때에도 남들보다 느리게 배우고, 상사의 비위를 맞추는 방법도 몰랐다.


내 앞으로 일이 떨어지면 언제나 따라가기 바빴으며, 일 인분의 일을 해내기 위해 아등바등해왔다. 

그리고 그 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야근, 비효율적 업무, 또 야근, 주말근무.

그리고 아무리 쉬어도 쉰 것 같지 않은, 늘 지치고 쫓기는 삶.


무언가 이상했다. 회사에서 돌아오면 늘 눕기 바빴고, 집안일은 밀려갔으며 점점 웃음기를 잃어갔다. 친구들을 만나지도, 주말에 뭘 할지 계획하는 일도 사라져 갔다. 전반적인 삶의 태도가 수동적으로 바뀌어갔다.


지금 안고 가야 하는 일만으로 벅차 새로운 시도를 할 기력이 없었다. 주말마다 산으로 놀러 다니고, 새로운 취미가 생겼다며 SNS에 사진을 올리는 친구들을 보며 열정과 체력이 참 부럽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들처럼 움직일 에너지는 남아있지 않았다.

그렇게 아주 오랫동안, 방전된 채로 삶을 유지해왔다.


아이러니한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면 괜찮게 살고 있다고 착각했다.

어딘가 공허하고, 삐걱거리고, 바삭할 정도로 메마른 삶을 보내고 있었음에도 말이다.


그리고 내 삶이 바삭한 이유를 뒤늦게 깨달았다.

나는 명백히, 현재를 살고 있지 않았다.

 


그 사실을 깨달은 건 달리기를 시작하면서다. 오른발, 왼발, 계속해서 번갈아 착지를 하고 숨은 턱끝까지 차있는데도 머릿속 잡념이 지독하게 떠나지 않았다. 오늘 먹을 반찬들, 내일 일할 걱정, 친구들은 잘 지내는지까지 달리기와 관련 없는 온갖 생각들이 끊임없이 머릿속을 헤집고 다녔다. 자연히 뺨을 스치는 바람, 공기 냄새, 몸의 상태는 저 멀리 밀려났다. 나는 달리고 있었으나 달리지 않았다.


뒤돌아보니 이건 달리기를 할 때뿐만이 아니었다. 자격증 공부를 할 때도, 책을 읽을 때도, 회사에서 일을 할 때도 잡념은 시도 때도 없이 끼어들었다. 지금 뭘 해야 하는지, 다음에 취할 행동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이 뻗어나가지 않고 미래에 대한 걱정이 불쑥불쑥 머리를 들쑤셨다. 그러니 현재에 집중하지 못하는 게 당연했다. '내가 하고 있는 행위에 대해 어떻게 하면 발전할 수 있을까'하는 적극적인 생각은 저 뒤로 밀려났다. 현재의 골치 아픈 일을 저 뒤로 밀어버리고 미래 걱정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내 머릿속은 언제나 부산했다. 그러다 보니 나의 생각만으로도 꽉 차서, 상대방의 의중을 파악할 여유가 없었다. 자연스레 눈치 없는 사람으로 살아왔으며, 물건을 한두 개씩 놓고 다니는 허당 소리를 듣게 되었다. 업무를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과거와 미래, 현재가 한꺼번에 나란히 머리를 나눠 쓰고 있으니 업무 효율성이 높을 리가 없지 않은가!




정말 일을 잘하고 행복한 사람들은 '바로 이 순간'에 집중한다. 달리기를 예로 들면, 현재를 사는 이와 잡념이 잔뜩 낀 나의 머릿속은 너무나도 달랐다.


- 달리기를 하는 나의 머릿속

‘내가 그때 왜 그랬을까?’

‘부모님께서는 건강히 잘 계시는 걸까?’

‘앞으로는 뭘 먹고살아야 좋을까?’


- 달리기를 하는 ‘현재를 사는 이’의 머릿속

‘어떤 자세로 뛰어야 좋을까?’

‘어느 정도의 속도로 뛰어야 적절할까?’

‘햇살은 쨍쨍하고, 뺨을 스치는 바람은 시원하다. 달릴 수 있어 행복하다’


이렇다 보니, 현재를 사는 이들에겐 최고의 효율이 나올 수밖에 없다. 달리기든 일이든, 행복이든, 사랑이든 말이다.


아주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그때는 먹고사는 걱정, 미래에 대한 걱정, 과거에 대한 회한이 없었으니까. 그저 오늘 먹은 반찬이 맛있고, 친구들과의 수다가 재밌고, 노을 지는 하늘이 예뻐서 행복했던 나날들이었다.


그래서 요즘 난 어린 시절, 그 순간에 충실했던 감정을 떠올리며 현재를 살아가기 위해 애쓰고 있다.  

몇십 년간 과거와 미래를 떠올리며 걱정하면서 살아왔으니 사실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꾸 다른 시간에 살아가고 있다고 느낄 때에는, 크게 숨을 들이쉬어 본다.  나는 지금 이 순간 숨 쉬고 있다. 과거, 미래의 공기가 아니라, 바로 지금.



언젠가는 꼭 행복해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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