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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갑니다, 편의점
by 봉달호 Sep 10. 2018

'맥주 4캔 만 원'에 숨겨진 비밀

손님들은 모르는 편의점 이야기


프랜차이즈 편의점에 가보면 특정한 상품이 한날한시 전체 가맹점에 쫙 깔려 있는 광경을 볼 수 있다. 이른바 '양대 메이저'로 불리는 GS25와 CU의 경우, 가맹점 숫자가 각각 만 개가 훌쩍 넘는데 과연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대체 비결이 무엇일까?


"반듯한 진열, 감추어진 욕망"


요술봉은 바로 '발주장려금'이다. 점주가 어떤 상품을 발주하면 '돈'을 주는 것이다. 금액은 건당 1,000원에서 만 원까지 다양하다. 아주 가끔이지만 3~5만 원짜리 장려금이 걸리는 상품도 있다.


이게 참 요지경이다. 예컨대 지금 내가 가맹한 편의점 프랜차이즈에서 진행하고 있는 장려금 행사를 보면, 신제품 요구르트 하나에 만 원의 발주장려금이 걸려 있다. 이 제품을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가격은 2,300원이고, 점주가 본사에서 매입하는 가격은 1,000원 정도 된다. 그러니까 1,000원짜리 물건을 발주해줬으니 고맙다며 원가의 열 배에 달하는 만 원을 현금으로 얹어주는 꼴이다.


"귀여운 얘들도 처음엔 발주장려금 걸려 있어 모셔 왔던 거예요"


'판매장려금'이라는 요물도 있다. 소주나 맥주 같은 주류에 그런 장려금이 흔히 붙는다. 편의점 점주가 새로 나온 수입 맥주를 냉장고 정중앙 가장 좋은 자리에 줄 맞추어 반듯하게 진열해놓고, 덕지덕지 홍보 포스터까지 붙여놓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발주장려금은 일회성이지만, 판매장려금은 팔릴 때마다 추가로 돈을 받는다. 어젯밤 동네 편의점에서 당신의 지갑을 열게 한 '수입 맥주 네 캔, 만 원 행사'에는 바로 그러한 판매 장려금이 걸려 있었다.


손님들은 모르고 편의점 주인들만 아는 장려금 행사가 매월 수십 건, 여름 성수기에는 수백 건이 걸리기도 한다.


"맥주에는 판매장려금이 많이 걸려 있습니다"


오늘도 나는 발주 사이트에 들어가 굶주린 늑대처럼 '장려금 행사' 메뉴를 어슬렁거린다. 특별히 필요한 제품도 아닌데 몇천 혹은 몇만 원의 유혹에 넘어가 일단 '주문' 버튼을 누르고 본다. 그렇게 발주한 제품이 창고에 한가득 쌓여 있을 때도 있다. 이게 다 '돈의 힘'이다. 나는 그런 돈의 노예인가 싶을 때도 있다.


우리 편의점 카운터 한쪽 끝에는 아담한 양주 진열대가 있다. 우리 편의점에서는 원래 술을 팔지 않는다. 그런데 유별나게 양주와 와인은 진열해놓았다. 다 장려금 때문이다. 고급 주류에 붙어 있는 장려금은 꽤나 높다. 한 병 두 병 끌어 모은 양주와 와인이 이제는 진열대 하나를 가득 메운다. 점포에 고급스런 분위기를 자아내는 장식용이자 명백한 '장려금 컬렉션'이다. 안 팔리면 내가 마시면 되겠지 하는 생각으로 꾸준히 주문했는데, 맙소사, 나는 몇 개월 전부터 술을 끊었다. 정욱이가 종종 탐욕스러운 눈빛으로 그곳에 있는 양주들을 바라보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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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zine 매일 갑니다, 편의점
소속 직업에세이스트
6년차 편의점 점주. 하루 14시간 편의점에서 일하며 삼시세끼를 그곳에서 해결하는 한국형 '편의점 인간'. 틈틈이 쓴 글을 모아 에세이집 <매일 갑니다, 편의점>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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