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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서출판 다른 Apr 17. 2019

나만의 이야기 찾기

시나리오 쓰기의 모든 것

시나리오는 이야기 만들기에서 시작한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모든 이야기가 시나리오로 이어지진 않는다.



  이러한 말을 수백 번은 들었을 것이다. “우리는 독특하고 색다른 전제, ‘하이 콘셉트’ 이야기를 찾고 있습니.” “우리를 놀래 자빠지게 할 새로운 이야기를 찾아요.” “통찰력이 번뜩이는, 전에 없던 이야기를 찾습니다.”


  이 시대의 가장 위대한 시인에게 해마다 신작시를 어찌해서 여섯 편에서 여덟 편만 발표하는지 물었다. 시인이 말했다. “한 해에 여섯 번에서 여덟 번만 나의 통찰력이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성공작의 바탕이 되는, 색다른 전제를 이끌어내는 뛰어난 통찰력은 어떻게 얻을 수 있을까?

  바로 순수한 작업을 통해 얻을 수 있다. 또한 사람들의 뇌리에 남는 것과 남지 않는 것에 집중할 때에도 얻을 수 있다. 이는 시인의 영역이며, 수많은 좋은 생각, 나쁜 생각을 스쳐 보내는 관찰자의 영역이다.


  사실 보통의 프로 작가는 약 100개의 아이디어를 검토한다. 죽은 고양이가 신을 만난 후 자기가 개라는 걸 알게 된다거나, 런던의 어느 학교 선생이 MI5(영국군사정보국)를 무력화하는 과학박람회를 연다거나, 사이버 하우스가 그 거주자들을 공격한다거나 등등. 이 가운데 지면 위로 옮기거나 짧은 트리트먼트로 쓸 수 있는 10개를 골라낸다. 그리고 이 10개 중 시나리오가 되는 데 필수적인 알맹이가 있는 3개를 고른다. 한 50쪽 정도 쓴 뒤에 말이다.

  프로 작가들은 시나리오가 될 가망성이 적은 이야기를 버리는 데 가차 없고 인정사정없다. 버려진 아이디어를 통해 획기적인 콘셉트에 더 가까워지기 때문이다. 고양이가 된 개 이야기가 흥미롭긴 하지만 잘 써내지 못할 수도 있다. 런던 학교 선생 아이디어는 반전과 비틀기가 다 떨어져 보잘것없는 슬픈 로맨스가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사이버 하우스가 거주자들을 공격하는 흥미로운 방법은 얼마나 다양할 수 있을까? 결국 그게 쓰려는 내용의 전부라면? 사이버 하우스는 드라마 <환상 특급 Twilight Zone>의 에피소드는 될 수 있어도, 강력한 장편영화가 되려면 더 많은 요소가 있어야 한다.

  프로 작가는 이야기를 좁히며, 이야기에 집중한다. 살아남은 세 가지 아이디어 중에서 단 1개, 100개 중 1개만이 손에서 놓지 않게 될, 통찰력을 일으키는 동시에 반드시 해야 할 이야기라는 것을 안다.

  따라서 당신의 시나리오가 누군가의 마음을 흔들지 못하면 시작하기 전에 아이디어를 고려해보라. 이 이야기는 당신이 알고 있고, 또 쓸 수 있는 것인가? 재미있는가? 당신을 설레게 하는가? 당신을 뼛속까지 흥분시키는가? 관객의 두 시간을 책임질 만큼 알맹이가 있는가, 아니면 하나밖에 모르는 단선적인 이야기인가? 당신에게 다른 속셈이 없다고 확신하는가? 시나리오는 교훈이 아니라 통찰이며, 심지어 작가 자신도 모르는 어떤 것이다! 마지막으로, 아무리 지워버리려고 해도 이야기가 머릿속에서 이리저리 계속 돌아다니고 있는가? 그렇다면 써라.


  ‘이야기 근육’을 키우기 위해서 다음 소개하는 실전 연습을 시도해보자. 내 경우 작가의 벽을 넘고 상상력을 키우는 데 효과가 있었다. 작가의 뇌리에 남는 것과 남지 않는 것을 익힐 수 있었으므로.



시나리오 쓰기 실전 연습


  1. 준비 운동

  늦은 밤 당신은 혼자 침대에 잠들어 있다. 잠에서 깬다. 창문 근처에서 들리는 소리 때문이다. 누군가 침입하려 한다. 맥박이 마구 뛴다. 불과 몇 발자국 거리에 침입자가 있다. 집에 총이 있던 게 기억나지만, 아이들 때문에 숨겨놓았다. 총을 어디에 숨겼는지 생각나지 않는다. 그때…….


  이다음에 벌어질 수 있는 일 스무 가지를 적어라. 오래 생각하지 마라. 그냥 적어라. 몇 분 후에 목록을 다시 읽어보라. 당신을 웃게 하거나 울게 하거나 오그라들게 하거나, 아니면 당신에게 영감을 주는 것이 있는가? 통찰이 마음에 드는가?


  2. 완성

  어떤 남자가 산속에 홀로 살고 있다. 그는 짤막한 광고 음악을 만드는 일을 한다. 어느 날 밤 집 근처 주차장에 웬 자동차가 서더니 여자의 비명이 들린다. 그는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다. 곡을 쓰는 작업에 몰입해 있다. 화가 난 말소리가 들리고 나서, 차는 한밤중에 거친 소리를 내며 떠난다. 그는 자신의 일에 몰두해서 거의 듣지 못한다.

  다음 날 경찰이 그의 집 문을 두드린다. 경찰이 묻는다. “지난밤 집 옆 주차장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뭐 아는 게 있습니까?” 그는 차가 선 뒤 여자의 비명이 들렸지만, 자신은 새벽 3시에 광고 음악을 만드느라 그것밖에 거의 듣지 못했다고 답한다. 경찰은 새벽 5시에 조깅하던 사람이 그 주차장에서 시체를 발견했다고 알려주며 말한다. “마을을 떠나시면 안 됩니다. 당신에게 또 물어볼 게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그날 밤 그 남자는 작업을 마친 후에 단골 술집으로 간다. 술집은 북적이고, 많은 사람이 먹고 마시고 축하한다. 바 건너 저편에서 돌연 어떤 남자가 휘파람으로 부는 곡조가 분명하게 들린다. 자신이 지난 며칠간 작업했던 바로 그 노래다.


  이다음에 벌어지는 장면을 5쪽으로 써보라.



폴라 C. 브랜카토 Paula C. Brancato
각본가이자 프로듀서이며, 서던캘리포니아 대학에서 시나리오 쓰기와 시, 소설 문학에 대해 가르치고 있다. 체코카를로비바리 국제영화제에서 수상한 영화 <섬웨어 인 더 시티 Somewhere In the City>의 총괄프로듀서였다. 또한 <서브터퓨지 Subterfuge>, <엘런 저지 Ellen Jersey>, <원팅 The Wanting>(16개 각본상)의 각본을 썼다. 감독을 맡은 단편영화 <아버지의 딸 Her Father’s Daughter>은 휴스턴국제영화제와 유색인종여성영화제에서 수상했고, 선댄스영화제 최종 라인업에 선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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