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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ig Green Grads Oct 08. 2021

이사의 달인

The Art of Moving

(1) 1년에 이사를 몇 번을 해?!?! 디플랜의 역습

 학기가    가량 되는 다트머스에서는 디플랜에 따라 이사를 자주 하게  수도 있다. (물론  학기마다 이사를 해야 하도록 디플랜을 꼬아 놓은 것은 스스로의 선택이니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실제로 D는 2학년 가을 학기는 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겨울에는 해노버의 혹독한 추위를 피해 고향인 캘리포니아로 돌아가 인턴쉽을 했다가, 봄에 다시 돌아와 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소포모어 써머까지 했는데, 덕분에 그는 1년에 6번이나 짐을 옮겨야 했다.  


가을 쿼터 시작 전인 8월 말, 그는 캠퍼스로 돌아와 1학년 봄학기를 마무리하며 창고에 맡겼던 짐을 찾아 새로 배정된 기숙사인 윌러로 옮겼다. 10주 간의 짧은 쿼터가 끝난 후 그는 11월 말 기말고사가 끝난 직후에 윌러에서 짐을 모두 빼서 근처 창고에 보관한 후 집으로 가는 비행기를 탔다. 봄 쿼터가 시작하는 3월, 다시 캠퍼스로 돌아온 그는 창고의 짐을 모두 꺼내 새로 배정된 기숙사인 미드페이로 옮겼다. 소포모어 써머 (여름 학기)에는 모든 기숙사가 여는 것이 아니므로, 봄 학기가 끝나면 전교생이 일단 기숙사 방을 빼야 한다. 그는 6월 초 인터림 기간 동안 모든 짐을 빼서 창고에 넣었다가, 2주 후에 다시 모든 짐을 찾아서 새 기숙사인 탑리프로 옮겼다. 그는 3학년을 시작하는 가을 쿼터에 FSP를 갈 예정이었기 때문에 여름 쿼터가 끝나는 8월쯤에도 다시 모든 짐을 빼서 창고에 보관해야 했다. 이사로만 따지만 정말 비효율의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다!


(2) 이사의 달인, 등장!

이렇게 대학 생활 중 기숙사 이사를 자주 하다 보니 다트머스 학생들은 이사의 달인이 되곤 한다. 그 중에서도 12쿼터를 연속으로 들은 것 치고 이사를 정말 많이 다닌 앨리안 언니는 특히나 이사의 달인인데, 본인의 이사를 야무지게 하는 것은 물론 주변인들의 이사까지 도와주는 포장이사 업체 같은 존재였다. 나 역시 1학년을 마치고 이사를 할 때 앨리안 언니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내 슬픈 이야기는 아래 글에서 찾아볼 수 있다!)



혜령 언니는 꼼꼼한 성격 탓에 1학년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타야하는 당일 새벽 2시까지도 짐을 어떻게 넣을지 계속 고민만 하고 있었다고 한다. 중요한 짐들이야 이미 상자에 포장해서 창고에 보관하긴 했지만, 한국으로 가져가야 할 각종 옷가지와 마지막 기말고사까지 썼던 자료들, 베개와 이불 등이 남아있었다.


혜령 언니가 한국으로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인사를 하러 방에 들렀다가 아직도 짐 챙기기를 마무리하지 못한 모습을 보고 답답했던 앨리안 언니는 도우미를 자청했다. 어차피 헤어지기 아쉬웠던 둘은 대부분의 학생들이 이미 떠난 기숙사에서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하고 중간 중간 수다를 떨기도 하며 밤새 천천히 짐을 정리했다고 한다.


왜 우리는 매년 고생하면서도 이사는 꼭 미루고 미루다 막판에 하게 되는건지, 정말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3) 달인이 알려준다, 이사의 비책!

1. 차가 있는 친구와 친하게 지낸다. 차가 있으면 모든 일이 훨씬 수월해 진다.


2. 이불과 베게는 상자의 맨 위에 넣고, 박스 겉 면에 표시한다. 긴 시간 자동차, 버스, 혹은 비행기를 타고 와서 창고에서 짐을 찾고, 박스를 모두 뜯어서 짐을 풀어야 하는 것은 퍽 피곤한 일이지만, 이렇게 해두면 다시 학교에 돌아왔을 때 모든 상자를 개봉하지 않고도 필요한 물품만 꺼내서 하루 밤을 편안히 보낼 수 있다.


3. 상자는 꽉 채웠을 때 본인 못 들 정도로 크지는 않되, 어느 정도 부피가 큰 것으로 사는 것이 좋다. 창고는 상자 갯수당 보관료를 받는데, 상자 무게나 부피의 제한은 특별히 없기 때문이다. 자잘한 상자가 너무 많으면 보관료도 많이 나오고, 옮기기도 힘들고, 옮기다 카트에서 떨어트려서 잃어버리기도 쉽다.


4. 옷과 책을 번갈아 가며 층층이 쌓아서 옷의 부피를 책의 무게로 누르면 더 많은 짐을 상자에 넣을 수 있다.

  

5. 소형 진공 청소기, 스탠드 등 생김새가 애매해서 자리를 많이 차지하는 고체 물건들을 먼저 상자에 넣은 후 옷으로 남은 공간을 채우면 옷이 완충제 역할을 하기도 하고, 상자 공간도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6. 플라스틱 3단 서랍을 가지고 있다면, 적극 활용한다. 서랍이 투명해서 내용물을 찾기도 쉬울뿐더러 어디에 넣기 애매한 각종 잡동사니를 마구 넣어서 보관하기에 용이하다. 쓰고 남은 세면 용품과 화장품 역시 가방에 넣으면 터질 위험이 있으니 학교 창고에 두고 갈 거라면 서랍 중 한 칸에 몰아 넣는 것이 좋다. 3단 서랍을 꽉꽉 채운 후에는 박스 테이프를 칭칭 감아서 서랍이 튀어나오지 못하도록 마무리하면 된다.


7. 수업에 썼던 교과서들은 어차피 다시 꺼내보지 않게 될 테니 그냥 기말고사가 끝나자마자 윌록 서점에 중고로 팔아 치워라. (특히 하드커버 개론서들) 끼고 있어봐야 무거운 짐일 뿐이다! 몇 쿼터가 지난 후 교수님이 교재를 바꾸시면 아예 팔리지도 않을뿐더러 장담컨대 지금 결심이 어떻던 간에 그 책을 다시 꺼내 볼 시간 따위는 절대 없을 것이다.


(졸업학기, 짐을 다 뺀 내 마지막 기숙사...! 다트머스에서의 마지막 이사였다)

Written by Haeri

Edited by Ell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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