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셉트가 왕이다
시나리오 쓰기의 모든 것
내가 할리우드에서 배운 교훈 중 하나는, 시나리오는 콘셉트에 의해 즉시 심판을 받는다는 것이다.
혹자는 그건 공정하지 않다고, 제작자나 에이전트가 최종 원고를 읽는다면 블록버스터 기대작이나 오스카상 후보감인 걸 알아볼 거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그 말이 맞을 수도 있다. 하지만 누군가가 자신의 각본을 검토하게 만드는 것, 이는 작가 대다수가 거치는 첫 단계다. 이때 검토 욕구를 촉발시키려면 콘셉트가 확실해야 한다.
그렇다면 여기서 콘셉트는 무엇일까? ‘빅 아이디어’, 아니 ‘하이 콘셉트 high concept’라고 해야 맞겠다. 영화계에서는 이렇게 부르기를 좋아한다. 나는 ‘스티킹 포인트 sticking point’(발목을 잡는 요소, 걸리는 지점)라고 부른다. 이는 흥미를 유발하는 한 줄짜리 줄거리 요약을 뜻한다. 검토자에게는 어떤 시나리오를 주말에 읽을 뭉치 위로 올릴지, 아니면 바닥에 내려놓을지를 선택하는 결정적인 신호가 된다. 관객인 우리도 일상생활에서 읽거나 본 것들에 대해 비슷한 선택을 한다. 텔레비전 리모컨으로 이 채널에서 저 채널로 왔다 갔다 하는 건 우리가 화면에서 읽는 것이 흥미를 자극하지 않는 까닭이다.
시나리오의 콘셉트도 마찬가지다. 탄탄한 구조와 명대사, 멋진 캐릭터라 해도 그릇된 전제나 잘못 착상된 아이디어를 덮을 수는 없다. 어떤 콘셉트는 장편소설이나 텔레비전 드라마, 단편소설 같은 다른 매체에 더 적합하기도 하다. 이야기꾼으로서 세상에 이야기를 전달할 가장 효과적인 매체가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찾은 이야기에 앞으로 몇 달 아니, 몇 년간 노력을 쏟아도 되는지 어떻게 확신할 수 있을까? 답은 간단하다. 시장성 시험. 나는 믿을 만한 친구들에게 내 작품의 콘셉트를 ‘피칭 pitching’(영화, 드라마 등의 콘텐츠 아이디어를 제안, 발표하는 것)해서 매번 시장성을 확인한다. 만일 이들이 혼란스러워하거나 관심을 보이지 않으면 백지로 돌아간다. 제일의 목표는 시간과 자원을 쏟기 전에 이 콘셉트의 시장성을 판단하는 것이다. 수많은 시나리오가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고 보통은 ‘도착 즉시 사망’ 판정을 받는다. ‘의견은 나중에 받지’라고 생각했다면, 잠시 멈추어라.
추가로 할 일이 더 있다. 작가는 작업 중인 콘셉트의 ‘족보’를 꿰고 있어야 한다. 코미디든 스릴러든 액션이든, 어떤 영화들이 자신의 작품과 비슷한지, 혹은 어째서 다른지 그리고 무엇이 다른지 파악해야 한다. 또한 현재의 영화 시장을 분석해야 한다. 몇 달 또는 몇 년을 보냈는데 다른 작가가 쓴 유사한 시나리오가 제작에 들어갔다는 소식을 듣는 것보다 기분 잡치는 일은 없다. 그러니 손실을 줄이려면 다른 것을 써라. 인생은 너무나 짧다. 시나리오 작가로서 성공을 꿈꾼다면 여러 콘셉트를 동시에 개발하는 법을 익혀야 한다.
시나리오 쓰기 실전 연습
콘셉트 개발 과정에서 유용한 간단한 실전 연습 두 가지를 소개한다.
1. 최근 작업 중인 시나리오 콘셉트의 족보를 적어라. 콘셉트가 이미 제작된 영화들과 어떻게 비슷한가? 당신의 작품이 남다르거나 독특한 점은 무엇인가? 신선한 점은 무엇인가?
2. 비슷한 콘셉트의 시나리오를 읽고 더불어 영화를 관람한다. 이는 유사 작품이 어떤 식으로 실행되었는지 파악하는 데 탁월한 방법이다. 그런데 이 연습법은 현재 작업 중인 작품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흥미롭거나 최근에 계약된 시나리오를 발견할 때마다 그 족보를 추적해보라. 그 이야기를 연구하고 시장에 나온 다른 시나리오들과 어떻게 다른지 알아보라. 이것을 통해 작가로서 이야기를 개발하는 근육을 키울 수 있다. 작가로 성공하려면 이 연습을 진지하게 대해야 한다.
명심하라. 콘셉트가 왕이다.
챈두스 잭슨 Chandus Jackson
디즈니에서 SF·가족드라마 <완료 The Completion>를 기획하고 각본을 썼으며, 드라마 <제트 월드 Jet’s World>의 각본을 쓰고 연출했다. 페이지국제시나리오상을 포함해 여러 각본상을 받았다. 현재 장편영화와 드라마를 기획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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