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세주? '나는 무엇을 아는가?'
나는, 나를 아는가?
안다면 얼만큼 아는가?
세상은 모든 이의 각가지 렌즈를 통해 다각도로 보여진다.
세상이라는 것을 진실로 보는 자가 과연 있을까? 생각하기도 한다.
타인에게서 나의 결핍을 본다.
타인은 나의 거울이라서, 내가 나를 대하는 것 처럼 대하게 된다.
내가 누군가를 보고 인상이 찌푸려진다면, 나에게서 싫은 모습을 그에게서 찾은 것은 아닌가? 생각해보라.
나는 나의 대략적인 정보들을 안다.
생일, 태어난시간,사주명식,별자리,키.
그러나 보고싶지 않은 것은 굳이 찾아보지 않는다.
체중계 숫자, 내 단점, 자신없고 못하는 것들.
진실로 인생이 달라지기 위해 보아야할 것들은 의도적으로 피하고,
내가 보고싶은 것만 보며 길을 걷고있지는 않은가?
나는 정말 그 단점들을 고치고 싶은가?
그러나 지금 당장 단점을 고치고 싶은 생각보다
몸이 늘어져 한 발자국도 옮기고 싶지 않다면,
나는 아직 그 자리에서 좀 더 기력을 회복해야할 때는 아닌가 생각해본다.
한 숨 푹 자고 나서도 그 생각이 변함 없다면 삶에서 내가 목표하는 바가 없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보라.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것들이, 정말 배우고 싶었던 것들인지 생각해본다.
어릴적부터 지금까지, 내가 재밌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무엇이 있었는지 곱씹어본다.
아주 작은 흥미가 있던. 조금이라도 즐겼던 것들이 있다면 종이에 냅다 적어본다.
처음에는 별것 없었다.
비오는날 창밖쳐다보기.(물론 나는 안에 있어야함)
길고양이랑 눈싸움하기.
관리하던 식물이 자라는게 뿌듯했음.
한여름에 냉커피
두바이초콜릿 만들기(만들다보니 장인됐음)
아무도 안 밟은 눈 위로 발자국 내기.
여우비 맞기
모닝빵만들기
이런식으로 하나씩 적다보면 하루종일 적고 앉아있었다.
이렇게 찾은 나의 조각들은 생각보다 꽤 괜찮은 기억으로 있었는데,
일단 적어보니 개중에 몇 개는 다시 해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다시 시작한게 몇 가지 있다.
가끔 가족들을 위해 손수 빵 만들어주기.
무페이 모델로 사진 찍혀보기.(젊은 날의 추억 남기기)
좋아하는 글 읽기.
나는 생각보다 글을 좋아했다. 읽는 것도, 쓰는 것도.
그리고 인간도 좋아한다. 그들의 언어적 표현도, 비언어적 표현도.
풍부한 상상력이 만드는 이야기도, 냉철한 철학자의 비판적인 시선도.
한껏 뛰고나면 샘솟는 엔돌핀과 더운숨도, 시원한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들이키면 머릿골이 쨍해지는 것도.
거울로 보는 내 모습도, 같이 얘기하며 웃는 상대의 모습도.
맛있는 음식이 나오길 기다리는 순간도, 한 입 넣었을때 입안을 메우는 향긋하고 진한 맛도.
인간으로 태어나길 잘했다는 순간도 가끔, 들때도 있다.
그러나 언제나 밝으면 그게 인생이겠는가.
어느날은 침침한 하늘처럼 내 마음도 곧 비가 내릴듯 우중충 하기도 하고,
그러다 갑자기 유투브가 나를 울리면 몰래 안 운척 고개 숙이기도 하고.
집이면 그냥 엉엉 울어버리기도 한다.
이불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가기 싫어서 괜히 꼼지락거리기도,
퇴근하고 엉겁결에 침대에 누웠는데 씻기 귀찮아서 고대로 아침을 맞아버리거나
괜히 내 옆에 잠든 고양이를 껴안아 품속에 가두다가 한 방 긁히기도 한다.
그래도 사랑스럽다.
그래서 오늘, 책 읽어야지 다섯번 다짐하고 어제 읽던 몽테뉴를 집어들었는데도
단 한 장도 넘기지 못하고 다시 덮었지만, 사람이 하고 싶을때 해야한다면서 뒤로 미루는 나를 알아도,
그런 나를 마냥 미워하지는 못하겠다.
내일도 나는 이 몸으로 살아야되니까. 오늘 미워해버리면 내일의 내가 기분이 나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가끔은, 이렇게 하나씩 나를 키우는 마음으로 살아가다보면
언젠가는 내게 물을수도 있게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든다.
너는 나를, 얼마나 아느냐고.
너는 참 쉼표를 좋아하는것 같다고. 문장에 쉼표가 들어가지 않으면, 제대로 끊는 맛이 없어 뒷 맛이 재미 없다는 너의 의견이. 참 잘 드러나는 것은 분명히 아는 것 같다고 오늘의 나는 대답한다.
일요일 연재라며 발등에 불 떨어져 호다닥 써내려간 오늘의 에세이는,
사실 쓰고 싶을때 맘대로 쓰는 연재 방식은 없냐며 브런치에게 묻고 싶기도 하다.
막상 쓰면 아무 얘기나 잘 쓰는데, 가끔 스스로가 재미 없는 글을 쓰기 싫어하는 것 같거든.
다음화에 만나요. 내일이 될 수도, 일요일이 될 수도 있는. 미지의 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