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환자의 삶

모순적인 마음가짐으로 살아가는 법

by 다크포니

병원에서 암 진단을 받게 되면 중증환자로 등록된다. 그리고 중증환자는 병원 진료비 중 자기 부담금이 5%로 줄어든다. 유시민 작가가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재직하던 당시에 생긴 제도다.


내가 내는 건강 보험료에 비하면 자기 부담금을 할인해 주는 게 나한테는 경제적으로 큰 도움은 안된다. 그러나 마음의 위안은 되더라. 그래도 국가에서 나를 챙겨주긴 한다는 느낌이랄까?!


사실 처음에는 암 환자라는 족쇄를 차는 것만 같아서 중증환자 등록을 거부했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중증환자로 등록되어 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는데 내 마음가짐은 180도 달라졌다. 그러다 보니 똑같은 사실을 두고서도 전혀 다르게 반응할 수 있게 되었다. 족쇄가 아닌 배려로 말이다.




요즘의 나는 암 환자인 것을 잊는 동시에 잊지 않아야 하는 아주 모순적인 태도로 살고 있다. 그래야 내가 살 수 있다.


암수술과 항암치료를 통해 몸의 암세포는 죽었는지 몰라도 정신의 암세포는 끈질기게 살아남아 나를 괴롭혔다. 자책과 무기력, 불안감이라는 늪에 빠졌는데 허우적거릴 힘조차 없었다.

다행히 지금은 늪에서 빠져나왔는데 탈출할 수 있었던 힘은 암 환자인 것을 잊는 마음에서 비롯되었다.


역시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그러나 동시에 나는 암 환자인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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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사람들은 말로는 건강이 최고라고 하지만 행동을 살펴보면 건강이 우선이 아닌 경우를 쉽게 볼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잠이다. 잠이 중요하다는 걸 알면서도 사람들은 충분하게 잠을 안 잔다.


잠깐 잠에 대해 이야기하면 잠은 충분한 시간(8시간)은 물론 아침에 깰 때 자연스럽게 깨어나야 된다. 왜냐하면 기상 무렵의 렘수면(꿈을 꾸는 상태)이 중요한데 알람을 통해 인위적으로 일어난다는 건 렘수면이 방해를 받았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쉽게 생각해서 새벽녘에 꿈을 꾸다 알람 소리에 놀라서 일어나는 건 좋지 않다는 것.


그래서 나는 알람을 맞추지 않고 잠을 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음날 6시 전후로 일어날 수 있는 이유는 일찍 잠자리에 들어 충분한 수면 시간을 확보하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은 어떨지 몰라도 나에게는 건강이 우선순위기 때문에 건강과 관련해서 양질의 수면을 취하는 게 중요하다.


아마 암 환자라는 사실을 잊고 산다면 양질의 수면을 취하는 것을 가볍게 여겼을지도 모른다.





암환자라는 사실을 잊지 말고 스케줄을 짜야한다. 물론 지금은 5km를 25분 정도에 뛸 수 있는 체력은 된다. 하지만 정신적으로 신경 써야 하는 일은 최대한 안 만들고 꼭 필요한 활동에만 집중한다.


과거의 내가 5가지를 할 수 있었다면 지금의 나는 2가지 정도만 하려고 한다. 나에게는 지금 당장은 못하는 것처럼 보여도 멀리까지 내다보는 전략이 중요하다. 42.195km를 몇 시간 안에 뛰어가기보다는 한 두 달 걸리더라 더 천천히 걸어가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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