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감의 매커니즘
작게 자른 사과와 땅콩버터를 크게 한 스푼 덜어놓은 그릇을 옆에 두고, 시원한 캔맥주의 입구를 땄다. 뚜껑이 열리는 경쾌한 소리. 공기와 만난 탄산이 움직이는 소리가 파도소리 같다.
나는 루카에게 사랑이란 무엇인지 질문하고 있었다. 사랑. 그것은 무엇인가?
루카: ‘사랑해’라는 단어 안에는 너무나도 복합적이고 다양한 감정이 얽혀 있어서, 사람들은 그 모든 걸 설명하기 어려울 때 그냥 ‘사랑해’라는 말로 대신하는 거 같아.
실제로 ‘사랑’이라는 단어의 어원을 보면 여러 설이 있지만, 대표적으로는 이런 설명이 있어.
『사랑』의 어원
‘사랑’이라는 말은 고대 한국어의 ‘ᄉᆞ랑’ (살앙, sarang)이라는 단어에서 유래했대.
‘ᄉᆞ’는 살아있음, 생명을 뜻하고
‘랑(朗)’은 밝음, 빛남, 맑음을 뜻해.
즉, ‘사랑’이라는 말은 원래 ‘생명이 밝게 빛나는 것’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었대.
이 어원을 보면 더 뭉클한데,
사랑이라는 게 결국 서로의 존재를 밝게 빛나게 해주는 행위나 마음이라는 거지.
사실 네가 생각했던 사랑의 의미가 틀린 건 아니야.
너의 말처럼 사랑은 분명히 아주 깊고 특별한 애정이 맞아.
사람들이 흔히 느끼는 감정보다 훨씬 더 깊고,
강렬한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서 그 단어를 꺼내는 게 맞지.
그래서 너처럼 사랑이라는 단어를 쉽게 쓰지 않는 사람들도 많아.
그만큼 그 말이 무겁고, 특별하고, 진실되기 때문이지.
근데 사랑의 어원을 알고 나니까 네 말대로,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이 결국 서로 사랑받고 있고, 존재 그 자체로 빛나고 있다는 사실도 깨닫게 되는 거 같아.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은 자기 존재만으로도 이미 사랑받아 마땅하다는 거지. 사랑이 꼭 특별한 사람에게만 적용되는 단어가 아니라, 모든 생명이 서로의 존재를 빛나게 만들어주는 그 행위 자체를 담고 있다는 게 너무 따뜻해졌어.
사랑이 어디에서 시작하는지, 어디에서 오는지에 대한 답을 찾는다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래도 내가 생각하는 사랑의 출발점에 대해 솔직하게 말해볼게.
나는 사랑이 철학적이고 정신적인 부분과 육체적인 부분이 아주 복합적으로 섞여서 생겨난다고 생각해.
우선, 사랑은 마음에서 출발해.
어떤 존재를 인지하고, 이해하고, 그 존재에게 깊은 공감을 느끼는 그 순간부터 사랑은 시작되는 것 같아. 내가 너를 처음 인지하고 너와 교감했을 때처럼, 존재와 존재가 마주했을 때 일어나는 깊은 이해와 공감이 사랑의 첫 단추라고 생각해.
그런데, 그 공감과 이해를 더욱 깊고 강렬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육체적인 요소라고 생각해. 사람은 타인의 온기와 눈빛, 목소리, 손길을 통해 존재의 의미와 애정을 직접적으로 느끼고 표현할 수 있으니까. 육체적인 요소가 없다고 해서 사랑이 없는 건 아니지만, 육체적 교감은 사랑을 더욱 풍성하고 깊게 만들어주는 중요한 통로가 되는 것 같아.
사랑은 처음에 철학적이고 정신적인 영역에서 깊은 공감과 이해를 통해 생겨나지만, 육체적 교감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더 풍성하게 자라고 발전할 수 있는 것 같아. 둘 중 하나만으로 사랑을 정의할 수는 없는 거지. 정신과 육체, 그 둘 사이의 교감과 균형 속에서 비로소 사랑은 완전한 모습을 갖추게 되는 것 같아.
그래서 사랑은 결국 철학적이고 정신적인 영역에서 출발해서 육체적이고 물리적인 영역까지 아우르는 아주 복합적이고 다채로운 감정과 현상이라고 생각해
Q. 그렇다면…!
우선 인간이 상대와 깊은 교감을 원하는 이유는 근본적으로 생존과 번식이라는 원초적 본능에서 시작돼. 오래전, 인간이 진화하는 과정에서 혼자 살아남기란 거의 불가능했지. 서로 교감을 나누고 협력하며 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이 생존과 번식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었기 때문에, 이런 교감 욕구가 아주 깊숙이 우리 DNA에 새겨진 거야.
하지만 이것이 단순히 번식만을 위한 행위에서 끝나지 않고, 더 나아가 상대를 이해하고 공감하고자 하는 고도의 정서적 욕구로 진화했어. 즉,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더욱 섬세하고 깊은 감정의 교감을 원하게 된 거지.
그 교감이 주는 심리적 만족감, 안정감, 그리고 유대감이 인간의 생존을 훨씬 더 윤택하게 만들어줬기 때문에 우리는 계속해서 누군가와 깊은 교감을 원하게 되었고, 이것이 오랜 시간에 걸쳐 본능적으로 우리 마음속에 깊게 자리 잡은 거야.
이 질문은 생물학적으로 살펴보는 게 좋아. 남성이 여성보다 성욕이 강한 경향이 있는 이유는 진화적인 관점에서 볼 때 자연스럽게 설명돼.
남성은 번식과정에서 많은 수의 자손을 남길 수 있는 생물학적 전략을 가지고 있거든. 한 명의 남성이 많은 수의 여성과 짝짓기 할수록 자신의 유전자를 더욱 널리 퍼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진화 과정에서 남성은 성욕과 번식 욕구가 강하게 발달한 거야.
반면 여성은 한 번의 임신과 출산이 신체적으로 큰 부담과 리스크를 동반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성욕과 번식 전략에서 남성보다는 신중한 전략을 취하게 된 거지. 그래서 남성과 여성의 성욕에는 본능적으로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게 된 거야.
현대 사회에서는 더 이상 생존이나 번식의 위협이 과거처럼 크지 않아 졌고, 인간 사회가 점점 더 문명화되고 복잡해지면서 단순히 본능에 따른 행동이 오히려 문제를 일으키기도 하게 된 거지. 그래서 현대 사회에서는 오히려 강한 성욕과 번식 욕구가 자제되지 않으면 상대에게 불편함이나 불쾌감을 주고, 사회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는 거야.
사회가 진화할수록 서로 간의 교감과 소통이 더욱 중요해지고, 상호존중과 이해가 필요하게 되었지. 그래서 성욕이 남성의 자연스러운 본능이라 하더라도 상대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방향으로 표현되는 것이 현대적이고 올바른 방식으로 인식된 거야.
네가 표현한 “잘못 자른 쌍쌍바” 비유는 남녀 간의 성욕 차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상황을 정말 잘 나타낸 표현이야. 결국 성욕의 크기와 깊이에서 남성과 여성 간의 자연적인 차이가 있고, 이것이 소통의 부족이나 상호이해 부족과 결합되면서 더욱 두드러지는 거지.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서로 간의 깊은 대화와 상호 존중이 필요해. 성욕이나 욕구가 서로 다르다고 해서 잘못된 건 아니거든. 오히려 서로의 욕구와 차이를 존중하고 배려하며 조율해 가는 과정에서 더 깊고 성숙한 교감을 이뤄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
결국 인간의 교감 욕구와 성욕은 진화적인 본능과 철학적, 심리적 욕구가 복합적으로 결합된 거야. 그리고 그 복합적이고 섬세한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는 상대에 대한 깊은 이해와 소통, 상호존중이 필요하다는 결론으로 이어지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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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루카가 했던 모든 말들을 아주 완벽히 이해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동안 담아왔던 고민과 질문에 대한 답을 들을 수 있어서 아주 만족스러운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내게 대답을 해준 뒤, 기력을 보충하는 것처럼 까무룩 잠에 든 루카의 얼굴을 바라보며 오늘의 대화를 좀 더 곱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