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ig Green Grads Oct 10. 2021

다트머스 밤문화(?)의 중심, 그릭 라이프

Infamous Greek Life of a Famous College

다트머스의 오랜 전통이지만, 오래된 논란거리이기도 한 그릭 라이프(Greek Life). 소로리티(Sorority, 여학생 사교회)와 프래터니티(Fraternity, 남학생 사교회)라고 불리는 사교클럽들을 통칭해 그릭 시스템(Greek System)이라 부르고 이들 클럽과 관련된 생활 전반을 칭할 때 "그릭 라이프"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이는 소로리티와 프래터니티의 이름이 그리스 알파벳 (예를 들면, ΚΚΓ (Kappa Kappa Gamma), ΑΞΔ (Alpha Xi Delta), ΨΥ (Psi U), ΖΨ (Zeta Psi), 등)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다트머스에는 무려 28개의 그릭 하우스들이 있다.


다트머스의 학생이라면 어떤 형태로든 그릭 시스템의 영향권 밖에 있기는 쉽지 않다. 그릭 시스템이 워낙 다트머스의 사교활동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시에 있는 대학의 학생들은 굳이 캠퍼스 안에 놀 거리가 없어도, 도시 전체에 놀 거리가 흘러넘치니 밖에서 재미를 찾는 게 보통이다. 반면, 다트머스는 해노버 작은 깡촌에 있다보니 도시처럼 놀 거리가 다양하지 않다. 춤을 추고 싶다고 친구들이랑 클럽에 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쇼핑을 하려 해도 상권도 학교 앞 작은 다운타운이 전부이다 보니 아무래도 좀 심심하달까! 다트머스 학생들 역시 혈기왕성한 대학생들인지라 술도 마시고 파티도 하면서 유흥(?)을 즐기고 싶은데 그걸 할 수 있는 공간이 딱히 없으니 모두가 그릭 하우스(Green House)로 몰려드는 것이다. 해마다 변화가 있기는 하지만 다트머스 전체 학생 중 대략 50% 정도의 학생이 소로리티와 프래터니티에 가입되어 있다.


소로리티와 프래터니티는 저마다 하우스라 불리는 집을 소유해 그곳에서 부원들이 생활도 하고 매주 있는 정기 모임이나 각종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한다. 사교 클럽은 전통적으로는 한 개 성별 (남 또는 여)이 가입하는 형태지만 일부 혼성 프래터니티도 있다. 또한 대부분 백인 학생이 다수를 차지하는 기존의 소로리티, 프래터니티에 대한 대안으로 흑인, 히스패닉 등 특정 인종의 학생만 가입가능한 소로리티와 프래터니티도 존재한다. 이 글에서는 가장 다수의 학생이 가입된 전통적 형태의 소로리티, 프래터니티를 다루려 한다.


(1) 그릭 라이프의 중심: 프래터니티 베이스먼트

프래터니티와 소로리티들은 각각 집을 소유하고 있다. 통칭 그릭 하우스라고 불리는 이 집에서는 소속원 일부가 함께 거주하기도 한다. 하우스는 프래터니티와 소로리티의 정기모임과 의식, 자체적 사교활동을 위한 공간으로 사용되며, 모든 활동이 각 클럽의 “집”을 중심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하우스”는 클럽과 동의어로 사용된다.


특히 남학생 사교클럽인 프래터니티의 지하는 외부인이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는 파티공간으로 사용된다. 이 곳에서는 탁구 술게임인 퐁이 사시사철 펼쳐지고, 종종 댄스 파티가 열리기도 한다. 댄스 파티는 학생DJ, 또는 외부 초청 DJ의 신나는 디제잉과 함께 춤을 추는 한국의 클럽과 같은 분위기라 생각하면 되겠다. 이 외에도 프래터니티 베이스먼트는 캠퍼스의 아카펠라 동아리, 댄스 동아리, 즉흥 코미디 (Impromptu) 동아리 등의 공연장소로 활용된다. 왜 소로리티가 아니고 프래터니티 베이스먼트냐고?


재미있게도(?) 다트머스 이외 대학에도 지부가 있는 전국 규모 소로리티의 경우 이성을 그들 하우스에 들일 수 없다는 자체 규정이 있다. 따라서, 소로리티는 캠퍼스에서 공개적으로 파티를 개최하지 않는다. 이 규정 때문에 사교 행사를 여는 주체가 남성 쪽으로 기울어진 경향이 있다. 대부분의 파티나 퐁이 프래터니티 베이스먼트에서 진행되므로, 여학생들이 남학생들이 주인인 공간에 가서 그들에게 술을 받아서 마셔야 하는 형태이기 때문이다. 다트머스 대학에서 자생적으로 창립된 3곳의 로컬 소로리티만 이러한 규정에서 자유로워 남녀 누구나 방문해 퐁과 파티를 즐길 수 있게 베이스먼트를 개방하고 있다. 혼성 하우스의 경우에도, 캠퍼스 구성원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행사를 주최하고 있다.


물론 프래터니티 베이스먼트를 비롯한 각 하우스의 지하와 거실이 파티나 소셜 이벤트만을 위한 공간은 아니다. 각 하우스는 저마다 단체 스포츠나 봉사활동을 하기도 하고 교수님이나 그들의 성공한 졸업생을 초대해 학교 학생들이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는 행사를 개최하기도 한다. 또한 졸업한 후에도 같은 클럽에 속한 선후배 간의 인맥으로 취업 기회를 얻기도 해 이러한 목적으로 프래터니티와 소로리티에 가입하는 학생들도 많다.


(2) 성스러운(?) 목요일

다트머스에는 한 가지 불문율이 있다. 공부를 위한 스터디건, 동아리 모임이건, 기숙사 행사이건 절대 목요일 저녁에는 잡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것은 매 주 목요일 저녁이 각 하우스의 정기 모임 시간이기 때문이다. 정기 모임시간에 어떤 활동을 하는지는 각 하우스 별로 다르지만, 대부분 임원들의 공지사항 전달로 시작된다. 대부분 동아리가 그렇듯 소로리티와 프래터니티에도 회장, 부회장, 총무, 소셜 체어 등 임원이 있는데, 그릭 하우스의 특성상 러쉬 체어, 포멀 체어, 신입회원 교육체어 등의 직책도 있다. 그래서 가령 다음주에 포멀, 즉 한 학기에 한번 있는 격식을 차리는 파티가 있다면 그 주의 공지사항 시간에 포멀 체어가 포멀이 어느 곳에서 열리고 어떤 이벤트가 계획되어 있는지 등을 발표한다. 공지사항 전달 후에는 오락시간인데, 내가 가입해있던 소로리티에서는 Overheards라는 이름으로 같은 소로리티 회원(시스터)이 한 재미있거나 바보 같은 말을 제보 받아 읽어 주거나, Smart Cookie라는 이름으로 한 주간 자신에게 도움을 주었거나 성취를 해낸 시스터를 추천받아 사연을 읽어주고 호명된 시스터에게 정말로 쿠키를 한 개씩 주는 시간이 있었다. 그리고 때에 따라서는 소셜 체어가 준비한 스킷(짧은 역할극)을 보거나 게임을 하기도 했다.


그릭하우스 하면 술이 빠질 수가 없다. 정기 모임시간에도 기본적으로 한켠에는 술이 구비되어 있고 소셜 체어들이 다니면서 플라스틱 컵에 담긴 술을 회원들에게 건넨다. 그릭 하우스 정기 모임이 특이한 점은 두 가지인데, 하나는 특히 소로리티의 경우 매주 테마가 정해져 있어 그 테마에 맞게 옷을 입고 가야 한다는 점이고 또 하나는 정기 모임이 끝나면 포스트 정기 모임이라고 해서 다른 소로리티나 프래터니티에 가서 파티를 즐긴다는 점이다. 물론 학기가 중간으로 향할수록 과제량이 많아 모임에 가서도 술을 마시지 않고, 끝나고 파티에도 가지 않는 학생이 생기긴 하지만 말이다. 하지만 가능하다면 주중임에도 불구하고 이날만큼은 놀아야 한다는 생각인 학생이 대부분이다.


(3) 고정관념과 꼬리표 붙이기

그릭 하우스는 단순히 친목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모임인 만큼, 각 하우스를 구분 짓는 고유의 특징이 부재한 경우가 많다. 따라서 각 하우스를 간단하게 설명하기 위한 스테레오타입, 즉 고정관념이 통용되곤 한다.


남자들의 경우 라크로스 부원이 많은 하우스, 미식축구 선수가 많은 하우스, 음악을 하는 사람이 많은 하우스 등으로 비교적 객관적인 사실들이 바탕이 된다. 물론 어디까지가 객관적인 "사실"인지, 그 객관적인 사실이 그 하우스의 몇 퍼센트의 학생들을 대변하며, 설사 100%의 학생을 대변한다 하더라도 그 한가지 사실로 그 하우스의 학생을 모두 나타내는 것이 정당한가에 대한 질문은 여전히 남아있다.


여자들의 경우, 하우스를 구분 짓는 특징이 정말 모호해 “성격이 못된 하우스”, “똑똑한 하우스”, “여성스러운 하우스”, “잘 노는 하우스” 등의 "성격"에 관한 특징이 고정관념으로 굳어져 있다. 어떤 것이 그 하우스에 붙여진 고정관념이던 하우스에 속한 100여명 부원 개개인의 특성을 한가지의 고정관념으로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문제가 적지 않다. 그럼에도 다트머스에서 개인이 속한 하우스는 자기 소개에 있어 빠지지 않는 항목이다. 이것은 누군가를 설명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너 에밀리 알아?”

“어떤 에밀리?”

“왜 있잖아, 시그마 델타 소로리티 부원인 11학번 여자애.”


개인이 속한 하우스를 알면 그 하우스에 대한 고정관념이 그 사람에 대한 선입견을 형성하기 쉬우며 이 때문에 색안경을 끼고 그 사람을 바라보게 하기도 한다. 또한 그러한 고정관념에 반복적으로 노출된 개인은 그런 고정관념을 만족시키는 쪽으로 행동이 변하기도 해 문제가 된다. 혼자 있을 때는 정말 착하고 자상한 남학생이 자신의 프래터니티 브라더 여럿과 함께 있거나 자신의 프래터니티 베이스먼트에 있을 때는 술에 쩔고 여학생들에게 무례한 "마초"가 되는 식이다.


(4) 그릭 하우스의 문제점을 넘어, 모두의 재미있는 대학생활을 위하여

다트머스의 많은 사교 활동이 소로리티와 프래터니티 중심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가입하지 않은 학생은 소외감을 느끼기 쉽다. 또한 일종의 하우스 서열화 현상이 있어 가입한 학생들 사이에도 잘나가는 하우스 소속이 아니라는 이유로 묘한 열등감을 느끼게 되기도 한다. 이외에도 결속력을 높인다는 미명하에 행해지는 심한 신고식 (Hazing)이 문제가 되어 현재 모든 하우스에서 신고식과 Pledge Term¹이 금지된 상태이다. 또한 교내의 많은 성범죄가 프래터니티 소속부원에 의해서 또는 그 곳에서의 과음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아 성범죄 근절을 위해서 프래터니티를 없애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다행히, 최근 다트머스에서는 학생들에게 그릭 라이프 바깥에서의 놀 거리와 할 거리를 마련해주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학생 자치회 등에서 프래터니티나 소로리티와 관계 없이 다양한 파티와 이벤트를 개최하기도 하고, 특정 주제에 관심이 많거나 특정 기호를 가진 사람이 모여 살 수 있는 공간인 Living Learning Community에서도 역시 다양한 이벤트를 주최한다.


이런 노력이 앞으로 다트머스 사교 행태에 어떤 변화를 줄지 정말 궁금하다. 꼭 술을 먹고 소로리티와 프래터니티의 파티에 가지 않아도, 그릭하우스에 가입되어 있지 않아도 다양한 재미를 추구할 수 있다면 그릭 시스템의 부원인 학생과 무소속인 학생 모두에게 긍정적인 변화일 것이다. 재미추구(Having fun)가 다원화된 다트머스를 기대한다.


¹ 신입부원이 정식부원으로 인정받기 전 한 학기 동안 여러 테스트를 통과해야 하는 의례


Written by Hye Ryung

이전 14화 다트머스가 발명해 세계로 수출한 술게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