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능 동사’ 활용법
시나리오 쓰기의 모든 것
우리는 모두 힘 있는 시나리오를 쓰고 싶어 한다. 우리 뇌는 전제와 반전, 등장인물, 어수선한 구조로 착란을 일으킨다. 빈곤한 작가의 머리는 터지기 직전이다.
우리에게 스토리텔링을 승격시키고 시나리오에 생기를 불어넣을 단어가 있다는 건 운이 좋다는 뜻이다. 단어는 작가의 도구 상자에서 가장 효과적인 기본 도구이지만 가장 빈번히 간과되고 있다. 자, 내가 당신을 위해 ‘만능 동사’를 내리겠다.
영화의 내용을 떠올릴 때 우리는 액션을 생각한다. 동사는 액션을 쓸 때 무대 가운데를 차지하는데, 여기서 동사란 목표, 정확히 말해 인물의 목표에 따른 움직임을 설명한다. 그런데 어째서 왜 이렇게 많은 작가가 가장 밋밋한 동사들을 선택하는 것일까? 아무리 완벽하게 멋진 장면도 “그는 주머니에서 총을 꺼내서 세븐일레븐 안으로 들어간다”라는 표현 때문에 맥이 빠질 수 있다. 일상적인 장면도 합당한 동사를 장착하면 인물을 드러내면서 잊히지 않는 시각적 순간으로 변할 수 있다. “그는 주머니에서 총을 더듬거려 꺼내고 세븐일레븐 안으로 비틀대며 들어간다.” 이제 이 남자의 미숙함과 내키지 않은 심정이 감지된다. 그러니 일이 벌어지기 전부터 자연스레 긴장감을 조성할 수 있다.
게다가 이때 우리는 ‘읽는 사람을 지루하게 만들지 마라’라는 시나리오 쓰기의 유일무이한 불변의 법칙도 지킬 수 있다. 누군가 지문을 읽지 않고 책장의 먼지를 털고 있다면, 우리는 ‘영화’가 시작되기도 전에 ‘시나리오’를 놓치고 말 것이다. 독특한 인물들과 흥미진진한 대사를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함께 끝까지 밀고나가 놓고선 이 모든 노력을 가장 진부하고 낡은 서술어 ‘~이다’로 하찮게 만들고 싶은가? 햄릿조차 ‘~이다’로는 효과를 못 봤다는 사실을 명심하라.
그렇다면 독자들을 사로잡고 주의를 끌기 위해 무얼 할 수 있을까? 다음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궁금한 나머지 독자들이 전화를 해대길 바라는가? 답은 믿기지 않을 만큼 간단하다.
감정을 함축하고, 수식하는 부사 없이도 홀로 설 수 있는 동사들을 찾아내라. 그러면 인물의 내면 풍경을 탁월하게 겉으로 드러낼 수 있다. 주인공이 방을 가로질러 쏜살같이 달릴 때, 으스대며 걸을 때, 스르르 나아갈 때 우리의 머릿속에는 각기 다른 그림이 그려진다. 구체성을 띤 동사는 힘이 있기에 훨씬 효과적이다. 이 점은 지면에 찍힌 검은 활자만큼이나 흰 여백이 많은 시나리오의 형식상 대단히 중요하다.
시나리오에서는 모든 단어가 이야기를 앞으로 밀어내야 한다. 나는 내 학생들(그리고 나 자신)에게 언제나 상기시킨다. 그림이 수천 마디의 말을 압축한다고. 만능 동사들은 이를 가능하게 한다. 자신만의 작가 동의어 사전을 만들어서 활용해보자.
시나리오 쓰기 실전 연습
만능 동사를 이용하려면 집중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바로 자신만의 작가 동의어 사전을 만드는 것이다. 이 중요한 참고 서적이 따분한 동사를 반짝이는 동사로 바꿔줄 것이다. 가장 진부한 동사 10개를 떠올리는 것으로 시작해보자. 내가 요즘 잘 써먹는 동사는 다음과 같다. ‘들어가다, 나가다, 보다, 걷다, 앉다, 치다, 서두르다, 얻다, 서다, 생각하다.’
구체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자신만의 만능 동사 10개를 찾아보라. 흥미로운 동사를 볼 때마다 목록에 집어넣어라. 이 단어들을 활용해서 연습하면 머지않아 그 목록은 제2의 특성이 될 것이다.
어떠한 이야기를 엮고 있든지 간에 매혹적인 시나리오를 창작하는 여정은 잠의 세계로 빠져들 수 있다. 작가 동의어 사전을 만들어 응급 상자에 넣어두면, 글쓰기를 ‘깨워’ 독자가 시나리오의 다음 장을 계속 넘기게 할 수 있다.
베스 세르린 Beth Serlin
독일 영화 <비욘드 사일런스 Jenseits der stile>의 각본을 공동집필했으며, 이 영화는 1997년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올랐다. 이후로 여러 편의 독일 영화 각본을 썼다. 로욜라 메리마운트 대학의 조교수로 시나리오 쓰기를 가르친다.
할리우드 인기 작가 95명이 공개한
다양한 작법과 각각의 실전 연습!
