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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ig Green Grads Oct 21. 2021

꿀알바를 찾아 헤메는 아이비리그의 알바몬들

Part-time Jobs on Campus

자신이 받은 Work Study¹를 채우기 위해서! 용돈이나 학비를 자신의 손으로 벌기 위해서! 여느 대학생들처럼 다트머스 학생들 역시 저마다 다양한 이유로 아르바이트를 찾는다. 공부만 하기도 바쁜 대학생들에게 아르바이트는 아무래도 부가적인 부분이기 때문에, 모든 구직자(?)들이 투입하는 시간 대비 얻는 것이 큰 "꿀알바"를 원한다. 비자 문제로 교내 일자리 이외 아르바이트가 금지되어 있는 유학생들, 그리고 자신들의 생활권인 캠퍼스 내에서 일하고자 하는 학생들은 모두 저마다 나름의 조건을 가지고 매 학기 캠퍼스 꿀알바를 찾아 헤매곤 한다. 


물론 꿀알바를 찾는데도 "공부에 지장이 가지 않는 선에서", "고생스러워도 높은 시급", "평소에 관심이 있던 분야나 전공과 관련된 일" 등 다양한 조건이 있을 것이다. 한때 아르바이트 꽤나 찾아 다녔던 캠퍼스 일자리 하이에나로서 교내 아르바이트를 분석해 보고자 한다.


(1) 공부하며 돈도 버는 일석이조 아르바이트

데스크에 앉아서 사람들을 안내하는 대부분의 아르바이트는 돈을 버는 동시에 아르바이트 시간을 자신의 공부에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도서관 아르바이트는 비록 시급이 높지는 않아도 생활권의 중심인 도서관에서 일을 할 수 있다는 점과, 비교적 조용해서 공부하기 쉽다는 점을 들어 많은 학생들이 선호한다. 학교의 중앙 도서관인 베이커-베리 도서관은 조금 다른 이유로 인기가 많은데, 도서관을 거쳐가는 유동인구가 많아 Face Time²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Face Time보다는 공부 시간을 보장받고 싶다면, 특수 도서관인 Kresge 과학 도서관, Feldberg 경영대학원 부속 도서관, Dana 생물 및 의학 도서관 등을 노려보는 것이 좋다. 이들 도서관은 중앙 도서관에 비해 훨씬 조용하고 정말로 공부를 하고 싶은 사람들이 모이는 정숙한 분위기라서 자기 공부를 하기엔 안성맞춤이다. 하지만 이런 도서관 아르바이트는 매우 경쟁률이 높은 편이라 1, 2학년이 이 곳에서 일하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여기서 하나의 팁! 이런 꿀알바 자리의 세대 교체는 대부분 소포모어 서머 기간 중 캠퍼스에 다른 학년 학생들이 모두 없고 2학년 학생들만 모여있는 때에 이루어진다. 여름 학기는 수강하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상대적으로 경쟁률이 낮기 때문이다. 새 학사년도가 시작하는 가을 학기에 학교에 돌아가보면 이제 막 3학년이 된 학생들이 도서관 데스크를 지키고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2) 생각 없이 즐길 수 있는 아르바이트

쿼터제에서의 공부와 교과 외 활동이 워낙 힘들고 바쁘다 보니 일부 학생들은 아르바이트만큼은 그냥 생각 없이 같이 일하는 친구들과 이야기하면서 보낼 수 있는 것을 선호하기도 한다. 멍때리기와 시간 보내기에 적합한 가장 대표적인 아르바이트는 콜리스 데스크지기 아르바이트이다. 


콜리스는 동아리가 모일 수 있는 다목적 회의실, 공연장 등이 모여있는 학생회관이다. 이 곳 데스크에는 학생 두 명이 번갈아 상주하며 회관을 이용하는 학생 및 동아리에게 장비 대여를 도와주고 시설 이용시간을 안내하는 일 등을 맡는다. 학생회관인데다가 학생식당도 있기 때문에 항상 시끌벅적한 곳이라 이곳에서 일하는 동안 자기 공부를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이곳에서 일하는 학생들은 대부분 같은 시간대에 일하는 동료와 이야기를 나누거나 학생회관에서 우연히 만난 자신의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낸다. 간간히 들어오는 질문과 도움요청에 응대하는 정도의 낮은 업무 강도에 친구들과 한껏 수다를 떨 수 있다는 매력 때문에 이 자리는 꽤 인기가 많다. 시급이 높진 않지만 돈도 벌면서 휴식 시간도 가질 수가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인기가 있는 자리는 이미 일하고 있는 사람이 관두면서 후임을 추천하는 식으로 '대물림' 된다. 그릭 하우스에 소속된 사람들의 경우 자신의 Sorority 혹은 Fraternity에 "자신이 이제 곧 관둘 예정이니 (또는 이 곳에서 새로 직원을 뽑으니) 관심 있는 경우 이야기하면 추천해 주겠다"는 내용의 단체 이메일을 돌리기도 한다.


(3) 스펙도 쌓고 돈도 버는 실속 아르바이트

조금만 관심을 갖고 보면, 자신의 전문분야 혹은 관심사를 살릴 수 있는 아르바이트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우선 언어를 잘한다면 Drill 강사를 해도 좋다. 과학 수업에 실험 참여가 필수이듯, 다트머스의 언어 수업에는 정규 교과수업 이외에 'Drill'이라는 연습 시간 참여가 필수이다. 이 'Drill'이라는 것은 한 시간 동안 강사가 읽는 문장을 앵무새처럼 그대로 따라 읽는 일종의 섀도잉이 다여서 지루하기 짝이 없다. 그렇게 하다 보면 발음이 는다나 뭐라나. 


앵무새 대장을 교수가 할 수는 없으니 중국어, 일본어, 스페인어, 프랑스어 등 언어를 잘하는 학생을 선발해 강사로 채용한다. 많은 경우 Drill은 아침시간 (그것도 가장 빠른 첫 수업보다 더 빠른 7:45 AM)에 배정되어 있다. 매일 그 시간을 지키는 것이 고역이기는 하지만, 수업 준비 시간을 인정받아 1시간 일을 해도 2시간 일한 비용을 받기 때문에 시급이 상당히 높아 인기가 많은 편이다. 중국어, 스페인어 등은 워낙 원어민과 준원어민들도 많고, 학생 중에서도 어려서부터 배워온 능력자가 많다 보니 Drill 강사로 선발되기란 하늘의 별따기와 같다.


콜리스 학생회관 혹은 홉킨스 예술센터의 경우 조명, 음향, 좌석 배치 등을 담당하는 공연 테크 인력을 대부분 학생으로 구성하고 있다. 따라서 공연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이 아예 마음을 먹고 저학년부터 꾸준히 이 일을 하면서 전문성을 쌓아 가기도 한다. 비슷하게는 미디어 도서관인 존스 미디어 센터 (Johns Media Center; JMC)에 기술지원 인력으로 일하는 경우가 있다. 영상 편집 프로그램으로 JMC가 보유한 DVD의 예고편을 만들거나 JMC 홍보 포스터를 만드는 일을 주로 하는데, 일 자체가 좋아서 하는 친구들이지만 몇 년간 성실하게 하다 보면 이 자체로 자신만의 이색 이력이 탄생한다.


자신의 지식을 나누는 튜터 아르바이트, 스터디 그룹 리더 아르바이트도 있다. 재미있는 점은 공학 수업을 가르치는 튜터는 다른 과목의 튜터보다 시급이 67% 정도 높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튜터가 시간당 9달러를 받을 때 공학 과목 튜터는 15달러를 받는다. 공학 과목 튜터에 대한 수요가 높아서 일수도 있고, 튜터 비용을 공학대학에서 대주기 때문이라는 말도 있다. 공과 선호현상이 튜터 아르바이트에서도 나타나니 떼때족으로서 참 서럽다.
 

하지만 학부생으로서 할 수 있는 이력 알바 중 최고는 아무래도 교수님의 연구를 도와드리는 RA(Research Assistant) 아닐까 싶다. RA의 경우 보통 수업을 들었거나 연구가 자신의 관심분야인 교수님께 이메일을 보내 이루어지기도 하고 드물지만 학생이 마음에 들든 교수님께 먼저 제안이 오기도 한다. 특이하게 간혹 RA 자리가 교내 캠퍼스 아르바이트 공고가 올라오는 Jobnet에 올라오기도 하는데, 나 또한 경영대학원 Tuck 의 교수님 연구실 공고를 보고 연락한 적이 있다. 결과는 나이가 많은데 (당시 4학년 1학기) 아는 게 없다 (3D 프린팅이 주제였는데 나는 공학 전공도 아니고 주제에 관한 배경지식이 없었다) 는 이유로 무참히 거절당하고 말았다. 당시 지원했을 때는 그 교수님이 어떤 분인지 잘 모르고 연락 드렸었는데 나중에 한국에 돌아와 보니 한국으로 초청되어 유수 비즈니스 포럼 강단에 서시고, HBR에 자주 이름을 올리시는 매우 유명한 분이었다. 쩝, 내가 조금만 일찍 연락드렸더라면!


(4) 급하게 알바를 구해야 한다면, 3D 아르바이트

이렇게 꿀알바가 있는가 하면, 정말로 몸과 마음이 힘든 3D 아르바이트도 있다. 3D 아르바이트는 힘든 만큼 늘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어 급하게 일자리를 찾아야 하는 경우라면 비교적 수월하게 구할 수 있다.


몸 쓰는 3D하면 식당 일을 빼놓을 수 없다. 그 중 식기 세척 일은 특히나 고역인데, 뷔페식이다 보니 남기는 음식이 많아, 음식물 쓰레기에서 나는 악취를 맡으며 일해야 한다. 심지어 일의 강도에 비해 다른 DDS(Dartmouth Dining Services, 다트머스 교내 식당 운영업체)일자리에 비해 시급이 월등히 높지도 않다. 그래서인지 정말 웬만큼 고생 좀 해보겠다고 마음을 먹지 않은 이상 오랜 기간 버텨내기 힘들다고 한다. 취하고 배고픈 이들의 성지이자 간단한 야식거리를 주로 판매하는 레잇 나잇 콜리스 아르바이트 직원들은 과음하고 주사를 부리는 학생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다. 학생 식당의 일이 고되다 보니 운영업체에서는 아르바이트 학생들에게 캠퍼스에서 식사에 사용할 수 있는 DBA를 일부 환급해주는 특혜를 주기도 한다.


식당 일이 몸이 힘든 아르바이트라면, 마음이 힘든 아르바이트도 있다. 바로 Green Corp라 불리는 교내 콜센터 아르바이트이다. 혹자는 ‘학교에 웬 콜센터? ‘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이 콜센터가 졸업생으로부터 풀뿌리 기부를 받는 원동력이다. 이 곳 아르바이트 학생이 하는 일은 컴퓨터 앞에 앉아서 자동 프로그램이 랜덤으로 지정된 졸업생에게 전화를 걸어주면 매뉴얼에 따라서 기부를 요청하는 일이다. 졸업생의 연봉과 과거 기부 내역 등을 반영해서 자동으로 계산된 기부 권유액이 모니터에 뜨는데, 졸업생마다 졸업 년도, 전공, 학교에서 활동했던 동아리, 현재 직업 등이 떠서 대화 거리가 될만한 힌트를 제공한다. 또한 졸업생이 권유액을 거부할 경우 반값으로 깎아서 다시 물어보라는 지침도 있다. 


대부분 이 직업의 실체를 잘 모르는 1학년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높은 페이(당시 기준 시간당 12달러 정도)에 혹해 Green Corp에서 일을 시작한다. 하지만 오래 버티는 사람은 많지 않다.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 돈을 요구한다는 것이 상당히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주기 때문이다. 친절하게 기부를 해주는 사람들도 있지만 간혹 전화를 끊거나 “당신네들이 우리 아들을 안 뽑아 줬기 때문에 다시는 기부하지 않을 거야! 전화 한번만 더 걸어봐!” 라며 온갖 화를 전화한 학생 아르바이트에게 푸는 졸업생도 있다. Green Corp에서 일을 해보면 우리가 생활에서 많이 접하는 전화상담원들이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을지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게 된다.


여태까지 보았던 캠퍼스 일자리 중에 단연코 최고인 꿀알바는 바로 문지기 아르바이트이다. 밤 10시에 Tucker Foundation이라는 사회공헌 및 봉사를 주관하는 재단 건물의 문을 잠그는 게 이 아르바이트의 할 일이다. 놀라운 것은 문을 잠그는데 걸리는 시간이 길어봤자 10분인데 받는 것은 1시간 어치의 급여라는 점이다. 


"아싸, 오늘도 10달러!"

밤마다 유유히 문을 잠그고 와서는 오늘도 아무것도 안 하고 10달러를 벌었다며 좋아하는 친구를 보면 정말 얄미울 만큼 부러웠다. 이것 저것 조건을 고려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캠퍼스 생활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아르바이트인 만큼 자신이 좋아하고 잘 맞는 일을 꾸준히 하는 것이 이득인 것 같다. 대부분의 경우, 일은 짬이 높아질 수록 익숙해져서 쉬워지고, 시급도 자연스럽게 올라가기 때문이다.


¹ Work Study: 대학에서 제공하는 재정 지원 (Financial Aid) 중 일을 해야만 받을 수 있는 금액

² Face Time: 친구들과 얼굴을 마주보고 수다를 떠는 등 일상적 교류를 하는 시간


Written by Hye Ry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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