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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ig Green Grads Oct 06. 2021

하버드 뭐, 별 거 없네!?

Fed Challenge? Challenge Completed!

앞의 글과 이어지는 글이므로 아래 글을 먼저 읽고 보시면 더 좋습니다!


(1) 이제 준비는 모두 끝났다!

Fed Challenge 지역예선은 보스턴 연준은행에서 이루어진다. 우리나라의 한국은행도 지역별로 지부가 있듯이 미국의 연방준비은행도 보스턴, 뉴욕, 필라델피아   전역 12 도시에 분포해 있다. 우리 지역의 예선은 매년 보스턴 연준은행이 주최했왔지만 내가 참가했던 2014년도부터 후원을 중단하는 바람에 사설 교육기업인 피터슨사에서 금전적 후원을 하고 대학 교수로 구성된 운영위원회가 주관하게 되었다. 다트머스 페드 챌린지 팀의 지도교수인 Curtis 교수도  운영위원  한명이다. 비록 금전적 지원이나 대회 주관은 멈췄지만 보스턴 연준은행에서 장소만큼은 제공해 주었기에 대회는 Fed Challenge답게 Fed(연준은행)에서 열릴  있었다.


어렵기로 소문난 뉴잉글랜드 지역 예선이기 때문에 어느 학교가 참여하는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았는데 올해는 특이하게도 예일, 브라운, MIT 등 기존에 참여해 좋은 성과를 냈던 쟁쟁한 경쟁자들이 참석하지 않았다. 참여 학교 중 우리가 가장 견제했던 상대는 단연코 하버드와 벤틀리 대학교였다.


(2) 예선: 지옥의 조에 배정되다

Fed Challenge의 진행방식은 토너먼트식이다. 1라운드에서는 4-5개 학교로 구성된 네개 조에 무작위로 배정되어 그 조안에서 1개 학교만을 뽑는다. 그리고 1라운드의 승자학교가 2라운드에 진출해 경쟁하게 된다. 각 학교 대표팀의 실력도 물론 중요하지만 대진운 역시 중요한데, 하필 우리가 속한 조에 하버드가 있었다. 작년 전국대회 우승학교이기도 했고, 우리를 2위로 미끄러뜨린 장본인이기도 했기에 하버드와 같은 조에 배정되자 우리는 모두 전투의지를 다졌다.


예선에서는 다른 학교의 발표를 볼 수 없기 때문에 대기실에서 차례를 기다렸다. 우리 순서가 되어 노트북을 설치하는데 원래 프레젠테이션용으로 사용하려던 팀원의 노트북이 발표장의 어댑터와 맞지가 않았다. 노트북이 너무 최신 모델인 탓이었다. 당황스러웠지만 다행히 혹시 몰라 가져온 나의 노트북이 있었다. 긴장한 팀원들을 “괜찮아! 내 노트북 알지? 엄청 구형이야~”라는 말로 안심시키며 내 노트북을 꺼냈다. 아뿔싸! 그런데 이번에는 노트북 위에 덕지덕지 붙인 스티커가 문제였다. 대회 규정상 학교를 노출하는 것이 금지되었는데 내 스티커 중 하나에 버젓이 다트머스라고 쓰여져 있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한 팀원이 재빨리 포스트잇으로 그 스티커를 가렸다. 발견하지 못했더라면 자동으로 감점을 당했을 상황이었다. 우여곡절에도 불구하고 발표는 순조로웠고 우리는 준비한 것을 모두 쏟았기 때문에 아쉬움이 없다며 결과를 기다렸다.


(3) 하버드를 꺾고 본선에 진출하다!

그리고 결과는.... 다트머스의 본선진출! 우리가 하버드를 꺾은 것이다. 하버드 버금가게 어려운 논문을 줄줄히 인용한 덕분이었을까! 그동안 머리를 쥐어짜가며 읽었던 연준은행이며 경제 연구소의 논문과 보고서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작년 우승자인 하버드를 예선에서 꺾었으니 이제 누가 우리를 막을 소냐! 우리의 사기가 하늘을 찔렀다.


(4) 본선 찢었다

본선은 강당 규모의 큰 공간에서 이루어졌다. 교수님들이 심사위원이었던 예선과 달리, 본선에는 보스턴 페드의 부행장과 다른 두명의 경제학자가 심사위원으로 참석했다. 본선부터는 누구나 발표를 볼 수 있었기 때문에 꽤 많은 사람들이 우리를 지켜봤다. 우리의 발표는 실수 하나 없이 매끄러웠고 심지어 질의응답 시간에는 우리가 미리 예상해둔 질문이 여럿 나왔다. 심지어 질문 1개는 슬라이드 부록에 미리 답을 슬라이드로 만들어 둔 것이었을 정도이다. 요즘 말로 하자면 "찢었다"는 표현이 적합할 것이다. 우리의 발표가 끝나자 청중에서 박수가 나왔다. 보통은 발표가 끝난 후 박수를 따로 치지 않는데 박수가 나왔다는 건 그만큼 인상깊었다는 뜻이다. 우리는 조심스레 우리의 승리를 점쳤다.


본선 가장 마지막 발표 순서는 벤틀리 대학이었다. 작년 우승은 아니지만 그 전에 지역예선과 전국결선 모두 우승한 경험이 있는 실력있는 학교였다. 강자의 명성에 걸맞게 역시나 이 팀도 우리 못지 않게 청산유수로 발표를 마쳤고, 질의응답까지 입댈 것이 없었다. 다만, 우리의 발표가 좀더 다듬어지고 세련된 느낌이었다면 벤틀리는 좀더 부산스럽고 말이 빨랐던 것 같다. 스타일 면에서는 우리가 월등하다 생각하며 발표를 기다리는데 결과는 아쉽게도 우리가 2등, 벤틀리가 1등이었다. 주최 측 진행자의 귀뜸으로는 우리와 벤틀리 간의 점수차가 단 2점이었다고 한다. 우승을 예상하고 있었는데 2점 차이로 2등이라니... 김이 확 빠졌지만 다트머스로 돌아가는 버스를 타야해서 아쉬움을 느낄 겨를도 없이 바쁘게 짐을 챙겨 대회장을 나왔다.


(5) 대회, 그 후...

비록 뉴잉글랜드 지역 2위이지만 19개 대학이 참여한 대회에서 2등을 했다는 점, 예선에서 굉장히 강한 상대를 이겼다는 점, 그리고 마지막에도 정말 작은 점수차로 2위였다는 점에서 Fed Challenge는 조금 아쉽긴 해도 꽤 만족스러운 도전이었다.


그리고 나로써는 꼭 참여해보고 싶은 대회에 도전을 했기에 후회는 없었다. 배워야 하는 내용이 너무 많고 전문적이라 대회 준비 과정에서 “으악 나 머리 너무 나쁘다!”를 연발하며 정말 많이 좌절했지만 슬라이드 마스터로 다양한 데이터를 정리하고 우리 팀의 논거를 보기 좋게 요약해냈다는 점이 특히 자랑스럽다. 이 대회를 참가한 이후 신문의 경제 섹션에 미국 금리인상 이야기가 나오면 괜히 한번 더 눈길이 가고, 기사 내용도 더 머리에 잘 들어온다. 결국 수강신청 지원서에 써낸 것처럼 졸업 후 한국은행에서 일하게 되지는 않았지만 Fed Challenge는 나에게 정말 좋은 "challenge"가 되어준 것 같다.


Written by Hye Ry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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