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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서출판 다른 Apr 18. 2019

내면의 비평가 입에 재갈 물리기

시나리오 쓰기의 모든 것

나는 의식의 흐름, 다시 말해 어지럽고 거칠고 비논리적이고 껄끄러운 글쓰기의 효능을 일말의 의심 없이 믿는 사람이다. 언젠가는 그 글이 세상에 빛을 발할 날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의식의 흐름을 따라 브레인스토밍을 하고 있는데, 이 글이 수천만 명이 읽을 책이 되리라고 믿는다. 진지한 학생들과 학식 있는 전문가들, 지적인 시민들, 아마도 동방박사와 하느님까지. 이들이 읽고 나서 평가하려 들 거라 상상한다. 우리가 글을 쓸 때 두려운 마음이 드는 건 이 사람들 때문이다. 바로 비평가들.

  하지만 진짜 비평가는 ‘우리 안에’ 살고 있다. 우리의 자유롭고 유쾌하고 창조적인 자아는 어린 시절 어느 시점에 발현해서 좌뇌가 발달시킨 자아에 의해 파국으로 치닫게 된다. 좌뇌가 키운 자아는 타인을 기쁘게 하고 타인과 어울리는 법을 알게 하지만, 그저 재미로 어떤 일을 하고 무언가를 만드는 기쁨을 앗아가 버린다. 이 내면의 비평가는 최종 결과에만 관심을 보인다. 면밀히 조사를 거치고 검열을 통과하게 될 결과 말이다.

  내면의 비평가가 억압하는 듯 느껴질 때도 있지만 사실 과제를 기한 내에 제출하고, 세금을 내고, 찻길로 뛰어들지 않고, 저녁 만찬에서 망신을 당하지 않으려면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이 비평가는 우리가 글을 쓰는 데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 비평가는 ‘비판적’이라서 우리가 하는 일 대부분을 ‘완전 쓰레기’라고 믿기 때문이다. 당신이 윌리엄 셰익스피어와 샤를 보들레르, 쇠렌 키르케고르 전부를 합친 수준에 오르지 못하면, 글을 쓰기 시작하자마자 득달같이 와서는 가망이 없으니 전부 중단하고 치즈케이크나 먹는 게 낫다고 믿게 한다.


  나는 모든 작업을 혼란스러운 의식의 흐름에 따르는 브레인스토밍으로 시작한다. ‘옳다’, ‘좋다’를 따지거나, 누군가 읽을까 봐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브레인스토밍은 씨앗을 심고, 공을 굴리며, 유기적으로 작품의 형태를 잡아가게 만들고, 비평적 자아의 독재적 압제로부터 우리를 구원한다.

  나는 학생들에게 다음의 실전 연습을 반드시 시킨다. 이 연습을 통해 셰익스피어나 보들레르 또는 누군가가 되지 않아도 자기 안에서 좋은 이야기를 재빨리 끄집어낼 수 있다. 이 연습법은 기본적이며 독창적이어서 ‘글감’을 정할 때 이른바 전문가들의 만족에 얽매이지 않고 훨씬 다양한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글쓰기를 훨씬 재미있게 느끼게 한다.



시나리오 쓰기 실전 연습


  종이 한 장과 필기구를 준비한다. 종이에 필기구를 올려놓는다. 생각을 기록한다. 그렇다, 개인적인 생각들을. 떠오르는 생각들을 따지지 말고 그냥 받아 적는다. 글씨체와 철자법, 문법, 구두점, 특히 내용은 걱정하지 마라. 어떤 것이라도 마음껏 쓴다. 손이 생각을 따라잡진 못하겠지만, 최선을 다한다. ‘세계 완전 정복’ 계획이라든가, 나를 언짢게 하는 사람들이라든가, 하다못해 이 실전 연습이 바보스럽다느니 같은 불평이라도 적어라. 말하자면 머리에 떠오르는 어떤 것이라도 된다. 적어도 20분에서 30분간 쓴다.

  이 실전 연습은 그날의 부담감을 잠재우고, 글쓰기를 가로막는 잡생각을 줄여준다. 또한 내면에 묻힌 감정과 생각에 접근할 때에도 매우 유용하다. 무엇보다도 내면의 비평가를 밀어내고 자유롭고 창조적인 자아를 끌어들이게 도와준다.


  만약 이 실전 연습을 시작하기 어렵거나 당신이 남다른 야심가라면, 평소에 잘 쓰지 않는 손으로 써보라(이 연습에 불만이 많던 학생들이 이 방법으로 나중에 큰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이렇게 하면 글씨의 가독성이 떨어지면서 오히려 단어 조합에 몰두하게 되어 창의적 두뇌를 쓸 수 있다.

  이렇게 쓴 글을 아무도 찾을 수 없는 안전한 곳에 꽁꽁 숨기는 것을 잊지 마라. 이 글은 대중에게 보여주기 위한 게 아니다. 선정적인 내용을 썼다면 더더욱 멀리 치워버려야 한다. 이 실전 연습의 핵심은 글쓰기 준비 운동을 하고 물꼬를 터서 품평이나 비평에 대한 두려움 없이 글이 흘러나오게 하는 것이다.


  이 실전 연습을 주기적으로 해보라. 글을 쓰려고 앉을 때마다 해본다. 노래 부르기 전에 목을 푸는 가수나 춤추기 전에 몸을 푸는 무용수처럼. 의식의 흐름을 따른 글쓰기를 통해 ‘본격적인’ 글쓰기를 준비할 수 있다. 그러면 본격적인 글쓰기가 훨씬 쉽고, 훨씬 재미있어질 것이다.



웨슬리 스트릭 Wesley Strick
1970년대에 록 저널리즘으로 글쓰기를 시작했다. 1980년대부터 <암흑의 차이나타운 True Believer>, <아라크네의 비밀 Arachnophobia>, <케이프 피어 Cape Fear>, <울프 Wolf>, <세인트 The Saint>, <리턴 투 파라다이스 Return to Paradise>, <둠 Doom> 등 할리우드 영화 열두 편의 원안을 쓰거나 각색하거나 공동집필했다. 또한 리메이크작 <나이트메어 A Nightmare on Elm Street>, 스릴러 영화 <로프트 The Loft> 등의 각본을 썼다. 2006년에 첫 소설 《저기 어둠 속에 Out There in the Dark》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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