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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ig Green Grads Oct 07. 2021

대리출석의 처참한 말로

The Consequence of Faking Attendance

다트머스가 다른 아이비리그 학교들과 비교해서 장점으로 내세우는 점은 바로 적은 학생 수와 1:7 이라는 교수진 대 학생 비율이다. 때문에 대부분의 다트머스 교수들은 공식적으로는 출석체크를 일일이 하지 않는다. 학생 수가 적어서 대충 눈대중으로도 확인이 가능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예과 수업들이나, 개론 수업들, 혹은 소위 “Easy A” 수업이라고 불리는 쉬운 수업의 경우, 100명 이상의 학생이 수강하기도 한다. 이렇게 큰 수업에서 출석을 학점에 반영하고자 하는 교수님들은 클리커(Clicker)를 사용한다. 학기 초에 학생들에게 각자 고유의 번호가 적힌 클리커를 배부하고 수업에 올 때 마다 그 클리커를 누르게 해서 출석 여부를 확인 하는 것이다.

(요즘은 QR코드로 출석체크 한다고 하던데...)

클리커는 대리출석 (이하 대출)에 악용되는 경우가 많았다. 수업을 땡땡이 치기 전 친구에게 클리커를 넘겨준 후 수업에 가서 본인의 것까지 같이 누르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대출도 한두 번일 때 탈이 없는 법, 2014년 가을 학기에는 과도한 클리커 대출로 인해 큰 사건이 일어났다. 


사건이 일어난 Balmer 교수의 <스포츠 윤리와 종교> 수업은 평소 쉬운 난이도와 후한 학점으로 인해 인기가 많았다. 이 수업은 수강 인원의 68%가 학교의 Varsity 운동 선수들로, 고된 훈련 일정으로 인해 공부할 시간이 부족한 교내 운동 선수들을 위한 수업으로 알려져 있다. 쉬운 수업이라는 타이틀이 붙자 여기저기서 신청 인원이 몰리자, 2014년 가을에는 무려 272명의 학생들이 듣는 이례적으로 큰 수업이 되었다. 


<스포츠 윤리와 종교>는 쉬운 수업인 만큼 성적에 출석률이 15% 나 반영되었다. 때문에 의리를 챙기는 운동부 학생들은 의례 서로 대출을 해주곤 했다. 


10월 말 어느 날, 여느 때와 다름 없이 클리커로 출석 체크를 한 Blamer 교수는 이상한 점을 발견 했다. 분명 강의실에 앉아 있는 학생은 100명 조차 되지 않는데, 그 2배의 주의 클리커 수가 입력된 것이다. 이 점을 이상하게 여긴 Balmer 교수는 학생들이 대리 출석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의심했고, 클리커를 넘겨준 학생들과 클리커를 대신 눌러준 학생들 모두 솔직히 고백을 하라고 엄중히 말했다. 이후 사건의 중요성을 감안, 학장에게 수사(?)를 의뢰했다. 사건은 일파만파 커졌다.


(뉴스에도 나올 정도로 꽤 큰 스캔들이었다)

결론은 일벌백계였다. 학문의 상아탑인 대학, 그것도 아이비리그 대학에서 대리출석이라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학교가 Honor Code 위배를 진지하게 처벌한다는 것을 만인에게 보여주기 위해 클리커를 넘겨준 학생들은 본인 대신 클리커를 대신 눌러준 학생들도 잘못을 시인하면 해당 학생과 함께 각자 한 학기씩, 그리고 클리커를 대신 눌러준 학생이 자백하지 않으면 혼자 두 학기 동안 정학을 당하게 되었다.


학생들에게 이것은 굉장한 딜레마였다. 보통 클리커를 넘겨 받고 대리 출석을 해 준 경우는 굉장히 친한 사이인 경우가 많았다. 자백을 하면 클리커를 자신에게 건내 준 친구와 자기 자신이 사이 좋게 한 학기씩 정학 당할 수 있지만, 자백을 하지 않으면 자신에게 클리커를 준 학생이 두 학기 동안 정학을 당하는 것이다. 친구의 부탁을 받고 클리커를 대신 눌러준 죄 밖에(?) 없는 학생들은 자백을 해서 대출을 부탁한 학생을 감형해주고, 나름 꽤 큰 벌인 정학을 함께 받아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고민하게 되었다.


절친한 친구 사이였던 L양과 S군의 상황이 그랬다. S군은 종종 L양에게 대출을 부탁하곤 했는데, 하필 이번 사건에 딱 걸리고 말았다. L양을 끌어들인 것이 미안했던 S군은 혼자 책임지겠다고 했지만 L양은 우정을 택했다. 괜찮다고 하는 S군의 설득을 만류하고 자신이 S군의 클리커를 대신 눌러주었다고 교수님께 자백한 것이다. 그녀는 결국 대출을 도왔다는 죄로 S군과 같이 한 학기 정학을 당하게 되었다. 정말 눈물 없인 볼 수 없는 우정이었다.


“이제 L양은 니가 책임져야겠네.”

“이 정도면 L양이랑 결혼해야 하는 거 아니냐?”

이후 S군은 선배들로부터 각종 놀림을 견뎌내야 했다. 사상 초유의 대출 사건으로 인해 한 학기 혹은 두 학기 동안 정학 처리 된 학생은 60명이 넘는다. 이 중 자기 클리커를 건네주며 대리 출석을 부탁해 정학을 받은 학생은 43명이고, 나머지 17명은 대리 출석을 도왔다는 이유로 안타깝게 정학 처리된 경우였다. 


이 사건으로 인해 엄청난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Balmer 교수는 결국 <스포츠 윤리와 종교>를 폐강시켰다. 처참한 말로를 가져 온 대리출석 사건으로 인해 모든 다트머스 학생들은 Honor Code를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교훈을 얻게 되었다.


Written by Hae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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